스마트 글래스가 가고 AI 글래스가 온다

[칼럼] 스마트 글래스가 가고 AI 글래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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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구글 글래스로 대표되는 스마트 글래스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룰 신호가 감지된다. GenAI라 부르는 생성형 AI와 만나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글래스’는 기존의 스마트 글래스에 생성형 AI의 능력을 장착한 신개념 안경을 말한다. 이는 검색을 대체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토론토대학교의 폴 밀그램 교수가 1994년 증강현실의 기술적 개념을 제시한 이후 30년 만에 새로운 차원의 AI 글래스 등장이 예고된다. 밀그램 교수는 현실과 가상공간의 연속성에 대한 스펙트럼을 ‘현실-증강현실-증강가상-가상현실의 4단계로 분류하며 혼합현실(MR)을 예고했었다. AI 글래스는 밀그램 교수가 제안한 증강현실의 기술적 개념을 확장한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보고, 묻고 답하는 의사소통 능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비전 프로(Vision Pro)를 출시하며 예고한 ‘공간 컴퓨팅’ 세상이 기술 중심의 물리적 접근이라면, 생성형 AI를 장착한 ‘AI 글래스’는 소프트웨어적인 유연성을 갖춘 강력한 소통 도구가 될 것이다.

‘공간 컴퓨팅’의 기본 개념은 ‘혁신적인 연결로 현실과 가상공간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컴퓨팅 환경’으로 풀이한다. 아직은 하드웨어 중심적 개념 정리이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 자료에서도 공간 컴퓨팅의 핵심 기술로 XIA(XR, IoT, AI)+5G·6G 통신망을 제시했다. AI 글래스는 확장현실(XR) 기술을 넘어서 인간 친화적인 멀티모달 AI 기능을 탑재한다.

멀티모달 시스템은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한 입력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멀티모달 AI의 다양한 데이터 모달리티를 활용하는 것이 키포인트다. AI 글래스는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한다. 그래서 멀티모달 AI가 추구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방식을 모방한 기술에 실재감까지 갖춘 결과물이 AI 글래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 글래스 혁명의 시작은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서 감지되었다. 올해의 주요 콘셉트는 모바일보다는 ‘인공지능(AI)’이었다. 모바일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세계 최초 AI 폰인 삼성의 ‘갤럭시 24’ 체험존의 열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갤럭시 24는 세계 13개 언어를 실시간 통역한다. 최대 10명의 음성을 분리 녹음할 수도 있다. 이런 기능을 폰에 장착하여 ‘온디바이스 AI’ 기술로 지원한다는 점이 획기적이다. 나아가 개별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음성이나 글자 명령만으로 AI 비서가 결과를 추천해 준다. 화상회의 중에 음성 명령으로 관련 자료를 실행하고, 요약 정리까지 할 수 있다. 거대 쇼핑몰인 아마존에 접속해서 상품을 찾아주기도 하고, 최강 OTT인 유튜브를 실행·검색하여 결과를 보여주는 비서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제 세계는 인공지능을 품은 스마트폰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AI 폰’으로도, 편리성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스마트 반지인 ‘갤럭시 링’의 인기로도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사람이 느끼는 현장감과 실감 영상 부분이 그것이다. 해결책은 AI 글래스다. 실감 콘텐츠를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온디바이스 AI 기기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OPPO Air Glass 3 prototype
출처: www.oppo.com/en/newsroom

MWC 2024에서는 내장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고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식별하고 처리하는 AI 안경 제품이 등장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Oppo)의 오포 에어 글래스3 라는 모델이다. 스마트 안경에 안데스GPT(AndesGPT)라는 자체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했다. 오포(Oppo)사는 ‘인류를 위한 기술, 세계를 위한 친절’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들의 실천 행보를 지켜봐야 할 단계이다.

Ray-Ban Meta Smart Glasses
출처: about.fb.com/news/2024/04/celebrating-10-years-of-reality-labs

메타의 움직임도 포착되었다. MWC 2024에서 메타와 레이밴이 협업하여 AI 기능 탑재 스마트 안경을 전시했다. 안경을 쓰고 식재료가 있는 식탁을 “봐”라고 말하면 메타의 자체 AI인 ‘라마’에 연결되고, 인공지능 기능이 활성화하며 레시피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탑재된 스피커의 음성 기능과 시각적 상호작용의 결합이 탁월하다.

구글은 어떤가? 1년 전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의 판매 중단으로 증강현실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일반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글래스를 꿈꾸며 AI 글래스로 재기를 준비 중이다. 이미지 검색의 2라운드도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혀로 조작하는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음성, 손과 더불어 눈과 혀가 가상·증강현실 입력기가 되는 것이다. 기기 내부의 센서를 활용해 입력하고 싶은 키를 눈으로 응시하고 나서 혀를 움직여 키를 누르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또한 새로운 ‘스마트 글래스’에 대한 특허를 다수 출원 중이다. 오픈AI에 투자한 내용으로 볼 때 챗GPT와의 연결성을 예측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다른 특허에서는 핫스왑이 가능한 미니 배터리나 외부 배터리 팩에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준비 중이다. 이는 온디바이스 AI 기기 준비로 해석된다.

아마존도 작년에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인 알렉사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3세대 에코프레임을 출시한 데 이어 생성형 AI 챗봇과 멀티모달 기능의 카메라를 갖춘 AI 글래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애플 비전 프로(Vision Pro)의 다양한 플러그인도 기대된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직접 상호 작용하게 하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헤드셋에 응용하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의 AI 글래스 개발 시계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이 관련 기술의 발전을 촉발하고, 계속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긍정적인 신호가 이어지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