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TV 내장형 안테나 장착 ‘뜨거운 감자’ ...

UHD TV 내장형 안테나 장착 ‘뜨거운 감자’
지상파‧학계‧시민단체 “내장형 안테나로 직수 환경 구축해야” VS 가전사 “기술적으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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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앞두고 내장형 수신 안테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TV가 제 역할을 하려면 수신 안테나로 전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직접 수신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선 내장형 수신 안테나가 필수적”이라며 내장형 수신 안테나 장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안테나 내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UHD TV 내장형 수신 안테나 장착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장형 안테나 토론회“내장형 안테나는 직수율 제고 위한 대안”
6월 10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에서 한국방송학회로 열린 ‘시청자 중심의 지상파 UHD 방송 수신 환경 조성’ 토론회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와 가전사,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UHD TV 내장형 수신 안테나 장착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먼저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희경 한림대 ICT 정책연구센터 교수는 “UHD 방송은 지상파의 무료 보편적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결정된 것으로 지상파 UHD 방송의 중점 목표는 직접수신율 제고”라며 “내장형 수신 안테나는 직수율 제고를 위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UHD TV에 왜 내장형 수신 안테나가 장착돼야만 하는지 그 배경적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난시청에는 산간‧오지 등 지형적 원인으로 인한 자연적 난시청과 송수신 설비 관리 부족‧고층 건물 등에 의한 인위적 난시청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가 월등히 많다. 하지만 송수신 설비 관리 부족의 경우 해결해야 하는 주체가 건물주 등 개인으로 한정돼 있고 그마저도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개선하고자 하는 이가 없다. 또 고층 건물에 의한 난시청 역시 개선을 요구하는 개인이 사실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현행법 안에서 인위적 난시청을 해결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UHD 방송의 경우 출력이 좋아 내장형 안테나가 설치된 UHD TV만 제조하면 직접 수신 환경이 개선된다고 이야기하는데 기술적으로 증명만 된다면 무료 플랫폼 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내장형 안테나 설치 의무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지금은 디지털TV를 사고도 전파를 수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디지털 전환 당시 안테나가 같이 판매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까지 있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수신 안테나를 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정책위원은 이어 “지금 내장 안테나가 논의되는 것도 공시청 시설 개보수에 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중장기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책 당국이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큰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상파 “무조건 안 된다 말고 일단 장착하고 개선하자”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학계, 시민사회단체의 내장형 안테나 장착 요구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동훈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선행개발팀 수석은 “내장 안테나 장착이 직수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전사 입장에서는 많이 고민된다”며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 수석은 “우리나라는 콘크리트 건물이 많은데 건물 특성상 실내 신호 세기가 적게는 1/10에서 많게는 1/100까지 줄어든다. 또 건물 내에서 수신이 잘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있는데 소비자들이 어디에 TV를 놓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안테나를 내장하더라도 실제로는 수신이 잘 안 될 가능성이 있고, TV를 보면서 움직일 경우 영향을 받아 화면이 깨질 수도 있다. 이렇듯 아직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은데 당장 수신이 안 될 경우 클레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기훈 MBC 차장은 “핸드폰 수신이 안 된다고 해서 제조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는 것처럼 수신에 대한 클레임 부분은 방송사와 가전사가 논의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일단 안테나를 내장하고 발생하는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임중곤 KBS 팀장 역시 “라디오를 수신할 때 ‘지지직’ 소리가 난다고 해서 제조사에 클레임을 넣지 않듯이 안테나 내장은 최소한의 수신 방안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며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장형 안테나 실험_UHD KOREA학계 “보편적 서비스 위해선 의무화해야”…방통위 “의무화 아닌 자율화로 진행해야”
지상파 방송사와 가전업계의 갑론을박이 오고 가자 고낙준 방통위 과장은 “수신 환경 개선에 방통위가 많은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한 뒤 “내장형 안테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말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고 과장은 이어 “내외부 전문가로 TF를 꾸려 내장형 안테나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1~2개 모델 출시 후 시장 반응을 보고 확대하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내장형 안테나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규제의 일부분으로 의무화가 아닌 자율적인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방금 방통위 과장님이 의무화가 필요치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저소득층 등 필요한 계층이 있다면 보편적 서비스를 보장해줘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 정책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게 소비자 그리고 시청자”라며 “지상파 UHD 본방송이 앞으로 8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살펴보고 가능한 방안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