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김장겸 씨, 사장으로 인정 못해” 출근 저지 ...

MBC 노조 “김장겸 씨, 사장으로 인정 못해” 출근 저지
방문진,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장겸 보도본부장 신임 사장으로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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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MBC 사장[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MBC가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권재홍 MBC 부사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등 후보자 3인에 대한 면접 심사를 거쳐 김 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저녁에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김 신임 사장 선임안이 통과됐다. 임기는 2020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3년이다.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MBC에 입사한 김 신임 사장은 MBC 보도국 정치부장과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1년 이후 MBC 뉴스 파탄의 총책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김 신임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 등 각종 정치와 선거 이슈를 편파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보도 당시 편집회의에서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5년 보도본부장이 된 뒤에는 MBC 메인 뉴스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김 신임 사장 선임은 방문진 이사회 내에서도 충돌을 빚었다. 방문진 여야 추천 이사들은 이사회 시작부터 갈등을 빚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사회 비공개를 주장했고, 야당 추천 이사들은 “MBC는 공영방송으로 사장 선임 과정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며 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고영주 이사장은 공개 여부를 표결에 부쳤고, 여야 추천 인원의 차이(정부‧여당 추천 이사 6명 VS 야당 추천 이사 3명)로 회의는 비공개로 결정됐다. 이로 인해 야당 추천 이사들이 퇴장을 했고, 결국 MBC 사장 선임은 여당 추천 이사들에 의해 이뤄졌다.

방문진이 차기 사장을 선임하자 안광한 사장은 바로 이임사를 발표했다. 안 전 사장은 “여의도 시대를 마감하고 상암 시대를 개막하는 역사적 전환기의 사장으로서, 상암 시대를 제2의 창사 정신으로 열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부담 속에서 보낸 3년의 세월은 보람도 컸고 또 그만큼 힘든 과정이기도 했다”며 그동안 함께 해온 임직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 신임 사장은 “나라가 혼란한 어려운 시기에 MBC를 흔들려는 세력이 많은 상황 속에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예능, 드라마 등 콘텐츠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시사 보도 부문에서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맞게 중심을 잡고 경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신임 사장의 앞길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MBC 구성원들은 2월 24일 아침 김 신임 사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MBC 노조는 “김장겸 씨는 기자의 펜을 빼앗았고, 아나운서의 마이크를 빼앗았으며 언론 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와 MBC 방송 강령을 모두 위반한 인물로 공영방송사 사장의 자격이 없다”며 “MBC 구성원들은 김장겸 씨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영방송 종사자들에게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저항할 것”이라며 “고위 간부들도 김장겸 체제에 줄 서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도 규탄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월 24일 “방문진은 MBC 뉴스로 하여금 세월호 참사를 왜곡 보도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축소 보도하도록 한 자를 새 사장으로 임명했다”며 “이는 방문진과 자유한국당의 합작”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식물 미방위를 만들면서까지 언론장악방지법의 국회 논의를 차단하고, 끝내 박근혜 정부 여당에 충성하는 인사를 통해 MBC를 장악하고 여론전의 보루로 삼겠다는 그 뻔한 의도를 모를 국민은 없다”며 “국민의 방송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근 저지라는 강한 내부 반발과 정치권의 비난에도 김 신임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출근길 마중을 나온 MBC 간부들과 인사를 나눠 김 신임 사장을 둘러싼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방문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문진 이사진과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김 신임 사장은) 길어야 3~4개월 시한부 사장이 될 수도 있다”며 MBC 내부 갈등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방문진법을 포함한 언론장악방지법은 여당의 버티기 전략으로 통과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 김 신임 사장을 둘러싼 논란이 언제쯤 잦아들지 예측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