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V 규칙 개정 속에 숨어 있는 문제들

MATV 규칙 개정 속에 숨어 있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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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다고요? 방송사의 괜한 걱정이라구요?

“혹시 아직도 안테나로 지상파 TV를 보시는 분이 있나요?”120여명이 앉아 있던 객석에서 단 두 명이 손을 들었다.

2005년 방송위의 TV시청행태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료방송 가입사유 1위는 TV가 안 나와서, 2위는 TV가 나오기는 하는데 수신품질이 안 좋아서가 각각 24%, 23.8%를 차지했다. 이상한 결과다. 방송사가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방송신호 커버리지가 90%도 넘는데, 왜 이렇게 TV가 안 나온다는 사람이 많은걸까? 문제는 옥상 안테나와 거실 TV사이를 연결하는 소위‘공시청설비(MATV)’의 불량이다. 무려 전체 시설의 68%가 훼손되거나 노후방치되어 있었다. 이 시설은 아파트를 지을 때는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시설이지만 설치 후에는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지가 해석이 분분하다. 이를 관장하는 법률(규칙)이 오래되어 다양화된 매체 환경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DTV시대를 맞이하여 이 규칙을 개정하게 되었다. 조문권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부는 시청자의 매체선택권 보장을 위해 위성도 SMATV를 통해 수신할 수 있게 한 초안을 입법예고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받았다. 물론 위성과 직접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케이블 사업자들은 강력 반발했다. 매일 100~1000명의 종합유선방송사 시위대가 정통부 앞에서 장관 퇴임을 요구하며 규탄대회를 벌렸다. 11월 26일 마침내 개정된 규칙이 최종 발표되었다. 그런데 발표된 최종법률은 검토한 초안과 다른 내용들이 많이 삽입되었고, 지상파 방송사의 의견은 전혀 반영된 것이 없을뿐더러 심지어는 몇몇 독소조항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제2조(정의) ① 이 규칙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방송 공동수신설비”란 지상파텔레비전방송, 위성방송, 에프엠(FM)라디오방송 및 종합유선방송을 공동으로 수신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수신안테나, 선로, 관로, 증폭기 및 분배기 등과 그 부속설비를 말한다.
부칙 제2조 (기존시설에 대한 경과조치) ① 이 규칙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설치된 텔레비전공동시청안테나시설은 이 규칙에 따라 설치된 방송 공동수신설비로 본다.
② 이 규칙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설치된 텔레비전공동안테나시설을 이 규칙에 따른 방송 공동수신설비로 교체할 경우에는 방송 간에 서로 신호의 간섭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먼저 MATV와 CATV로 나누어져 있던 수신설비의 정의를‘방송 공동수신설비’로 묶어서 새로이 정의하면서 용도를 무료보편서비스인 지상파TV, FM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인 위성방송, 종합유선방송까지 포함시켰다. 그렇다면 위성방송이나 종합유선방송이‘방송 공동수신설비’인 MATV를 사용해도 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곧 직접수신의‘종말‘을 뜻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기존에 없던 부칙 제2조 1,2항은 해석 여하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가 수신환경 개선을 할 때도 주민합의로 MATV를 점유하고 있는 기존 종합유선방송사의 신호를 우선 보호해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정보통신부 담당자는 규칙은 중립적이며, 지상파 방송사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답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답변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지상파 방송사는 개정된 규칙이 시청자의 유-무료 방송선택권을 완벽히 보장할 때까지 계속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영업이란 기업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자, 본질적인 경쟁력이다. 영업에서 지면 그 위의 기획이니, 전략이니 하는 것은 모두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오죽하면 통신사는 고객 접점인 Last 1-mile을 First 1-mile로 개칭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엔지니어의 Last 1-mile은 송신소인가? 그것으로 충분한가? 무엇을 통해서든 시청자의 TV에 MBC만 나오면 지상파 방송사의 엔지니어는 영업에 성공한 것인가? 어떻게? 케이블을 통해서? 위성을 통해서? IPTV를 통해서? 그것은 케이블 방송사 엔지니어, 위성 방송사 엔지니어, 통신사 엔지니어의 영업판 아닌가? ‘이제는 늦었다’라는 말은 십 몇 년 째 계속 되풀이되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십 몇 년째 마찬가지다. 2012년 디지털 전환을 앞 둔 지금 대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이제는 정말 다시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

이 영 호 (MBC 기술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