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직무 재설계안’에 새노조 “졸속‧무원칙‧모순” ...

KBS ‘직무 재설계안’에 새노조 “졸속‧무원칙‧모순”
“스포츠 구역 및 방송기술 4개 구역, 직무 파악도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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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KBS가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직무 재설계에 들어간다. 내부에서는 기본적인 직무 파악조차 되지 않은 졸속 추진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KBS는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업무를 통폐합하기 위해 556개 국·부·팀장급 보직을 489개로, 12%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직무 재설계안을 3월 18일 경영 회의에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장급은 52명에서 46명으로, 부장급은 155명에서 137명으로, 팀장급은 349명에서 306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보직을 줄여 보직 유지에 필요한 비용과 수당 등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국·부 단위 인력도 10%씩 감축할 계획이다. 즉각적인 구조조정 형태는 아니지만, 업무 재배치와 정년퇴직을 활용한 자연 감소 등의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영방송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재난방송 조직은 강화한다. 재난방송센터를 확대하고 인력을 보강해 보도본부장 직속으로 두고, 부장급이었던 센터장은 주간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아나운서실은 3개 부서 그대로 존치하고, 드라마와 예능 센터는 CP(책임프로듀서)를 늘리는 안을 포함했다.

이번 직무 재설계안을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크게 반발하며 “기본적인 직무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스포츠 구역과 방송기술 4개 구역이다. 스포츠콘텐츠제작부와 스포츠 기획부를 통합하고, 라디오기술부, 미디어플랫폼 조직을 폐지하는 내용 등이다.

이번 직무 설계안은 스포츠콘텐츠제작부와 스포츠기획부를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S 새노조는 “스포츠기획부는 다른 본부에서 제작을 보좌하는 백오피스 성격의 기획 운영 부서가 아니며, 다른 본부의 기획부처럼 통합되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기획부는 스포츠 산업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KBS 스포츠의 사업적 헤드쿼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 16일 전략기획실이 직무 재설계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업무나 성격이 다른 보도본부의 보도기획부가 스포츠기획부의 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며 “아직까지도 스포츠기획부의 직무를 파악하지 못했음을 확인시켜주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라디오기술부 폐지에 대해서는 “헌재 라디오기술국 체제는 이미 여러 차례 조직개편의 결과로 최적화된 상태”라는 것이 KBS 새노조의 주장이다. 이미 라디오기술국은 팀장 6명 가운데 5명이 팀장 직위를 맡으면서 동시에 생방송, 녹음 제작, 송출 등의 현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기술국의 업무는 생방송, 녹음 제작, 중계, 송출, 시스템 관리까지 방대하며 소속 직원의 90%는 현업 인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디오기술부를 폐지하면 총감독 1명이 인력 70명을 관리하게 된다.

KBS 새노조는 전략기획실조차 1인이 관리 가능한 규모가 50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며 라디오기술부 폐지가 효율적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인지 반문했다.

미디어플랫폼 조직 폐지에 대해서도 “지금은 소위 ‘연결 역량(Network Capacity)이 매우 중요한 시대”라며 콘텐츠의 품질, 분배, 송출, 유통의 핵심인 미디어플랫폼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합당한 처사인지 꼬집었다.

더군다나 KBS는 올해 경영 5대 목표 중 하나로 ‘콘텐츠 도달률 강화’를 꼽았다. KBS 새노조는 “미디어플랫폼은 도달률 강화라는 미션수행을 위해 신설된 조직으로 인프라 중복투자 최소화 및 효율화를 통해 콘텐츠 품질과 도달률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일하는 조직은 없앨 것이 아니라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이번 직무 재설계안을 오는 24일 이사회에 상정하고 4월 5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S 새노조는 이러한 일방적 추진에 반대하며 피케팅 시위에 들어갔다. KBS 새노조는 “현장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된 직무재설계안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