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술 조직 조각났다…기술본부 기능 축소된 조직개편안 나와 ...

KBS 기술 조직 조각났다…기술본부 기능 축소된 조직개편안 나와
KBS방송기술인협회 “TF 통해 단일안 만든 후 혁신추진단과 협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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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기술 조직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차세대 방송 기술을 선도했던 역할을 했던 만큼 벌써부터 국내 방송 기술이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고대영 KBS 사장 직속 혁신추진단은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사업본부‧미래사업본부‧보도본부‧제작본부‧네트워크본부‧운영본부), 3센터(영상제작센터‧제작기술센터‧라디오센터), 1사업부(드라마사업부)를 기본으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KBS 경영진은 4월 18일 조직개편안을 내놓고, 4월 20일 이사회에 보고했다. KBS 경영진은 다음 이사회에서 이번 개편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술본부가 네트워크본부로 재편되면서 그 기능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는 것이다. 기술본부 산하에 있던 기술관리국의 기술운영부와 기술기획부는 부서 자체가 사라졌다. 다만 기술관리국의 장비관리부 기능은 미래사업본부 산하 인프라투자국으로 들어갔다. 기술 개발의 큰 몫을 담당했던 기술연구소는 미래기술연구소로 바뀌면서 미래사업본부 산하로, 건설인프라주간은 운영본부 산하로 옮겨졌다.

제작기술센터도 마찬가지다. 제작기술센터 산하에 있던 TV송출부는 방송사업본부로 옮겨졌고, 제작기술운영부는 기존 TV기술국, 보도기술국, 라디오기술국, 중계기술국으로 녹아들어 TV기술운영국, 보도기술운영국, 라디오기술운영국, 중계기술운영국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다시 말하면 방송 기술을 총괄 운영하던 기술본부와 제작기술센터의 기능이 방송사업본부, 미래사업본부와 운영본부로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KBS 내부 구성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KBS방송기술인협회는 4월 19일 성명서를 통해 “당초 제작인프라본부가 될 것이라던 제작기술센터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기술본부는 지상파 송신망 구축‧운영에 대한 업무만 남겨진 네트워크본부가 된다”며 “한 사람의 장기가 전국 팔도로 팔려나가듯 기술 조직이 뿔뿔이 팔려간다”고 격한 울분을 쏟아냈다. 이어 “지상파방송 사업자 역할의 중심 부서인 기술본부를 한낱 송신망 운용 부서로 축소시킨 이유가 무엇이냐”고 의문을 표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기술본부는 지상파 방송사가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 발전 추세에 맞춰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그 역할을 축소한다는 것은 KBS가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술이라는 분야는 기획부터 시스템 기획 및 구축, 관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컨트롤 타워에서 총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경영진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외부 반응에 KBS 노동조합은 4월 19일 성명을 내놓고 “미디어 산업의 핵심 가치 사슬인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가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최근의 외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기획-제작-유통-광고로 이어지는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효율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고 오히려 이들 부서들을 여러 본부에 산재시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즉시 조직 개편 작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개편안의 또 다른 특징은 직종 중심에서 사업 프로세스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수익 극대화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혁신추진단은 본사 조직을 방송 사업과 미래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마케팅 조직을 신설해 사업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개 본부 중 2개 본부 이름에 ‘사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문제는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이다. 공영방송은 수신료 중심의 재원 구조를 통해 경쟁에서 자유로운 공정하고 공익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방송사다. 대표적인 공영방송으로 꼽히는 영국의 BBC는 수신료 비중이 약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는 콘텐츠 유통 및 판매 수입이다. 광고 수입은 없다. 이 때문에 KBS 수신료 현실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KBS는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수익 극대화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골자다.

프로덕션 경쟁 체제를 도입한 것도 주요 논란거리 중 하나다. KBS는 제작본부 산하에 TV 프로덕션 담당 그룹을 설치했다. 프로덕션 그룹은 내부 경쟁을 통해 방송사업본부의 제작투자담당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제작비 예산을 배정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전환한 것이다. 혁신추진단은 “제작 투자 담당에 의한 투자 개념 도입으로 내부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역량 분출의 기획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지만 당장 돈이 되는 콘텐츠만을 생산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4월 20일 성명을 통해 “광고 판매와 수익 증대가 중대 목표인 방송사업본부에서 과연 KBS의 공영적, 공익적 가치를 담보할 프로그램들에 대해 든든하게 지원해주겠느냐. 지원은커녕 그 존속마저도 어려울 판”이라며 “민영방송의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조직 체계, 업무 프로세스를 참고하라고 했더니 아예 공영방송 KBS를 ‘뻥튀기 해놓은 tvN’으로 만들 작정”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KBS방송기술인협회는 4월 21일 긴급 협회원 총회를 갖고 기술본부와 제작기술센터 대표가 참여하는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술 부문의 조직개편 단일안을 완성키로 했다. 이들은 TF에서 마련한 단일안이 개편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앞으로 혁신추진단과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