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MBC를 권력의 품에서 국민들의 품으로 되찾아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는 12월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이 짓밟은 MBC를 국민이 다시 세울 것”이라며 비정상 MBC의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0월 31일 MBC 사측은 미디어 융‧복합 등 방송 환경 변화에 따른 회사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직원 130여 명에 대한 전보 조치를 단행했다. 조직의 역량 강화를 내세웠지만 정부와 회사에 비판적 의견을 피력했던 PD와 기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사회 고발성 프로그램을 제작했거나 사측의 전횡을 비판해온 PD와 기자들이 집중 포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05년 <PD수첩>에서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을 다뤘던 한학수 교양제작국 PD는 사업 부서인 신사옥개발센터로, <PD수첩> 팀장이었고 다큐멘터리 <안중근>으로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던 김환균 PD 역시 사업 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이외의 대다수의 PD들이 제작과 관련이 없는 사업‧비제작 부서로 발령을 받았고, 교육 발령을 받은 PD와 기자들도 있다.
MBC 공대위는 “불과 몇 년 사이에 공익성을 담보하던 프로그램들은 모두 폐지되거나 망가졌고, 이제는 교양도 없는 MBC가 됐다. MBC는 더 이상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도, 진실보도를 위해 ‘무한도전’하는 방송사도 아니다”라고 비판한 뒤 “하지만 권력이 내다 버리려 하는 공영방송 MBC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진짜 주인인 우리가 행동에 나서 MBC를 되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박태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 등 6명의 공동대표를 앞세운 MBC 공대위는 우선 12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을 전국 20개 MBC 사옥 앞에서 ‘화’ 내는 날로 정해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MBC 공대위는 “시민사회단체들만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시위에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A4 출력용 1인 시위 피켓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배포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인증샷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정기캠페인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김재철 전 MBC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회복을 요구하며 170일 동안 파업한 MBC 노조의 업무방해 혐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된 12월 23일에는 상암동 MBC 앞에서 MBC와 YTN 등 해직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대의 밤이 개최된다. MBC 공대위는 이날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과 MBC 정상화를 촉구하는 송구영신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MBC를 국민 품으로 대토론회 △MBC 보도 감시 모니터링 △MBCtothepeople 홈페이지 구축을 통한 공감대 형성 활동 △시민 참여 활동_‘MBC를 국민의 품으로’ 시민 행동 미션, 언론 강좌 개설 추진, 지역 마을 잔치 추진, 청년을 위한 해직 언론인 특강 추진, MBC 스케이트장 번개 추진 등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MBC 공대위는 “MBC 뉴스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그래도 고정 시청자층은 고정돼 있어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언론학 개론 등의 강좌를 개설해 MBC 문제를 대중적으로 풀어내고, 해직 언론인들이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MBC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김영호 언론광장 대표는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던 MBC가 이제는 정권의 시녀로 전락해 정권 홍보에만 몰입하고 있다”며 “방송법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그리고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말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서 방송법 제정 취지에 맞춰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대표인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MBC 사태는 세월호 참사처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후퇴를 상징한다. (이전처럼) MBC가 다시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앞장서는 매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내비쳤고,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뉴스를 예로 들며 “천박한 자본에서도 공정성을 유지하는 방송이 자본 즉 상품으로 연결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종편보다 못한 지상파가 있다”며 공영방송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역시 “세월호 참사 당시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언론만 제대로 했으면’이었고 제일 많이 한 말이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였다. MBC가 언론으로서 사회적 역할, 방송으로서 문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MBC가 정상화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