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3년, 방송광고시장·저널리즘 손상”

“종편 3년, 방송광고시장·저널리즘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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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곽재옥) 2011년 도입된 종합편성채널이 초기 출범 목표였던 방송 다양성 제고, 경쟁 활성화 등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방송광고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저널리즘 측면에서도 퇴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지난 11월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열린 ‘미디어 산업 생태계 속의 종편채널 요인에 대한 평가’ 토론회에서 다수 패널들은 이 같이 지적했다.

먼저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박사는 ‘방송광고 시장의 격변기와 종합편성채널의 효과’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전체 방송광고시장이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종편으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밝히고, 그러나 “종편의 광고 매출액이 증가하더라도 제작비를 낮추고, 저비용의 장르만을 제작한다면 방송시장 전체의 콘텐츠 경쟁력 고취는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방송광고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증가율을 보인 곳은 종편이다. 전체 방송광고 매출 총액이 2012년 3조 5,626억 원에서 2013년 3조 4,763억 원으로 863억 원 줄어든 가운데 종편은 1,709억 원에서 2,355억 원으로 646억 원이 증가했다. 반면 지상파는 전체 광고시장 감소율보다 많은 1,158억 원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늘어난 종편의 광고매출액이 질 좋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투자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보도채널 과잉’이라고 지적될 만큼 종편채널의 뉴스·시사 프로그램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종편 4사 중 프로그램 제작비를 낮춘 채널A와 TV조선의 경우 뉴스·시사 프로그램 편성 시간이 일주일 1만 80분 가운데 각각 5,100분, 4,440분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참석한 정재민 카이스트 교수는 “종편 생길 때 제작비, 시간 측면에서 효율이 가장 높고 제작이 간편한 ‘정치토크쇼’가 판을 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그램 제작시장의 활성화 등 종편이 초기에 내걸었던 목표는 성취도가 썩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종편채널의 보도 프로그램 편성 확대는 시청자로 하여금 시사 이슈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단순보도 이면의 해석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게 이날 패널들의 대체적 평가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른바 ‘과다 편성’에서 비롯되는 악영향이다.

이날 ‘종편채널의 보도 프로그램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과다 편성 문제는 불필요한 정보에 노출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종편채널이 진보성향보다는 보수성향에 가깝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더욱이 심층취재가 아닌 단순 집담 형태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사실과 의견을 혼돈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2014년 1월부터 9월까지 종편채널 보도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인 △공정성 △객관성 등에 대한 위반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밖에도 품위유지,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과 관련한 심의규정 위반이 많고, 특히 야당에 대한 정당·인물·단체 관련 인신공격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종편이 제작을 적게 하면서 대안으로 내세웠던 것들이 시사·보도인데 그것마저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론의 장이 활성화돼고 여론 다양성이 늘어나 그것이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는 대전제가 작동할 때에 종편이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공익의 성격을 띤 뉴스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편성하고 있는 종편이 이것으로 재미를 봐 광고수입과 시청자층을 늘릴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그것은 이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며 “편향적 보도, 주창적 보도는 결국 편향을 소비하는 충성도 강한 시청자 이외의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데 장해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체 방송광고시장의 침체 현상이 종편의 광고매출에는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종편의 탄생 배경 자체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생겨난 만큼 보수 성향의 정당과 시청자들이 존재하는 한 광고는 지속적으로 늘고, 관련 제도 역시 종편에 유리한 쪽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성해 대구대 교수는 “대구와 경북에서 종편을 본다는 건 일종의 애국 행위이자 스스로가 갖고 있는 기득권에 스스로 행할 수 있는 작은 기여로, 방송광고시장에 종편이 미치는 영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감안하지 않고 시장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하며 “문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어떻게 달 것인가 하는 문제”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의무채널 △채널 재전송 △전국방송 등 종편에 부여되고 있는 이른바 ‘특혜’에 대한 개선논의로 이어졌다.

윤 교수는 “보도전문채널 2개사(YTN, MBN)를 허가했을 때는 시장에 맞게끔 사업자 수를 선정한 건데, 종편 4사가 보도 프로그램을 과잉 편성하는 바람에 느닷없이 보도전문채널 6개가 경쟁을 하는 결과가 초래됐다”면서 “종편이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혹은 폐해까지 발생시키고 있다면 문제의 원인이 된 제도를 개선하고 수정하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 매비우스에서 활동 중인 노영란 국장은 “공익채널로 선정된 채널들도 각종 혜택에서 뒤로 밀려나 있는데 정부 개입으로 종편만 각종 혜택을 다 누리고 있다”면서 “시청자와 함께하고 여론 다양성 등 제대로 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모든 특권을 회수하고 부족할 경우 퇴출도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방송시장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