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원래 놀이터(보편적 권리)로 정해졌던 터에 약간의 공터가 10평 정도 생겼다. 그런데 어느날 부녀회장(미래부)이 놀이터 공터가 그냥 노는 땅이니 이 공간에 상가를 추가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왔다. 주민들은 놀이터가 좁아지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부녀회장은 상가 점주들의 요청대로 상가를 들이기로 계획했다. 그러던 중 아파트에 사고가 생겼다. 불이 났는데 소방차가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화재 피해가 컸던 것이다. 위급상황 시 주차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주민들은 주차장 공간은 상업시설 쪽에도 있으니 놀이터는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부녀회장이 공터에 공사를 하겠다며 공터 한 가운데 팻말을 박고는 주차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경락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11월 18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이용자 중심 지상파 UHD TV 방송 활성화와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위 사례를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초고화질(UHD)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권리 역시 (위의 예에서 제시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 권리와 마찬가지”라며 “여전히 남아 있는 디지털 지상파의 음영 지역 해소와 장기적으로 보편적 제작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UHD TV의 원활한 방송을 위해서 700MHz 주파수는 방송용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연구원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에 대한 정부의 결정은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재난망 구축에 있어 정책 타당성이나 의견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속전속결식으로 정책을 추진해 제도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목적의 공익성을 내세워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LTE 방식의 타당성 여부다. 이 연구원은 “안전행정부에서 지난 11년 동안 기술 방식의 타당성을 연구해왔는데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재난망 구축 작업이 급진전되는 모양새”라며 “재난망은 국제 표준에 입각해서 구축해야 하는데 국제 표준을 따르려면 2017년까지 단말기 확보가 어렵다. 그런데도 주파수 배치를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재난망과 관련된 국제 표준은 빨라도 올해 말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단말기 확보까지는 몇 년이 지나야 한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700MHz 대역을 고집할 이유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난망 주파수 분배를 서두른 것은 이동통신사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성규 미래방송연구회 수석부회장 역시 “재난망 주파수는 새로운 수요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근거한 재난망 주파수를 배치한 것은 지상파 UHD 방송 주파수 요구를 최대한 지연시킴으로써 결국은 통신에 40MHz 폭을 경매할 목적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원은 “7만 원 내고 무한요금제를 써서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무료로 (TV로) UHD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생각이 쉽게 생기진 않는다”며 700MHz 논의를 본래의 궤도에 올리려면 시청자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이성적으로 이해를 하고, 정서적으로 동의를 해야 한다고 부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