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다른 미래부

‘앞뒤’ 다른 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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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700MHz 주파수 정책을 원안대로 추진하기 위해 국회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0월 25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미래부는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국가의 경우 해당 여유 대역을 대부분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기존 대역까지도 이동통신용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문서를 만들어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문서는 미래부가 최근 내놓은 ‘통합 공공망(이하 재난망) 주파수 분배(안)’을 기초로 작성됐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내년 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재난망과 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서 이동통신에 할당한 주파수를 우선 분배하고 잔여대역은 국제 주파수 분배 동향을 고려해 결정하는 안을 문서에 담아 여야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래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앞뒤가 다른 이중적 행태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에서는 주파수 정책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해놓고 뒤로 의원들을 설득하려 다니고 있는 것이냐”며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발언과 미래부의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앞서 지난 10월 13일 열린 국감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미래부의 폐쇄적인 주파수 정책 결정 구조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주파수 할당과 배정에 대한 부분은 (공개적인 공청회 등을 통해) 국회와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보름도 채 되지 않아 최 장관의 발언이 단순 면피용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부의 주장이 억지로 끼워 맞춘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래부는 프랑스의 경우 MPEG2+MPEG4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여유 채널을 만들어 UHD 전환을 추진 중이며, 일본은 통신 위성으로 주파수 부족을 해결해 UHD 도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700MHz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 주파수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프랑스처럼 다채널이 허용되어 있지도 않고, 일본처럼 방송사가 위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는데 프랑스와 일본의 예를 들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의문을 표한 뒤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지상파 UHD 방송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미래부가 전달한 정보 중에는 잘못된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부가 작성한 문서에는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UHD 방송으로 사용할 경우 일본 상향 주파수 전체(718~748MHz)에 간섭이 생겨 일본의 이동통신 이용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주파수 전문가는 “일본과는 이미 협력 회의를 통해 양국이 접하고 있는 해안가의 주파수 혼신 해소 방안을 협의한 바 있고, 제주 및 남부 지역 일부 해안가 대출력 송신소만 제외하면 국내 모든 송신 시설에서 700MHz 주파수 사용이 가능하다”며 미래부의 주장이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주파수를 할당하라는 여야 의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동통신용으로 주파수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게 과연 제대로 된 정부부처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미래부는 국민이 아닌 이동통신사를 위해 존재하는 통신부처”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