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전문성 부족과 세금탈루 의혹, 삼권분립 훼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와 국지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고삼석 상임위원 내정자에 대한 자격 시비까지 불거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 후보자는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28년의 법관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방송·통신 이용자의 눈높이를 헤아릴 줄 아는 정책을 펼칠 것을 약속한다”며 “특히 꼭 필요한 규제와 불편만 끼치는 규제를 구분해 방송의 공정성·공공성에 저해되지 않는 한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방송 공정성을 지킨다는 전제로 최근 추진되는 방송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자신이 법관이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며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법 제도와 규범을 확립하겠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듣기에 따라 방송 공정성 확보에 있어 추상적인 개념을 내세우며 전반적인 방송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마치며 “다산 정약용의 ‘청송지본(聽訟之本) 재어성의(在於誠意)’를 되새기며 사소한 사건이라도 당사자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그 사건을 내 일처럼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며 정성을 다해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방송계의 이슈인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대해서 최 후보자는 “주파수심의협의회가 잘 판단해 정할 것이며, 최대한 빨리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했지만 UHD 정책에 있어서 지상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UHD 콘텐츠가 UHD 방송의 핵심이고 UHD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지상파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전략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최 후보자의 지상파 중심 UHD 전략이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우선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다. 이에 최 후보자는 “법원과 정부에서 일하는 것 모두 최종적인 목표는 국민을 위한 것으로 방법에 의한 차이일 뿐 다르지 않다”면서 “법관 생활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과 지식이 국가와 방통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보람있는 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는 방송 및 통신이라는 자신에게 생소한 분야에서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것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국회 미방위 최대 쟁점사항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과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최 후보자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었다. 그런데 그 법이 새누리당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영방송 KBS의 이사를 3대2 구도의 방통위에서 관행적으로 7대4로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방송공정성을 위해 해당 부분이 적절하다고 보느냐”고 묻자 최 후보자는 “참된 공영방송이 되려면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또 KBS 이사 구성에 대해서는 “공정성 측면만 생각해보면 숫자의 비중도 의미가 있겠지만 운영의 문제도 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하지만 KBS 사장 선임에 대한 답변에 있어 최 후보자는 오락가락한 답변을 내놓았다. 처음 야당 의원이 KBS 사장 선임에 있어 정치적으로 행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자 “공정성 확보를 위해 추진되는 개정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며, 입법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상임위에서 좋은 결론을 내려주시면 방통위는 그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어 여당 간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상임위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을 주장해온 곳은 야당”이라고 환기시키며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동의한다’고만 한다면 그동안 제기됐던 야당 의원들의 법안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자 곧바로 최 후보자는 “그런 취지는 아니었다”고 한 발 물러났다.
노사동수 편성위원회가 최대 핵심인 방송법 개정안에 있어서 최 후보자는 “편성위원회의 구성 자체는 방송법 규정에 비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법률로서 강제적으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일단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최 후보자는 “공영방송은 당연히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야겠지만 민영의 경우는 다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공의 주파수를 활용하면서도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여당 의원을 압박해 국회 미방위를 파행시킨 종합편성채널의 주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셈이다.
여기에 MBC 파업에 따른 해직 언론인 문제에 있어 최 후보자는 “1심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방통위가 어떤 입장을 취하긴 어렵다”며 “판결 결과를 지켜보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기계적인 답변만 내놓아 빈축을 샀다.
마지막으로 졸속 종편 재승인 심사에 있어 최 후보자는 “일부 바람직하지 못했지만 절차는 정당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 후보자에 대한 세금 탈루와 부동산 투기 의혹도 불거졌다. 이미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방통위가 해명자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100% 납득할 수 없는 설명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를 둘러싼 공방전도 치열했다. 이에 야당 간사인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판사 재직 당시 지하철 4호선 연장 공사 지역인 안산 상록수역 일대 역세권에 토지를 매입했는데 2010년 매도 당시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에 팔았다”며 다운 계약서 작성 의혹을 제기했으며 강동원 의원은 후보자의 큰 딸 명의의 계좌에 거액의 예금이 예치된 것과 관련해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실거래가에 거래했으며 다운 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다”고 변론하며 “장녀 예금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인데 증여세를 못낸 건 소홀했던 거 같다”고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고위 사법부 인사가 행정부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삼권분립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판사들은 힘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이다. 거기에 신망 받는 판사들이 이렇게 행정부 고위직으로 쉽게 옮겨가는 행태와 잘못된 인사관행이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원칙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방통위원장직 제안을 법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고사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후보자는 “저 역시 그랬고 법관으로서 행정부 자리를 생각해 재판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 뿐, 염두하고 재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 후보자는 통신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응을 약속했으며 KBS 수신료 현실화에 대해서도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 최 후보자는 지난 1989년 국가안전기획부의 <한겨레> 압수수색 당시 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언론자유를 일부 훼손한 것에는 유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최 후보자는 지상파 중간광고는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전제로 지상파 광고 총량제는 찬성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