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①KBS방송기술인협회 ...

[기획시리즈] 지상파 UHD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①KBS방송기술인협회
화질을 넘어 국민을 위한 지상파 방송의 미래를 설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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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상파 UHD 본방송이 도입된 지 9년이 넘었다. 지난 10년 동안 미디어 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특히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티빙, 웨이브,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 OTT가 일상 미디어 소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방송‧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 화질 개선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지상파 UHD 정책은 사실상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 업계, 학계 등에서는 지상파 UHD 방송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지상파 UHD 방송 정책의 새판을 짜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장에서 송출과 망 관리를 직접 도맡아 온 방송기술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공적 책무의 범위, 재정 여건, 미래 전략의 차이로 각 방송사가 마주한 현실과 해법에 대한 온도는 결코 같지 않다. 이에 방송기술저널에서는 각 방송사 기술인들이 진단하는 지상파 UHD 방송의 현주소와 정책적 돌파구를 심층 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번 연재가 각 사의 다양한 관점을 폭넓게 수렴하고, 지상파 UHD 방송의 지속 가능한 공공성과 미래를 모색하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방송기술저널=KBS 방송기술인협회] 지상파 UHD 정책이 다시 검토의 기로에 섰다. 이번 논의에서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UHD 프로그램을 얼마나 더 편성할 것인가가 아니다. 앞으로 국민에게 어떤 지상파 방송을, 어떤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제공할 것인가이다. KBS방송기술인협회는 이번 재검토가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살피고, 시청자의 편익과 방송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연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방송사마다 UHD를 준비하고 운영해 온 여건은 다르다. 전국망과 지역망, 종합편성과 교육방송은 맡은 역할도, 투자 조건도 같지 않다. 그러나 국민 누구나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의 기반을 지켜야 한다는 과제는 함께 안고 있다. 각사의 경험을 차례로 나누는 이번 기획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찾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1. UHD 정책은 지상파 방송의 미래에 관한 정책이다
UHD는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방송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지상파 UHD에 적용된 ATSC 3.0의 의미는 해상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송 여건과 서비스 목적에 맞춰 방송망을 설계하고, 다채널 서비스와 데이터 전달 등으로 활용을 넓힐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다. 이를 어떤 공적 서비스로 구현할 것인지가 정책의 중요한 질문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정책은 UHD 콘텐츠 제작과 편성 확대에 무게를 두었다. 고품질 콘텐츠를 늘리려는 취지는 유효하지만, 편성 비율을 맞추는 것만으로 시청자의 이용이 확대되거나 지상파 플랫폼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제작비와 설비투자 부담, 수신 환경, 실제 서비스 이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술의 도입과 국민이 체감하는 효용 사이를 이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 UHD 편성 비율 규제는 폐지를 포함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고화질 콘텐츠의 가치를 낮추자는 뜻이 아니다. 방송사들이 제한된 재원을 콘텐츠의 완성도와 수신 편의, 새로운 서비스에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책의 성과 역시 의무 비율 충족 여부를 넘어 시청자가 실제로 누리는 편익으로 평가해야 한다.

2. 방송망의 가치는 전달 비용과 공적 역할을 함께 보아야 한다
온라인 동영상 이용의 확대는 방송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변화다. 다만 인터넷 기반 유통의 성장만으로 지상파 전송망의 역할이 다했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동일한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전달하는 지상파의 특성과, 시청 수요에 따라 전송량과 비용이 달라지는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은 다르다. 어느 방식이 효율적인지는 이용 규모와 서비스 목적, 망 운영 조건을 함께 놓고 따져야 한다.

여기에 보편적 접근성과 재난·비상 상황의 정보 전달이라는 가치도 포함해야 한다. 통신망과 지상파 방송망을 상호 보완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국민에게 정보를 전하는 경로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일이다. 지상파망 역시 설비의 안정성과 수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지만, 그 가치를 개별 채널의 단기 손익이나 직접 수신 규모만으로 재단하기는 어렵다. 방송용 주파수의 활용 방향도 이러한 공적 편익과 전송 효율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3. 시청자 보호와 투자 예측 가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현장에서 정책 방향의 조속한 확정을 요청하는 데에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오랜 기간 운용한 HD 송신시설의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HD 체계를 얼마나 유지할지, UHD 전국망은 어떤 범위로 구축할지 불명확하면 방송사는 당장의 방송 안정성을 위해 기존 설비에 다시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후 전환 일정이 정해진다면 일부 투자가 중복될 우려도 있다. 방향을 정하지 않는 동안에도 비용은 발생한다.

정부는 HD 방송 종료 여부와 조건, 전환의 기본 일정, UHD망 구축 범위와 지원 원칙을 연결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을 빨리 정하는 것과 방송을 서둘러 종료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투자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고, 후자는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할 경우 시청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다. 명확한 방향 아래 충분한 전환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HD 방송 종료를 추진한다면 권역별·단계적 전환을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역별 수신환경과 수상기·수신장치의 준비 상태를 확인하고, 취약계층 지원과 공동주택 수신설비 정비, 시청자 안내를 선행해야 한다. 방송망의 안정성을 검증하고 실제 시청 불편을 보완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전환의 기준은 일정표의 완수가 아니라 국민의 시청권이어야 한다.

4. 협력은 각사의 독립성과 현장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송신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도 열린 자세로 논의할 사안이다. 각사가 축적한 설비와 기술 역량을 존중하면서 기존 시설의 공동활용이나 운영 협력으로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특정 방송사를 중심으로 역할을 미리 정하거나, 모든 방송사에 하나의 운영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성과 교육의 공공적 가치 등 각자의 책무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협력의 전제는 참여 방송사의 자율적 합의와 콘텐츠·편성의 독립성 보장이다. 비용 분담과 설비투자, 장애 대응 및 운영책임을 명확히 하고, 기술 인력의 전문성과 안정적인 운영 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KBS의 전국 송신 인프라와 운영 경험 역시 이러한 원칙 아래 검토할 수 있는 공동의 자산이다. 협력의 방식과 범위는 각사의 필요와 공적 서비스의 효과를 확인하며 정해 나가야 한다.

별도 전송조직의 신설처럼 제도와 운영체계 전반을 바꾸는 방안은 그 효과와 전환 비용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기존 시설과 협력 경험을 활용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살피는 것이 현실적이다. 교육방송의 UHD 서비스와 지역의 시청 접근성을 확대하는 과제 역시 개별 방송사의 투자 부담만으로 해결하기보다, 필요한 재원과 협력 방식을 공적 책무에 맞춰 설계할 필요가 있다.

5. 지상파의 공적 책무에 상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 어디서나 안정적인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방송사는 설비와 운영을 효율화하고 새로운 서비스의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정부 역시 공적 책무에 필요한 비용과 전환 부담을 살펴 투자 지원, 세제 지원, 수신환경 개선 등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원은 국민이 누릴 서비스와 연결하고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번 정책 재검토는 지상파가 무엇을 지키고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편성 비율 중심의 정책을 넘어, 시청자를 보호하는 전환계획과 예측 가능한 투자 여건, 각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협력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KBS방송기술인협회는 전국의 방송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논의에 참여하고자 한다. 각사의 다른 출발점이 국민을 위한 지속 가능한 지상파 방송이라는 공통의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