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부터 PTZ까지 KBS VVERTIGO팀의 K-POP 직캠 제작기

[KOBA Daily News] 8K부터 PTZ까지 KBS VVERTIGO팀의 K-POP 직캠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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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KOBA 2026 Daily News』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KBS 미디어연구소 이윤재 팀장, 정해인 감독]

VVERTIGO – 한 대의 카메라에서 출발한 질문
K-POP이 글로벌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유튜브 쇼츠·릴스 같은 세로형 숏폼이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멤버별 직캠(Fancam)은 조회수와 화제성을 이끄는 주요 포맷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제작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원시적이었습니다. 멤버 1명당 카메라 1대와 카메라 감독 1명, 10명이 넘는 그룹이라면 카메라 10대와 감독 10명이 필요했습니다. VVERTIGO는 ‘이 모든 걸, 딱 한 대의 카메라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8K 이상의 초고해상도 카메라 한 대로 무대 전체를 풀샷으로 촬영하고, AI가 멤버 한 명 한 명을 인식·추적하여 인물별 세로 직캠으로 자동 분할한다.’ 이 VVERTIGO는 2018년 KBS 사내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2019년 여름, 첫 프로토타입이 〈뮤직뱅크〉 본방송에 시범 적용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유튜브 ‘KBS Kpop’ 채널에 올라오는 〈뮤직뱅크〉의 수많은 직캠들이 VVERTIGO로 제작되어 왔습니다. 이후 〈신상출시 편스토랑〉, 〈누가누가 잘하나〉 등 적용 프로그램이 점차 확장되었고 2023년에는 NAB와 IBC를 통해 해외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가장 의미 있는 도약은 2024년 NHK 〈홍백가합전〉이었습니다. 이 시기 개발된 Mac 버전이 투입되면서 NHK에는 소형 Mac Studio 단 3대만으로 아티스트의 직캠 수십 편을 제작했고 방송 직후 NHK Music 채널에 업로드되어 좋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NHK 9시 뉴스에 소개된 VVERTIGO (InterBEE2023 전시)

8K 기반 VVERTIGO의 제약, 그리고 PTZ 카메라라는 새로운 선택지
8K 기반 VVERTIGO 워크플로 방식은 직캠 제작의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모든 촬영 환경에서 최적의 해답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8K 카메라는 무대 전체를 한 프레임에 담기 위해 깊은 심도로 촬영해야 하고 FHD로 크롭하여 멤버별 직캠을 만들다 보니, 개별 영상의 입체감이나 디테일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한 8K 영상은 후반에서 AI 분석과 렌더링을 거치는 Post-Production 방식이기 때문에, 공연 중 영상을 LED로 실시간으로 송출해야 하는 상황에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무대의 형태 역시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뮤직뱅크〉처럼 정해진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8K 카메라 한 대로 충분히 모든 장면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시즌즈〉처럼 가수들의 움직임이 객석과 백스테이지를 넘나들며 무대가 확장되는 구조에서는 고정된 카메라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생깁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VVERTIGO 직캠의 촬영 워크플로에 도입된 것이 PTZ(Pan-Tilt-Zoom) 카메라입니다. PTZ는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얕은 심도 촬영이 가능해 표정과 디테일을 보다 밀도 있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동시에 AI로 실시간 추적과 송출이 가능해 무대 대형 LED 월을 통한 실시간 중계가 가능합니다. 또한 카메라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촬영 인력이 카메라 뒤에 밀착해 있을 필요가 없고, 그만큼 객석 시야를 가리는 사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8K 카메라와 PTZ 카메라는 상호 보완적 선택지입니다. 정해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다인원 군무처럼 전체 구도가 중요한 콘텐츠에는 8K 기반의 크롭 방식이, 소인원 보컬 중심의 공연이나 공연장 전체를 무대로 삼는 프로그램에는 PTZ 방식이 적합합니다. 무대 환경과 피사체 수, 그리고 직캠이 담아내야 할 공간의 범위에 따라 두 방식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거나 혼용하는 방향으로 VVERTIGO의 운용 철학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PTZ 카메라 소스를 활용한 LED월 중계 모습

제작 현장에서 — 〈불후의 명곡〉과 〈더 시즌즈〉 사례
이러한 직캠 제작 방식은 이미 KBS 제작 현장에서 점차 활용되고 있습니다. 〈불후의 명곡〉은 오랜 기간 8K 기반 VVERTIGO로 직캠을 제작해 왔으나, 2026년 초부터 대형 LED 세트를 도입하면서 PTZ 기반 VVERTIGO 직캠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더 시즌즈〉 역시 〈성시경의 고막남친〉 시즌부터 PTZ를 도입했습니다. PTZ는 실시간 송출이 가능하여 LED 중계와 직캠 제작까지 함께 이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었습니다.

PTZ 카메라 도입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과제도 있었습니다. 원격 제어 기반 장비 특성상 카메라 한 대마다 영상(SDI), 제어(LAN), 전원 등 여러 케이블이 동시에 필요했고, 카메라 배치가 늘어날수록 스튜디오 바닥은 복잡한 선들로 뒤덮이게 되었습니다. 이는 설치와 철수에 큰 물리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출연자와 스태프의 동선 안전 측면에서도 리스크로 작용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신호를 하나의 광케이블로 통합하는 자체 광커넥팅 시스템을 제작했습니다. 카메라와 컨트롤 장비 양쪽에 컨버터를 두고, 그 사이를 단일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영상, 제어, 전원, 인터컴 신호를 하나의 신호로 연결할 수 있게 되었고, 설치 시간은 크게 단축되었으며 스튜디오 환경 역시 훨씬 간결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시즌즈> 방송에 노출된 관객석 근처 아티스트를 촬영 중인 PTZ 카메라

이 흐름을 보면, PTZ가 VVERTIGO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촬영 단계의 방식만 바뀌었을 뿐, 전체 워크플로는 여전히 VVERTIGO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PTZ는 가로 화면으로 촬영되기 때문에 그대로는 세로형 직캠으로 활용하기 어렵고, 피사체 역시 프레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때문에 편집기에서 단순 크롭하는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PTZ로 촬영된 영상을 기반으로 VVERTIGO가 인물을 다시 인식하고 추적해, 세로 프레임 안에서 항상 적절한 위치를 유지하도록 자동으로 재구성합니다. 결과적으로 PTZ가 ‘현장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촬영’을 담당하고 VVERTIGO는 ‘그 영상을 세로 직캠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맡으며 하나의 흐름을 이룹니다.

PTZ 촬영본의 종횡비 변환을 위해 VVERTIGO를 사용하는 화면

이번 KOBA 2026 KBS 부스에서는 VVERTIGO의 핵심 구성 요소인 8K 고속 렌더러를 전시합니다. 초고해상도 원본 영상이 멤버별 직캠으로 빠르게 렌더링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5월 20일(수)부터 21일(목)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AWS Summit Seoul 2026에서는 VVERTIGO의 클라우드 버전을 선보입니다. KOBA에서 소개한 온프레미스 기반 워크플로를 넘어, 클라우드 환경에서 확장·운영되는 또 다른 형태의 VVERTIGO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VVERTIGO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방송 제작의 패러다임을 직접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