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국면, 상반기 안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해야”

“조기 대선 국면, 상반기 안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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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정권이 바뀌면 임기가 한참 남았더라도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진을 바꾸는 것이 어느새 정례화가 됐다.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과 이사를 해임하고, 새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의절 전 KBS 사장 해임 처분 취소,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취소,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 취소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바뀐 정권에서 해임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장에 대한 해임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방송사 구성원들 사이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몇 십 년 동안 논의만 돼 왔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이제는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현업단체 주최로 1월 16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열린 ‘현장에서 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평가’ 토론회에 참석한 방송 현업인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는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 전문위원이 맡았다. 이 전문위원은 현재까지 발의된 12개 방송법 개정안들을 정리하면서 방송법 개정은 △정치적 후견주의 완화(→이사 추천 주체 다양화와 특별다수제 도입) △시청자 주권과 공영성 확보(→국민 참여 보장) △실질적인 보도·편집·제작자율성 확보(→임명동의제 및 편성규약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 명시) 등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형철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정치적 후견주의 완화 부분이 화두로 떠올랐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만큼 국회 추천 몫이 들어가야 하긴 하지만 그 영향력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봉철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정치적 후견주의 완화가 아니라 철폐해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이 아예 빠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치권과 함께 직능단체가 빠지는 안도 하나의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도 없고 부정적인 상황인데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정치권과 현업단체가 빠지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공영방송은 정부와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방송인데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은 지금까지 정치권력에서 독립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매번 정치권 싸움에 휘말려 정권이 바뀌면 사장과 이사들이 교체되는 모양새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뒤 “모든 사람이 공감했으나 그 어느 누구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바로 지금 결실까지 맺어야 한다”면서 방송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방송기술인연합회를 대표해서 나온 만큼 이사회에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포함돼야 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며 “공영방송은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는 조직이 아니라, 기술적 혁신과 미디어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기관이고 공영방송의 방향성에 따라 민영방송이 그 뒤를 따라오는데 기술에 대해 모르는데 어떻게 기술 발전에 따른 미래 전략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 특히나 요즘엔 AI를 기반으로 모든 기술이 융합돼 적용·활용되고 있는데 그러면 적어도 한두 명은 이러한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알고 있는 이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존 발의된 법안에는 없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제기됐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본부장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와 관련해서 내부 구성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사추위에 내부 구성원들의 참여를 추가하고 이 수치도 절반에 가깝게 가져가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문제를 4년 동안 앞장서서 끌고 왔는데 중요한 건 조기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미 죽 쒀서 개 주는 그런 상황을 겪어 봤기 때문에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올해 상반기 안에 방송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위원장은 “우리가 방송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이 법을 이렇게 만들면 우회할 가능성들이 제기되고 그런 부분을 막기 위해 또 추가되고 하면서 법안이 너무 복잡해졌다”며 “그래서 이사회의 집행 기능과 사장 선출 기능을 아예 분리하는 안도 생각해봤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100%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지인데 이사회의 다양성을 열어두되 사장 선출과 관련해선 국민과 내부 구성원 등에게 맡겨 사장과 이사회가 견제하도록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의 의견에 정수영 MBC 전문연구위원은 “지금 방송법 개정을 논의하는데 이사 추천 단체와 사추위에만 너무 포커싱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윤 위원장 제안처럼) 이사회의 역할과 공영방송의 책무·역할을 (이사회 역할에서 집행과 사장 선출 기능을 나누는 것처럼) 한번 정리하고, 정부에서 방송·미디어 분야, 법률 분야, 회계 분야, 기술 분야 등으로 나눠 방송사를 평가하는데 오히려 이렇게 분야를 정리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 등을 추천하는 그런 논의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경험했던 시행령 정치를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시행령 위임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있고, 이를 악용할 경우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