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플랫폼적 소명을 다하려면 (3)

[칼럼]지상파의 플랫폼적 소명을 다하려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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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여기서 700MHz 대역 방송용 필수 주파수의 확보 당위성을 비롯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등장해야 한다. 특히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경우 유료 방송 플랫폼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아이템일 것이다. 자사의 이윤을 위해 의무재송신 확대 및 재송신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겉으로는 보편적 시청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실질적으로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추구하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이들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촌극을 상상해본다. 유료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편적 시청권 달성을 위해 의무재송신 확대 및 재송신료 인하를 요구합니다”라고 주장하면 이렇게 반박하는 것이다. “돈 받고 서비스되는 무료 보편적 시청권은 없으니, 대신 700MHz 대역 주파수 방송 할당과 더불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구현을 통한 진정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구축하지요”라고 말이다. 그러면 유료 방송 플랫폼은 당황하며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지상파의 영향력을 너무 비대하게 만들어 줍니다(같은 뜻=상대적으로 유료 방송 플랫폼의 이윤이 줄어듭니다)”고 재차 반박할 것이다. 이 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주문하길래 의무재송신 확대나 재송신료 인하와 같은 비정상적이고 단편적인 방법이 아니라, 다채널 서비스를 하겠다는데 왜 말이 달라지나요?” 그리고 이 논의에 더해, “홈쇼핑 수수료 수입이 짭짤하시죠?”라고 언급하면 화룡정점일 것 같다.

바로 이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시를 들긴 했지만, 잠시 잊었던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전제하는 부분은, 유료 방송 플랫폼 사업자도 대한민국 미디어 환경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핵심적인 사업자라는 점이다. 그러나 최소한 보편적 시청권에 임하는 이들의 주장은 얄팍하다는 점과, 결국 선택은 시청자에게 맡기는 편이 옳다는 점이다.

동시에 화두를 선택한다. 지금 당장 지상파 방송사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라. 일각에서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이야기만 꺼내도 대외적으로 융단폭격을 당하는 현실 때문에 당당히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가 플랫폼적 소명을 다하지 못한 책임으로 감수하고 반드시 해당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도래한 지금,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만약 미디어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신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스마트 TV가 단순히 커다란 TV가 되어버린 현재와 같이, 여기에 클리어쾀 TV를 통한 임시 방편적인 시청권 보장 사례가 어이없게도 정부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더 이상 늦어서는 않 된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논의는 바로 지금 당장, 논의되어 그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