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700MHz 대역 주파수’

[분석] 목표는 ‘700MHz 대역 주파수’

488

국회에서 표류하던 정부 조직 개정안이 전격 타결되면서 주파수 이원화 정책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수위 원안 그대로 정부 조직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주파수 정책만큼은 민주통합당의 타협안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논의도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가 정부 조직 법안 중 주파수 정책에 있어 방송용 주파수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시키고, 통신용 주파수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ICT 및 통신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IPTV 및 케이블 SO 이관 문제로 협상의 초점이 축소되며 상대적으로 주파수 정책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파수를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은 유례가 없으며, 관련 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 이면에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불안감이 짙게 깔려있다.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는 현재 그 용도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비록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다 최근 풀려난 최시중 씨가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기습적으로 상하위 분할할당을 시도하긴 했지만, 이러한 결정도 확정적인 사안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 700MHz 대역 주파수의 용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통신업체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통해 통신기술의 발달 및 모바일 트래픽 해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사는 난시청 해소 및 UHDTV와 같은 뉴미디어 발전에 활용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통신기술 발달 및 모바일 트래픽 해소를 이유로 추가 주파수의 할당을 원하는 통신사의 의견에는 논리적 결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모바일 트래픽 증가에는 3G시절부터 ‘무제한 요금제를 통한 가입자 가열 유치’라는 원죄가 걸려 있다. 또 과도한 주파수 집중에 따른 산업 불균형도 문제다. 현재 통신업체는 국방부가 활용하던 1.8GHz 대역 주파수는 물론, 위성 DMB용으로 활용되던 2.6GHz 주파수와 향후 일정이 불투명한 2.1GHz 대역 와이브로 주파수도 모조리 독식하려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까지 통신업체에 넘어간다면 당연히 주파수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속사정은 모르고 그저 일부 국가의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용 활용사례에 매몰되어 해당 주파수까지 모조리 통신업체에게 몰아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여기에는 구 정보통신부 출신, 일부 방통위 간부들의 입김이 진하게 배어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 시점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는 용도가 불투명하다. 물론 잠정적으로 방송용 주파수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사항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에서 미과부로 이동하는 일부 관료들이 여야가 합의한 주파수 이원화 정책을 명목상의 슬로건으로 치부하고, 실질적인 주파수 정책 콘트롤 타워를 미과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번에 합의된 주파수 이원화 정책은 관련 산업의 동력을 저하시키고 효율적인 자원의 분배를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합의적 위원회가 주파수 정책을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임제 부처가 주파수 정책을 관장하는 것이 최악이라면 주파수 이원화 정책이 차악, 합의적 위원회가 주파수 정책을 전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덕분에 이 과정에서 불거진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문제는 방송-통신계의 오래된 감정을 더욱 고조시킬 전망이다.

여기서 한 가지 특기할만한 부분은, 주파수 일원화 정책을 주장하는 진영이 긍정적인 예시로 드는 것이 바로 미국의 FCC라는 점이다. FCC는 합의적 위원회로서 주파수 정책을 총괄한다. 즉, 주파수 정책을 일원화 시켜 하나의 기구에서 논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FCC는 대한민국의 방통위가 모델로 삼은 합의제 기구다. 주파수 정책이 일원화되어 합의적 위원회가 전담해야 한다는 근거를 아이러니하게도 독임제 부처의 주파수 관장을 요구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판국이다. 명백한 이중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