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접시 없는 위성방송인 DCS를 결국 위법으로 규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케이블 측은 즉각 “당연한 결과”라고 자평하며 “불법 위성 방송 행태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위성방송, 즉 KT 스카이라이프 측은 “우리의 주력은 DCS가 아닌 OTS(올레 스카이라이프)다”라고 애써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방통위의 시정 명령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 “DCS는 엄연한 위법”
방통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KT 스카이라이프의 DCS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방통위는 DCS가 법률이 규정한 허가 범위를 벗어난 방송으로 규정하며 DCS가 공중의 직접 수신을 규정한 위성방송 역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편법 IPTV 사업을 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는 DCS 자체가 방송법에 따른 허가제도를 무시한다는 상황판단도 깔려있는듯 하다. 이에 방통위는 해당 사안을 발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DCS 현안 자체가 방송법과 IPTV 법, 전파법 등 다양한 미디어 관련 법안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유권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방통위가 주장한 법 개정은 오랜 시간이 지나야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환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술단체를 활용한 여론전까지 구사했던 케이블 측은 방통위의 ‘DCS 불법 규정’에 일단 환영하고 있다. 양휘부 케이블TV협회 회장은 방통위 전체회의 결과가 알려지자마자 “불법 위성 방송의 중지는 당연한 일이다”고 진단하는 한편, “더 빠른 조치가 이뤄졌다면 사용자들의 혼란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케이블 측은 DCS 논쟁에 있어 KT 스카이라이프에 비교 우위를 점한 만큼, 향후 벌어질 KT 스카이라이프와 방통위의 분쟁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만큼 진흙탕 싸움에서 한발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뜻이다.
KT 스카이라이프 “수용할 수 없다”
역시 비대위를 구성하고 케이블의 공세에 맞서 DCS의 타당성을 주장하던 KT 스카이라이프는 방통위의 DCS 위법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시청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유료방송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방통위의 판단에 경악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방통위의 시정 명령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KT 스카이라이프는 국민의 미디어 선택권과 볼 권리를 내세워 기존 DCS 가입자 12,201명(26일 기준)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방통위와의 법정 다툼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DCS 가입자 대다수가 전파음역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시청권 측면에서 서비스의 타당성을 널리 알린다는 복안이다.
DCS 위법 판단..징조는 있었다
사실 이번 방통위의 DCS 위법 판단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온 일이다. 지난 23일 이계철 방통위 위원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결산 보고에 참석해 기술 발전 추세를 감안해 100%는 아니지만, DCS 자체는 위법으로 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방통위가 ‘DCS 자체를 위법으로 판단하되 실제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9일 방통위의 DCS 위법 판단이 떨어진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방통위는 “서비스는 불법이며, 신규 가입자는 더 이상 모집하지 마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해지 기한을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위법인데도 정식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아주 ‘희한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KT 스카이라이프-방통위 법정 분쟁 예고
한편 이번 결과를 두고 KT 스카이라이프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기 시작하면서 위성방송과 방통위의 법정 다툼까지 예고된다. KT 스카이라이프 측은 시청자가 신기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됐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시정 권고는 물론이고 시정명령 등 일체의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고 방통위는 만약 불복할 경우 법률에 의거, 방송사업 허가취소 등을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연스럽게 행정 소송을 통한 법정 분쟁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방통위가 케이블의 압박에 불법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DCS 기존 가입자에게 서비스 종료 시한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의 입장을 억지로 끼워 맞추어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는 전제를 내린 다음 “하지만 KT 스카이라이프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에 시정 명령을 내린 방통위는 법정 다툼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며, 케이블은 한발 물러나 호흡을 고르는 형국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