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망중립성 정의는?

[분석] 방통위의 망중립성 정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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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바일 트래픽 관리에 대한 권한을 통신사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했다. 이에 통신사들은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네트워크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방지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망중립성 논쟁의 승자가 급격히 통신사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이에 방통위는 모바일인터넷 전화(mVoIP),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등에 대한 유무선 통신사의 트래픽 관리를 사실상 전격적으로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유무선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는 망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논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 12일 열렸던 ‘제6차 미래토크’의 전개내용을 보면, 통신사들은 “mVoIP가 커피 전문점안에 차려진 자판기와 같다”며 사실상 mVoIP의 유해성을 부각시켰지만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는 자사의 mVoIP 서비스를 빗대어 망은 식당이 아닌 큰 시장이라며 “이통사가 음성을 가지고 사업을 해오다가 카카오이 유사한 사업을 시작하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양 측의 현안에 대한 ‘정의’자체가 다른 것이다. 즉, 통신사들은 mVoIP가 통신 근간을 뒤흔드는 ‘불법적인 수단’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카카오톡 측은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곽승준 위원장은 이를 위한 합리적인 체계정립을 촉구하며 망 중립성 논쟁을 풀기 위해서는 요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지사의 행보다. 그는 같은날 12일 시민단체들이 모인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관련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서를 제출한 자리에 참석해 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통신비를 낮추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즉,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로 볼 때 망중립성 논쟁에 있어 토론의 외곽에 포진한 일부 인사들은 통신사-콘텐츠 제공자의 중심에 서서 분쟁의 해법으로 ‘통신요금 체계의 재조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동시에 통신사-콘텐츠 제공자는 mVoIP의 개념 자체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며 의미를 재정립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망중립성 논란에 있어 당사자 외 인사들은 ‘통신요금 개편을 통한 나름의 윈-윈 작전을 구상하고 있으며(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당사자들은 망중립성 논쟁을 불러일으킨 mVoIP의 <개념>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하는 중’이라는 뜻이다. 그 <개념>이 음성 서비스의 일종이냐, 기존의 서비스 파이를 잠식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냐는 것을 두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기존의 ‘망 중립성 가이드 라인’을 더욱 구체화 시킨다는 명목아래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각계각층의 망중립성 논쟁 해결을 위한 의지를 꺾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망중립성 논쟁에 즈음해 공개된 유럽 전자통신규제기구와 유럽 의회가 공동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A view of traffic management and other practices resulting in restrictions to the open Internet in Europe)에 따르면 유럽 통신사의 77%가 mVoIP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13일 발표된 안을 통해 통신사에게 과도할 정도의 모바일 트래픽 통제권을 주려한다. 이는 명백히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망중립성 문제에 있어 통신사들이 모바일 트래픽 권한을 지나치게 많이 가지는 것보다 기술 개발을 통한 개선 의지를 더욱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파수로 따지면 광대역성, 혹은 주파수 공유 역량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1.8GHz부터 2.6GHz까지 모조리 독식하게 된 통신사들이야말로 모바일 트래픽의 ‘원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단순히 카카오톡 같은 콘텐츠 제공자에게만 묻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