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주파수 경매제, 최선일까.

[기고] 현 주파수 경매제,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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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지난 17일부터 주파수 경매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800㎒, 1.8㎓, 2.1㎓ 세 주파수가 그 대상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달 주파수 경매에 관한 주파수할당신청서와 주파수이용계획서를 접수받은 결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신청했다. 할당 공고사항 부합 여부, 무선국 개설과 사업허가 결격사유 해당 여부 등의 할당신청 적격심사를 한 결과 모두 적격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2.1㎓ 경매에 KT와 SKT의 입찰을 배제함으로써 LG유플러스가 단독 참여했다. 2.1㎓ 대역은 스마트폰 이용자 1000만 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무선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는 대역으로 꼽히며 이통 3사가 치열한 확보경쟁을 벌여왔다. 방통위는 유효경쟁 차원에서 LG유플러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2.1㎓ 대역에 대한 각 사의 필요성은 모두 같지만 가용대역 120㎒ 폭 가운데 SK텔레콤과 KT가 이미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로인해, 가장 치열한 접전은 1.8㎓에서 벌어지고 있다. SKT는 매물로 나온 800 대역을 현재 다른 800㎒대역에서 서비스 중인 LTE 대역과 당장 연계하기 어렵다. KT입장에서는 기존 20㎒와 새로운 대역을 묶어 서비스할 경우 속도가 2배가량 빨라진다. SKT와 KT는 예상대로 800㎒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각 대역별 주파수 경매 최저경쟁가격은 800㎒은 2610억원, 1.8㎓과 2.1㎓는 각각 4455억원이었다. __00㎒는 입찰이 성사되지 않았고, 2.1 ㎓는 LG유플러스가 4455억원으로 단독입찰했다.

1.8㎓의 가치는 8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추정된다. 4455억원에서 시작된 1.8㎓ 주파수 경매는 24일 경매가가 8000억원을 넘어서더니 9950억원까지 치솟았다. 26일에는 KT가 유예신청을 했다. 주파수 경매에 참여한 SKT와 KT는 각각 두 번씩 ‘유예’를 쓸 수 있다. 일종의 작전타임이다.

전문가들은 1조원대 초반에서 경매가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와 SK텔레콤 양측이 여전히 입찰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가격대비 효용성을 고려하면 1조원 이상은 두 회사 모두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매 형태는 ‘동시오름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참가대상 기업 모두 입찰서를 제출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동시오름은 상한가는 없지만 하한가는 정해져 있다. 전 입찰에서 최고 가격의 1% 이상을 써내야 한다. 무제한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입찰을 포기하면 자연스럽게 승자가 결정된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주파수 가격은 경매가 진행될 때마다 급격히 올랐다. 예상대로 경매가는 이미 두 배를 넘어섰다.

1조원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조 단위에 임박하자 사업자들은 주파수 효용 가치를 포함한 경매 전략을 새로 짜는 모습이다. KT는 일단 주말을 앞두고 유예신청을 하며, 숨을 골랐다.

두 회사 모두 입찰 가격이 8000억원을 넘어가면서 부담을 느껴 온 상황이었다. 역대 주파수 할당 가격에 비춰 볼 때 8000억~1조원 사이가 주파수 적정 가치지만 이전 대역과 비교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높았다. 이에 따라 내심 7000억~8000억원 정도를 적정 가격으로 보았으나 1조원에 임박하자 바짝 긴장했다.

방통위가 연말 정도에 추가 주파수 대역을 발굴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새로운 주파수 대역이 경매에 나올 가능성도 비춰지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대역은 디지털TV 전환에 따른 700㎒ 대역과 2.6㎓ 대역 등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나올만도 하다. 승자의 저주는 낙찰자가 지나치게 비싼 대가를 치름으로써 오히려 사업이 더 힘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통신비 상승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또, 주파수 경매제가 과연 최선의 정책 수단인지 점검해 보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이동전화, PCS, IMT-2000, 와이브로까지 우리나라에서 주파수 할당은 곧 신규 서비스 정책이었다. 경매제는 정부가 앞으로 이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심사 할당 때마다 얼마나 로비와 특혜 시비에 시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규 서비스를 통한 관련 산업 활성화와 국민 편익 증대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다. 일례로 할당받은 사업자가 주파수만 확보한 채 투자를 하지 않기도 한다. 이 때 투자를 강제해야 하는데 경매제엔 그 근거가 없다.

경매제에 의존하다보면, 할당이 필요한 분야가 소외될 수도 있다. 방송업계에서는 디지털 지상파TV 방송용 주파수 외에 차세대 방송을 위한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향후에는 고화질(HD)TV보다 4~16배 선명한 UHDTV나 3차원(3D)입체 방송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차세대 서비스에 대한 준비 없이는 막상 이를 도입하려고 할 때 주파수 부족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규 주파수 할당은 공공 분야, 특히 재난안전 쪽에서도 필요하다. 일본 대지진과 지난 7월 폭우를 경험하면서 뼈저린 경험을 한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