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디지털 정책 현황과 개선방안

라디오 디지털 정책 현황과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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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 2월호에 실렸던 글을 저자와의 협의 하에 옮겨 싣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방송의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0년에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디지털 전환을 종료하였고, 일본, 유럽 등 각국은 2012년 전후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텔레비전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는 텔레비전에 비해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 등이 이미 디지털화를 시작하였으나 아날로그 방송을 언제까지 종료할지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방송을 언제 시작할지 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라디오방송은 텔레비전방송에 비해 정책의 우선순위, 국민적 관심사, 사회적 영향력 등에서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 정책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

라디오방송은 일반국민이 이동 중에 혹은 다른 일을 하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실제로 국민들의 매체이용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에 1시간 30분 정도 라디오방송을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라디오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라디오는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변화가 적은 매체이다. 1930년에 시작된 라디오방송은 기술발전에 따라 음질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음성중심의 전통적인 성격을 고수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여타의 매체들이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고품질, 고기능의 멀티미디어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는 소리로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로 남아있다.
라디오방송이 디지털화 되면 CD수준의 음질과 5.1채널의 사운드방송 뿐만아니라 다양한 부가정보를 제공한다. 라디오를 통한 텍스트 확인 서비스, 동영상서비스 등 이용자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고기능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라디오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해외 사업자들이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어 세계 시장의 진출 및 기술선도를 위해서도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TV 등 모든 매체가 디지털화되고 있어 라디오방송의 위상 정립과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며, 디지털화를 통해 제한된 라디오 주파수의 효율성과 유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 1997년부터 라디오방송 디지털 전환 논의

우리나라에서 라디오방송의 디지털전환 논의는 1997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DAB(Digital Aucio Broadcasting) 도입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주파수의 부족, 시장성과 전환 재원의 부족으로 논의를 연기하였다. 이후 1999년에 DAB도입 연구반을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디지털화를 논의하였고, 2001년 이후에는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디지털라디오방송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실험방송 추진 등을 건의하였다.
라디오방송의 디지털방송추진이 본격화된 것은 2004년 DMB서비스의 도입을 논의하면서 부터이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해외 주요국의 오디오방송 디지털화에 주목하였다. 특히 2005년에 위성DMB방송을 시작하면서 라디오의 디지털화에 관한 기술표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였다. 이후 매년 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어 위원회나 연구반을 만들어 전환일정 및 기술방식 등을 검토하였다. 2010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술방식에 대한 실험을 실시하여 방식별 장단점을 도출하였다. 2011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산업계, 연구계, 학계, 방송사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라디오방송추진위원회’ 구성하여 운영 중이며, 이 위원회에서 그 동안의 논의를 종합하여 향후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 미국, 영국, 일본 디지털화 서둘러

영국,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텔레비전에 비해 라디오의 디지털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조기에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EU차원의 라디오방송 디지털 전환에 부응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EU의 기술표준인 DAB방식을 중심으로 라디오 서비스를 위해 새로운 주파수를 할당하는 Out Band 방식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HD라디오라는 기술표준을 중심으로 기존의 라디오 주파수대역을 활용하는 In Band 방식의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유럽과 기술표준인 DAB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기술방식인 ISDB-R방식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하고 있다.
영국은 1995년에 BBC가 최초의 지상파DAB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1999년에는 상업방송인 Digital One이 라디오방송의 디지털방송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지연되면서 2009년 영국정부는 ‘The Digital Britain Final Report’를 통해 2015년 말에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는 일정을 제시하였다. 미국의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는 지상파와 위성방송의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01년부터 XM라디오와 Sirius에 의해 디지털 라디오 위성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은 2002년 기술표준이 결정되면서 사업자들이 이미 할당받은 주파수를 활용하여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유럽방식인 DAB방식을 기초로 독자적인 기술표준인 ISDB-R(Integrated Service for Digital Radio) 방식으로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ISDB-R방식은 Out Band 방식으로 라디오만의 독자적인 기술 표준이 아니라 텔레비전과 함께 디지털방송을 제공한다.

| 기술방식은 DAB, DRM, HD라디오가 경합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라디오방송의 기술방식은 일본의 ISDB-R방식을 제외한 DAB, DRM, HD라디오가 경쟁하고 있다. DAB는 아날로그 방식인 AM/FM 방송보다 잡음 및 다중경로 방해 등에 강하며, CD수준의 고품질 방송이 가능하다.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부가적으로 데이터방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DMB방송도 이 기술표준에 기초하여 개발하였다. DAB는 오디오 압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MUSICAM 방식을 활용하였으나 이를 보완하기 위해 AAC와 AAC+ 방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DAB+로 발전하였다. DAB는 기존의 라디오방송 주파수대역인 AM/FM 대역보다는 VHF 대역인 BAND-III와 L-BAND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DAB는 유럽의 전 지역, 캐나다, 대만, 호주, 싱가폴 등에서 국가표준으로 채택하여 서비스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에 국가 공공방송 서비스 표준으로 채택하였다.
DRM은 기존의 라디오 주파수대역인 장파, 중파, 단파에 해당하는 30MHz이하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존 방송사업자가 자신의 대역에서 디지털화가 가능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DRM은 각각의 용도에 맞는 파라미터를 제공해 사업자가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하나의 채널에서 동시에 4개의 프로그램을 서비스 할 수 있으며, SFN(Single Frequency Network)과 MFN(Multi Frequency Network) 구성이 용이하다. 그러나 단파 전파환경에서는 오디오 음질이 떨어지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시방송 시에 대역의 한계로 인해 품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최근에 DRM의 약점을 보완한 DRM+를 제안하고 있다. DRM은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 상용서비스 중이며, 중국, 독일 멕시코, 호주 등에서 시험방송을 통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HD라디오는 원래 IBOC 방식을 개선한 것으로 아날로그 AM과 FM라디오 주파수 대역에서 무리없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개발하였다. HD라디오는 아날로그 음성신호 양옆에 디지털 신호를 배치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전송하는 hybrid 모드, 디지털 대역을 확대한 extended hybrid 모드, 아날로그 대역을 모두 디지털 신호를 내보내는 all-digital 모드가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시방송이 가능해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날로그방송 청취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존의 송신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전환비용이 절감되나 아날로그 방송의 지속으로 빠른 디지털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 상용화되어 서비스 되고 있으나 기술규격이 공개되지 않아 기술료가 다른 방식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 우리나라는 기술방식 실험방송 중

우리나라는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DAB, DRM, HD라디오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 이미 DMB 도입과정에서 디지털 오디오방송 표준으로 DAB방식을 수용했으나, DMB서비스에만 적용한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라디오방송의 기술표준 선정을 위해 2009년 Lab Test을 실시하였고, 2010년에는 강원도 괘방산에서 실험방송을 실시하여 이들 방식의 장단점을 분석하였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디지털라디오방송추진위원회’에서 기술방식 선정을 검토 중이다. 기술방식을 조기에 선정해야만 디지털라디오 방송의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2011년에는 방식 선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디지털라디오 기술방식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지형과 서비스 조건을 고려하여 양호한 품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방송사의 전환비용을 최소화 해야 하고, 디지털 전환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이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며, 이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편리하게 고기능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각 기술방식이 각각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어 다양한 이러한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에 기초하여 최적의 방식을 선정해야 한다.

| 기존 라디오방송사의 이해관계 복잡

라디오 디지털화의 주체는 라디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방송사이다. 라디오방송이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적극적인 전환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라디오방송사가 디지털화를 추진해야 할 동인이 크지 않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비해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해도 광고수입 등 수익이 증가하지 않는다. 디지털라디오 방송이 청취자에서 고품격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런 서비스를 청취자들이 원하는지도 불투명하다. 청취자들은 현재 라디오방송의 음질과 서비스에 크게 불만이 없고, 디지털 라디오방송의 고품격서비스인 데이터방송과 영상서비스는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기존 라디오방송사 입장에서는 디지털 라디오방송의 도입을 통해 경쟁력이 제고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라디오 방송사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라디오방송이 도입되었을 때 텔레비전과 같이 기존 방송사의 주파수 사용권을 부여할지도 방송사들의 관심사이다. 기술방식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기존 주파수대역을 활용할 수도 있고, 별도의 주파수 대역을 할당할 수도 있다. 기존 주파수 대역을 활용할 경우 디지털 라디오방송은 FM에 할당된 200KHz를 이용해 여러 개 방송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때 기존 라디오방송사가 200KHz를 모두 활용해 다채널 서비스를 제공할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1개 채널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신규 방송사업자에 사업권을 줄 수도 있다. 디지털 라디오방송을 위해 별도의 주파수를 할당할 경우 어느 대역을 얼마나 할당할지에 따라 기존 사업자와 신규사업자의 운용채널 수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어떤 기술방식이든지 기존 사업자의 방송서비스 권은 보장해 주겠지만, 만약 추가로 신규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기존 사업자와 경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 사업자들은 기술선정 방식과 주파수 배분 방식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 라디오 방송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자금 필요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설비 구축 등 비용이 필요하다.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부터 수백억 원의 전환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방송사들은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텔레비전방송과 함께 운영하는 방송사들은 201년까지 텔레비전의 디지털 전환에 수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KBS의 경우 수신료 인상을 통해 이 비용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으나 현실화되기 어렵고, 기타 방송사들은 추가적인 광고수입 등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시장구조로서는 별도의 비용마련이 힘들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으로 수익을 얻는 가전사나 장비회사들이 디지털 전환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의 디지털 전환 사례에서도 봤듯이 가전사나 장비회사의 지원은 현실화 되기 어렵다.
라디오방송이 디지털화 되면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제공에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단순 한 오디오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오디오 프로그램의 내용을 텍스트나 정지영상 등을 통해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상승한다. 동시에 기존의 음질과는 다른 음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서 그에 적합한 환경에서 제작을 해야 하는 비용도 추가된다. 또한 제작된 프로그램을 이용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방식을 전환하는 데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전 아날로그 방송과 달리 프로그램 제작에 더 많은 제작인원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 타 경쟁매체와의 관계 고려해 위상 정립해야

디지털 라디오방송이 도입되었을 때 라디오방송의 위상과 역할은 달라진다. 고품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방송을 통한 문자, 해설, R-Commerce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나아가서는 전국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채널을 별도의 조작없이 청취할 수 있는 SFN(Single Frequency Network)서비스가 가능하고, DMB와 같이 영상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듣는 라디오’에서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똑똑한 라디오’로 변화한다. 청각에 호소하는 단일기능을 통해 이동성과 병행성이라는 장점을 가졌던 라디오가 멀티미디어로 변화하여 새로운 매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디지털 라디오는 멀티미디어로 이동 중에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여 DMB 또는 스마트폰을 통한 음성과 영상서비스와 유사하다. 그리고 고정 장소에서 디지털 오디오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디지털 케이블TV, 디지털 위성방송, IPTV와 경쟁관계를 형성한다. 최근에는 하나의 콘텐츠를 PC, 휴대단말, TV 등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어 향후 디지털라디오 서비스와 경쟁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도입과정에서 디지털 라디오가 누구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어떤 만족감을 줘야 하는지를 고려해 야 한다. 즉 디지털 라디오방송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라디오방송은 현재의 아날로그 라디오방송과 같이 방송사에서 이용자의 취향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광고수입을 통해 방송사를 운영하는 구조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 콘텐츠의 경쟁력 등 사업화 방안이 관건

디지털 라디오방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의 보급이 중요하다. 디지털 라디오방송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 단말기로는 수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단말기를 구비해야 한다. 특히 차량 등에 부착되어 있는 아날로그 수신장치를 제거하고, 디지털 수신장치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텔레비전 수상기의 보급에서도 나타나듯이 디지털라디오 수신기의 보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차량의 경우 자동차 회사등과 협력 체제를 유지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가정에 있는 오디오 기기는 일반인들이 능동적으로 단말기를 교체해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조사에서 DMB 이용자의 70% 이상이 휴대폰에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선택했다고 응답한 것처럼 라디오도 능동적인 선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단말기 보급을 위해 수신기 제조회사 등과 별도의 홍보체제를 갖춰야 한다.
디지털 라디오방송이 시장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청취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기존 라디오방송보다는 고품질의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이동 중에도 편리하게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라디오의 장점인 병행성을 활용하여 다른 일을 하면서도 디지털 라디오방송을 즐길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타 매체들의 서비스와 유사하게 다양하고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조작과 이용이 단순하여 모든 계층이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라디오의 장점을 활용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고품격의 고기능 서비스를 제공하되, 그 품질을 높여 매니아 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서비스 전략이 필요하다.

| 원활한 전환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 필요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사항을 담고,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마련이 필요하다. 텔레비전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는 ‘지상파텔레비전방송의디지털 전환과디지털방송의활성화에관한특별법’을 개정하여 이 법 안에 라디오방송을 포함해야 한다.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명시하여, 이에 근거하여 적극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해야 한다. 라디오의 디지털전환 시기, 정부의 지원사항, 방송사와 가전사의 의무사항 등을 법제 속에 포함해야 하며, 관련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관여하도록 명문화 해야 한다.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자금의 융자와 지원, 그리고 디지털 라디오방송에 대한 광고료 의 조정, 그리고 디지털라디오 방송의 설비 및 기술 지원 등 인센티브 부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의 혜택이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디지털 라디오 프로그램 포맷 개발, 프로그램 제작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용자들이 단말기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가전사와 함께 보급형 단말기의 개발 등도 추진해야 한다.

| 라디오 디지털화를 위한 국민적 동의가 선결과제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디지털 라디오방송 서비스를 시작한 영국 등 유럽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라디오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는 덴마크와 영국으로 2009년을 기준으로 수신기 보급률이 30%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이 오디오 중심의 라디오방송은 그 이상의 고품질과 고기능 서비스가 필요없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서비스 제공자들이 라디오 이용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신기 보급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도 유럽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용자들은 기존의 라디오서비스에 만족하고 있고, 사업자들도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 그 이상의 서비스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시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수신에 필요한 단말기를 어떻게 원활하게 보급해야 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왜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라디오방송의 디지털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해야 한다. 즉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며,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와 방법이 필요한지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은 물론 방송사 종사자들이 디지털 라디오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디지털 기술발전에 따른 대응, 해외 주요국과의 산업 경쟁 등 추상적인 수준에서의 전환 사유에서 벗어나 방송서비스의 발전, 이용자의 방송복지 증진, 나아가서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쟁력 제고에 어떠한 이익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이 수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