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KBS…지역국 살리기 촉구에 상위 직급 감축까지

‘내우외환’ KBS…지역국 살리기 촉구에 상위 직급 감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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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KBS에 2개월 내 ‘상위 직급 감축안’ 제출 시정명령
언론노조 KBS본부 “지역국 활성화 방안에 사장직 걸어라” 촉구
KBS 노동조합 “지역국 구조조정 당장 멈추고 사과하라”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1000억 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KBS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KBS 내부 구성원들이 사측이 최근 마련한 비상경영계획 중 하나인 지역국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지역방송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과다한 상위 직급 비율을 감축하는 등 직제 규정의 정원표를 합리적으로 개정해 제출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KBS는 여러 난제에 휩싸였다.

방통위는 8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허가 조건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KBS에 대한 시정명령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017년 감사원이 KBS의 상위 직급 비율 과다 문제를 지적함에 따라 KBS 재허가 의결 및 조건에 과다한 상위 직급 비율 감축을 골자로 하는 직제 규정의 정원표를 개정해 제출토록 했다.

감사원은 “KBS는 2직급 이상인 상위 직급이 전체 직원의 60%를 초과하는 등 ‘가분수형 인력구조’”라며 “두 차례 상위 직급을 정리하라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2~5직급의 정원을 통합 관리하면서 승진시키고 있어 상위 직급 과다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직급 갑(甲)과 을(乙)의 평균 연봉은 각각 1억2200만 원, 1억700만 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KBS는 재허가 조건을 이해하지 않았다. 이에 방통위는 6개월 내에 직제규정 정원표를 제출하도록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KBS가 또다시 이행하지 않자 이번에는 2개월 내 제출하라고 다시 한번 시정명령을 내렸다.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KBS 상위 직급 비율이 과다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은 뒤 “방통위가 재허가 조건으로 감사원 지적 사항 이행을 6개월 이내 해소하라고 조건을 붙였지만 위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개선 노력이 미흡하고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은 “제때 이행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과반수 노조의 합의 및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인 만큼 (시간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또한 초고화질(UHD) 프로그램 의무 편성 비율(10%)을 준수하지 않아 지상파 UHD 방송국 허가 조건을 위반했다. 방통위는 향후 편성 비율 위반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올해 편성비율을 준수토록 했다.

현재 K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은 경영 악화로 프로그램 투자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UHD 편성 비율도 지난해 10%에서 올해 15%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제작 여건이 여의치 않다. UHD 프로그램의 경우 UHD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제작비 및 인력 투입도 기존 HD 프로그램보다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이에 방통위는 이날 UHD 방송의 제작 및 투자 여건 등을 감안해 지상파 UHD 방송의 편성 비율 산정 기준이 되는 ‘UHD 프로그램 인정 기준’의 개정안을 보고했다. 개정안은 지상파 UHD 활성화에 기여하는 프로그램, 반복 방송 및 재가공 프로그램 인정 기준 변경 등을 담고 있으며,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UHD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UHD 신규 허가 심사 시에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예측이 나왔다”며 “지상파 UHD 대책을 원점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BS 내부에서는 지역방송 활성화에 대한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상경영계획’에 따르면 KBS는 고정 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TV, 편성, 송출센터 등 지역국 7개 일부 기능을 광역거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순천과 목포, 진주 등 7개 지역국의 핵심 기능을 광역 총국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지역 방송국에 대한 구조조정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정치권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비수도권 시청자들이 내는 KBS 지역 수신료는 전체 수신료의 53.4%로 절반을 넘고, 광고 수주량의 지역 기여 배분율도 평균 35%에 달함에도 KBS는 비수도권 지역을 비효율 지역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지역 방송국 폐지 계획을 철회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론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3일 특보를 통해 “지역 방송국 광역거점센터 육성에 대한 세부시행계획이 나왔지만 지역 방송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절실함은 찾아볼 수 없고, 철학도 비전도 없다”며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마저도 뒤로 미루고자 하는데 과연 지역방송을 활성화할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역 내부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주의 깊게 듣고 정책에 반영하라”며 “단순히 지역 방송국의 기능을 축소시키는 방안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KBS 노동조합도 “순천에서 본자 지역정책실 주재로 열린 설명회에서 시민들의 야유가 이어졌다”며 “지역정책실의 설명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고 꼬집었다. KBS 노동조합은 “지역국 기능을 줄여야 얻는 공적‧사적 이익이 구체적으로 분석돼 나온 것이 아니라 일단 줄여놓고 생각해보자 식”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식’의 지역국 죽이기 정책에 시청자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