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상파 안테나, 제대로 세우기

[기획 시리즈] 3. 지상파 안테나, 제대로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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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 후에 맞이하는 첫 아침은 어떨까? 지금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혼란과는 달리, 정작 그 날 아침은 여느 날과 다름없는 매우 조용한 아침이 될 수 있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이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지상파 신호를 안테나로 수신하는 사람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아날로그 환경에서 유료매체 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많은 가구들과 또 아날로그 종료를 알리는 고지에 놀라 우왕좌왕하는 직접수신가구마저도 낚아챈 유료매체들의 떨이 사냥이 성공해서일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고품질 지상파 신호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여러 해 동안 수조 원을 들여 제작 시설을 갖추고 힘들게 무선국을 건설한 결과가 이런 식의 아무 일 없는 ‘조용한 아침’으로 돌아온다면, 과연 우리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디지털 전환 대상은 전 국민 3.3% ?
2012년 말까지 예정된 지상파 디지털 전환 사업은 ‘고품질 방송을 이루고 효율적 주파수 활용을 통한 국민 복지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상파를 디지털 전환하게 되면 무조건 주파수가 남는다’는 정부의 결론에 따라 700MHz 이상에서 이용하던 지상파 주파수들은 모두 700MHz 이하로 강제 이주 중이고, 이렇게 이주해 오는 주파수들을 어떻게든 수용하기 위해 지상파 TV대역 전 주파수들에 대해 현재 대규모 이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비워 놓은 주파수 대역에 정부가 4세대 무선 통신용 주파수 할당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사실상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확장을 위해 700MHz 대역을 비워 주기 위한 지상파 방송 주파수의 전면 재개발로 보아야 한다.

물론 아무에게도 이득이 없는 재개발은 없다. 디지털 방송 서비스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가전사들의 DTV 판매 수익은 확대되고 있고, 이통사는 새로운 대역을 활용한 추가 수익의 기회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는 주파수 경매를 통한 경매 대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살던 곳을 양보하고 기존 주파수 대역보다 줄여서 서비스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재개발의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수많은 장비의 교체, 무선국들의 건설과 이전 비용까지 스스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모두가 이득을 얻게 된다는데 그 동안 700MHz를 사용함으로써 국민 복지를 위해 지상파 방송이 담당해 왔던 역할과 그 가치는 거론되고 있지 않다.

지난 해 말 DTV코리아가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 지역에서 조사한 직접 수신 가구 수의 평균은 3.3%라고 한다. 물론 시범사업을 선정할 당시 해당 지역에서 아날로그 신호를 종료하더라도 지형적으로 타 지역에 영향이 많지 않은 곳을 택했다는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되겠지만, 예상보다 낮은 수치는 디지털 전환을 직접 수행하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그동안 진행해 오던 수신환경 개선 방법 자체의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극히 부분적이고 지역적인 데이터가 정부 측 관계자들의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고, 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고화질, 고품질에 앞서 디지털 신호의 가장 큰 장점은 아날로그 신호 대비 월등한 수신 성능이다. 이는 기존 아날로그 TV 신호가 도달되지 않던 지역에서도 디지털 신호는 전달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지휘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 속에는 이러한 디지털 신호의 특성은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시청자의 ‘혼란을 최소화 한다’는 명분 아래 전환 대상을 직접수신 가구로 한정하는 등 목표도 낮추어 잡고 있고, 유료방송 가입 가구 비율을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케이블 SO 역시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편승하여 지상파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아날로그 시절의 지상파 재송신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혼란의 최소화가 목적이면 차라리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국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방송 플랫폼의 다양성은 내용의 다양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방송 서비스 공급 경로의 다양성도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개별 가구마다 케이블이나 IPTV처럼 유선으로 공급하는 플랫폼도 있고, 수신기 몇 미터 내에서 무선으로 공급하는 플랫폼도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지상파 방송의 경우 그 서비스 영역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며, 긴급한 재해, 재난 발생 시 집 주변 유선 플랫폼 전송망이 붕괴 된다 하더라도 재난지역의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버리고 지상파를 유료방송으로만 시청하게 된다면 실질적인 플랫폼의 다양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상파 신호의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국민 모두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최소한 지상파가 수신 되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확인하고 난 후, 국민 각자의 기호에 따라 유료방송을 추가로 선택할 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올바른 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울진과 당진, 강진 등 시범지역의 지상파 신호 직접수신 가구가 3.3%라는 조사 결과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할 이유이지 반대로 줄여야 할 이유는 절대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시청자 바로 보기: 지상파의 고객은?
플랫폼이 가진 힘과 영향력은 철저하게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가입자 수로부터 출발한다. 특히 유료방송의 경우 가입자의 수는 플랫폼 수익의 원천이자 플랫폼이 시도하는 모든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반이 된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의 가입자는 누구일까? 지상파는 무료 보편적인 콘텐츠로서 플랫폼을 초월해 전 국민을 가입자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선할 것이다. 하지만, 유료 플랫폼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속에 해당 가입자는 타 플랫폼을 버리고 자기 플랫폼을 택해 준 소중한 고객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누구보다 지상파의 직접수신을 선택해 준 시청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지상파의 고객 중에서도 초 우량고객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아날로그TV 시대에는 안테나로 수신하는 지상파 신호와 재송신 매체를 통해 시청하는 지상파의 품질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 두 가지 방식으로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공급해 옴으로써 어떤 면에서 보면 충성도 높은 직접수신 우량고객을 상대적으로 홀대(?)해 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행히도 최근 지상파 공동으로 지상파 직접 수신 시청자를 보호하고 이들의 수를 늘리기 위한 <수신환경 개선 사업 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 동안 소홀했던 직접 수신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고 지상파 플랫폼의 정체성을 되살리자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시청망 복원과 같은 시청자 직접 수신 환경 개선 노력은 ‘말을 물가로 데려다 주는’ 정도의 효과밖에 거두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도록 만든 것은 와이파이의 성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고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와이파이에 접속하도록 만든 수많은 어플들 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경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무료디지털전환추진위원회>처럼 시청자의 난시청을 해소하고 수신환경을 개선한다고 해서 그 비율만큼 직접 수신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 번의 공시청망 복원 이후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시청자는 언제든 유료방송의 마케팅에 넘어갈 수 있음을 수차례 경험을 통해 확인하였다.

결국, 시청자 스스로 지속적으로 지상파를 직접 수신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바로 직접수신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인 것이다.

  

직접수신 시청자만을 위한 차별화
그렇다면 직접수신 시청자만이 특별하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어떤 것일까? 지상파의 화질은 현재까지는 매체들 중 최고로 볼 수 있었으나, UDTV를 이후부터는 타 플랫폼 대비 최고 수준이라 말할 수 없게 된다. 블루레이 등 지상파 보다 고화질에 익숙해 진 시청자들은 점차 지상파 보다 나은 화질을 얻기 위해 케이블, 위성, IPTV 등을 찾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직접 수신된 지상파 콘텐츠가 지상파 A/V 만 재송신하는 매체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고화질 콘텐츠와 연계된 데이터 방송을 포함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포함한 종합적인 품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청자들에게 보급된 데이터방송 지원 단말의 수는 민망할 정도로 적다. 지상파 데이터방송 수신 기능이 의무사항이 아닌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유료 플랫폼과 달리 지상파 방송사들은 단말의 기능을 통제하거나 개선을 주도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아주 작은 기능의 개선조차도 제조업체와의 숱한 협의를 통해 얻어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지금도 지상파가 전파로 송신하고 있는 신호 속에 해당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음식점 정보, 날씨 정보, 교통 정보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송출되고 있고 데이터방송을 지원하는 단말만 있으면 누구든 이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시청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시청자는 오히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다른 매체를 통해 현재 시청하고 있는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찾는 경우가 허다하여 결국 고객을 잡아두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지상파는 원하는 기능을 단말사들이 지원해 주기를 바라며 설득하던 방식을 바꾸어 데이터방송의 최종 소비자인 시청자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데이터방송이 송출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현재 데이터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필요한 부가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알리도록 노력하다 보면 시청자들은 다음 TV를 구입 시 데이터방송 수신 기능이 있는 TV를 고려하게 될 것이고, 이는 제조사의 생산 확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매우 각광받고 있는 와이파이는 당초 유선 인터넷의 무선 보완재로 초기에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모바일 기기들을 이용한 인터넷 이용이 증가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현재의 지상파 데이터 방송 역시 시청자의 인식만 전환된다면 와이파이와 같은 새로운 국면의 전환을 이루지 말란 법도 없다.

지상파 데이터 방송으로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음을 시청자가 인식하게 되면 자연히 데이터 방송을 지원하는 단말을 찾는 시청자가 많아질 것이고, 제조사는 데이터 방송을 지원하는 단말의 생산을 늘리게 되고 이는 다시 지상파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직접수신을 통해서만 수신할 수 있는 데이터방송의 증가는 소비자로 하여금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높여줄 것이고, 시장에는 소비자의 직접 수신을 돕기 위한 소형 안테나, 손쉬운 연결장치 등이 자연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단말사들은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제품에 맞는 안테나를 스스로 끼워 팔게 될 수도 있다.

데이터 방송은 해당 프로그램 방송 시간 외에도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홍보할 수 있고, 데이터방송 제작 시 이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시청자 참여도와 데이터 서비스의 완성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

  

스마트한 지상파 = OHTV
스마트TV 시대에는 방송 신호를 표현하는 기기로만 사용되던 모든 TV가 스스로 인터넷 기능을 가지게 된다. 즉, 직접이든 셋톱박스를 통하든 인터넷 포트를 통해 쌍방향 통신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TV는 이제 더 이상 지상파만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집안과 거실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 기기의 중심이 되며 이에 필요한 다양한 어플들을 함께 수용할 수 있게 되고, 지상파는 이제 다른 매체 다른 채널들뿐만 아니라 TV속 어플들과도 시청률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지상파 신호와 연계된 스마트TV의 한 형태로서 OHTV(Open Hybrid TV)가 주목 받고 있다. OHTV는 2007년 지상파와 가전사를 중심으로 추진된 ‘닷TV’의 구조를 계승하고 표준을 좀 더 개방형으로 설계한 것으로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쌍방향 서비스와 지상파의 데이터 서비스를 연계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지상파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데이터 서비스의 형태는 기존 지상파 ACAP 기반의 데이터 방송 외에도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웹형태의 데이터도 함께 포함한다.

OHTV 역시 지상파 데이터방송처럼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말사와의 협력 등 필요한 부분이 많겠지만, 새롭게 나타난 스마트TV와 연계되어 지상파가 오랫동안 추구해 왔던 ‘단방향성 극복’을 해결함으로써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지상파가 제시할 ‘좀 더 스마트한 지상파 TV’의 훌륭한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상파, 스마트 시대 미디어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광고수익의 하락과는 반대로 차세대 지상파 방송을 위한 주파수의 부족, 종편과 스마트TV의 등장 등 지상파가 직면하게 될 문제는 쌓여만 가고 있다. 국민의 기본 서비스인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시청자 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는 전 국민의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라이프 실현을 위한 국가적 사업임에도 불구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 보다는 개별 사업자의 비즈니스로 취급되거나 의무사항으로만 지워지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지상파의 디지털전환은 지상파 사업자에게 ‘법과 정부에 의해 떠밀려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최소한의 요건이 되고 있고, 3DTV, OHTV, UHDTV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상파가 추구하는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시청자의 직접 수신 없이는 어떤 것도 원활하게 이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볼 때, 직접수신 시청자의 확대는 새로운 스마트미디어 시대에서도 확고한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인식 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지상파는 최대 고객인 직접 수신자를 보호하고 늘리는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와 동시에 직접 수신자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극 홍보해 나가야 스마트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미디어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TV 신호와 작별을 고해야 하는 2012년 12월 31일, 시청자는 새로이 변경된 DTV 주파수를 잡기 위해 안테나를 점검하고 리모컨의 채널 재검색을 하느라 바쁘고, 지상파 사업자는 시청자의 문의 전화에 응대하느라 분주한 아침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불필요하고 막아야 할 혼란이 아니라 스마트 시대의 새로운 지상파로 태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산통인 것이다.

– SBS 정책팀 조삼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