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평가 제도 개선안 ‘감점 방식’ 강화…방송사vs시민단체 입장 엇갈려 ...

방송 평가 제도 개선안 ‘감점 방식’ 강화…방송사vs시민단체 입장 엇갈려
“지나친 감점이 제도의 취지를 흐린다” vs “거저 주는 점수가 평가를 왜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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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방송 평가 제도의 개선안이 발표됐다. 매체별·채널별 특성을 반영한 진보적 개선안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지나친 감점 제도로 평가의 본래 취지를 흐린다는 부정적 평가도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하 KISDI)이 주관한 ‘방송평가 제도개선 공개 토론회’가 8월 3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대표로 이번 개선 방안을 발표한 성욱제 KISDI 연구위원은 개선 방향을 3가지로 꼽았다. △매체특성 반영확대 및 평가체계 객관성 확보 △평가기준 및 방법의 합리적 개선 △환경변화 적극 대응 등이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감점 항목의 배점 방식을 개선한다. 기존 평가 방식은 기본 배점 부여 후 위반 건담 감점하는 방식으로, 감점이 없는 경우 항목에 따라서는 총점의 약 1/3에 해당하는 점수를 기본적으로 부여받아 전체 평가 점수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위반 건당 감점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항목의 경우, 기본 점수를 부여하지 않고 이를 감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특정 항목의 지나친 감점도 전체 평가 점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목별 감점 최대치를 총점의 10%로 제한했다.

다음으로, 기존 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재설정했다. 일부 항목의 경우 사업자별로 우선순위를 다르게 적용해 매체 특성에 따라 더 중요하고 비중 있게 평가받아야 할 항목에 차등을 줬다.

이외에 사업자 구분 없이 적용됐던 재난방송 평가 방식을 4개 그룹으로 평가대상군을 설정해 세분화했으며, 장애인 고용에 있어 고용 비율 평가 기준을 법령에 따라 상향했다. 또, 현실적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TTA 인증 제품 투자비 비율 항목을 삭제했으며, 표준계약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EBS를 평가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많은 의견이 제시된 것은 감점 제도였다. 임석봉 JTBC 정책팀장은 감점 제도가 적용되는 항목이 4개이니 총점 600점 중에 40%인 240점까지 감점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방송 평가 제도의 취지는 “방송사업자가 해야 할 이상적 부분, 공적 책무를 높이고 공정성을 지키도록 하는 것”인데 “최근 몇 년 동안 배점을 보면 방송사가 잘하는 것은 심사 항목에서 빼고 못 하는 것을 더 부가시켜 확대한다”는 것이다.

채호석 GS홈쇼핑 대외협력부장 역시 “이번 제도 개선의 가장 큰 변화는 감점 제도인 것 같다. 10%로 제한을 둔 것도 부족하게 느껴진다”며 “방송사가 활발하게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점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점 제도에 대한 방송사의 반감과 달리 시민단체에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10%의 제한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김세옥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팀장은 “자체 심의 항목의 경우 심의 위반 건수와 관계없이 심의 시스템을 갖추기만 하면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등 기본 점수로 깔릴 항목이 많이 있다”고 꼬집으면서 “감점 항목이 충분한 역할을 하려면 10%라는 최대치를 굳이 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성욱제 연구위원 역시 방송사들의 지적에 대한 답변을 김세옥 정책팀장의 발언으로 갈음한다고 밝히면서, 가점 제도의 경우 “과거 운영한 사례가 있으나 사업자가 또 다른 항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제도에 있어 지역성 구현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개선안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있었다. 임성원 CJ헬로 사업협력팀장은 “지역이라고 해도 물리적 경계와 생활 중심의 정서적 경계의 차이가 큰데 어떤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애매하다”며 ‘지역성’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지적했다.

플로어에서도 이번 개선안이 지역 방송사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낮은 거 아니냐는 의견이 이어졌다. MBC 강원·영동 소속의 참석자는 외주제작사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항목에 “강원·영동에 경우 외주제작사라고 할 수 있는 업체가 두 군데 정도이고 고정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곳은 한 군데뿐”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경우 “실제 거래도 없는 외주제작사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건인지, 단 1곳의 외주제작사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것인지 난해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방송사가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방송될 경우 가중치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전국 방송을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관심있는 내용을 다뤄야 하는데, 그런 경우 지역성과는 멀어지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성 연구위원은 “지역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연구하는 분들에게도 끝없는 숙제다. 현재 범위는 방송이 나가고 있는 해당 지역에 관한 내용이어야 지역성으로 판단하고 기준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지역방송사업자 등 더 많은 관계자가 함께 자리하지 못한 데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방송 평가에 대한 공유와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성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세부 항목조차 공개되지 않았는데 10여 년간 계속해서 개선돼 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최대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오광혁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장은 방송 평가 제도가 사업자의 순위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방송 평가는 가급적 평가단의 개인적 의견이 아닌 계량적 평가를 통해 객관적 평가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방송 평가가 지나치게 계량적이고 형식적으로 실제 사업자의 공적 책무 수행력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한 답으로, 오 과장은 “방송사의 재량은 재허가·재승인의 평가를 통해 전체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방송 평가는 방송사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했는가를 보기 위한 제도로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