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칼럼> 하이브리드 & 푸시

<이종화 칼럼> 하이브리드 & 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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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서비스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유선이든 무선이든 트래픽 급증은 불가피하며, 무선에서조차 CDN 서비스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중 가장 많은 트래픽은 IPTV 서비스가 차지할 수 밖에 없고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며, 규제기관도 투자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IPTV 사업자들 스스로가 네트워크 과투자 문제를 실토하고 있는데다 강한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꿈꾸던 황금알을 낳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면 과연 돌파구는 없을까? 필자가 볼 때, 두 가지 대안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 첫 번째는 ‘하이브리드TV’이며 두 번째는 ‘비실시간(non-realtime) 서비스’이다. IPTV는 서비스 구성 상, 일반적으로 ‘실시간 다채널 방송’ 및 ‘TV포털 서비스’의 두 축으로 나눠지지만, 시청자의 선택과 요구에 의한 서비스가 곧바로 실현되는지 여부에 따라 실시간과 비실시간 서비스로 나눌 수도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의 비실시간 서비스를 말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TV

 올 6월, 변재일 의원이 국회에서 하이브리드 방송체험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실시간 방송은 위성방송 HD채널로, VOD는 KT의 IPTV로 볼 수 있게 하는 방통융합 플랫폼을 선보였는데, 광대역인터넷망 만을 대상으로 한 IPTV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을 보여줌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바로 그 전 주에 열렸던 ‘IPTV와 디지털케이블TV 시연회’에 위성방송이 배제된 데 대한 형평성 차원이라고 하지만, IPTV 사업자들 스스로 제기하고 있는 네트워크 과투자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데다, 경우에 따라 지상파방송사와의 실시간 재전송 갈등을 우회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하이브리드TV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사업자는 British Telecom(BT)이라 생각된다. BT는 그들의 IPTV 서비스인 BT Vision 셋톱박스에서 Freeview 채널의 지상파DTV를 수신토록 하면서 VOD 등 양방향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TV를 제공하고 있는데, 유럽지역의 Fastweb이나 Telecom Italia, JazzTel, Telefonica 등도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Verizon이 실시간 TV방송은 케이블TV채널을 통해 수신하면서 VOD서비스는 IP망을 이용하는 형태의 또다른 하이브리드TV를 서비스 하고 있으며, 오클라호마의 Panhandle Cooperative 등 중소 독립계 통신사업자들도 하이브리드 TV에만 집중하고 있다.

 DTV나 위성TV를 초고속인터넷과 번들링하여 하이브리드TV를 실시하게 되면 막대한 IPTV 시장진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입 프로세스의 복잡성에 따른 어려움과 일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애널리스트들도 IPTV가 모든 사업자들에게 최상의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IPTV 사업자들이 구축하는 프리미엄망을 통한 실시간방송채널 서비스가 투자 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도 방송을 포함한 IT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즉, 기존의 방송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로운 서비스 경쟁을 통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매체간 조화로운 협력을 도모하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음을 각국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각 사업자들은 어떤 유형의 하이브리드 TV 플랫폼을 추진하는 것이 투자 대비 효과 측면에서 유리한지, 그리고 사업자간의 윈윈 전략으로서 의미가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실시간 서비스

 IPTV도 기존TV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프라임타임은 대략 오후 8시~10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시간방송을 오로지 IP망에 의지한다면, 트래픽 피크치를 프라임타임에 두고 설계할 수밖에 없고, 그림과 같이 하루 24시간을 놓고 볼 때 대단히 비효율적이게 되며 이는 과투자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프라임타임에 거실TV에서만 시청하지 아니하고, 다른 방에서 서로 다른 채널의 실시간 방송이나 VOD 서비스를 동시에 즐기는 시청가구수가 늘어간다면, 트래픽은 더욱 폭증하게 된다. 따라서 네트워크 투자가 약한 사업자라면 병목현상을 우려한 나머지, 인기 폭발하는 프로그램의 출현을 오히려 겁내할 수도 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TV나 위성TV 방송은 서비스권역에 아무리 많은 수신기가 설치되어도 원천적으로 병목현상이 없으며, 이 점이 바로 IPTV와 기존 TV방송의 가장 확실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즉 IPTV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방송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하이브리드TV가 필요함은 물론, 프라임타임이 아닌 시간대에서의 비실시간 서비스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네트워크 효율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비실시간 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발전된 저장매체를 활용한 푸시(push)형 서비스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빈 시간대에 저작권을 보유한 콘텐츠를 대기상태에 있는 셋톱박스나 PC에 보내주면 그 후에 가입자가 저장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확장된 EPG(Electronic Program Guide)에서 푸시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VOD와 유사한 효과를 올릴 수도 있다.

 또한 이 모델은 소비자와 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서의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싼 요금으로 심야전기 사용을 권장하듯이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비실시간 서비스 이용 시에 혜택을 부여하면서 네트워크 이용이 낮은 시간대에도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DVR이나 고기능 셋톱박스 시장, 그리고 하드디스크나 메모리 시장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상용화 서비스 2년차에 200만 가입자라는 수정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겠지만, IPTV 3사는 pre-IPTV 가입자를 실시간방송 가입자로 전환시키고 TPS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나름대로 상당한 실적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케이블TV 가입자를 뺏어오지 못할 경우 곧바로 실적부진과 과투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을 것이며, 그 때 이 두 가지 대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되새겨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