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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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미디어법에 대해서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요즈음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저렇게 피터지게 싸우는걸 보니 분명히 뭐가 있는것 같긴 한데 사실 저나 이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같은 요새 보통사람들이 저 법의 내용이 뭔지, 핵심이 뭔지는 참 알기 쉽지 않죠. 이 내용을 제가 한번 써 보려고 하다가 마침 좋은 자료를 얻어 일부 자료 내용을 인용하고 일부 제 의견을 정리하여 써 봅니다.

1.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려는 미디어법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재벌과 보수신문이 방송뉴스를 할 수 있도록 방송산업의 소유규제를 완화하는 겁니다. 즉 삼성, 엘지와 같은 거대 기업과 조선 동아 중앙과 같은 족벌신문이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보도전문채널을 소유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현행 방송법과 신문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론의 다양성과 방송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해 섭니다. 헌법재판소도 ‘여론의 독과점을 심화하지 않을 정도의 획기적 매체환경 변화가 없는 한 신방겸영금지는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2.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개정 의도는 과연 무엇이죠?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짙습니다. 태생적으로 친정부 성향인 재벌과 보수신문에게 방송보도시장을 열어 줘 사회적인 여론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속셈입니다.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보도성향이 바뀔 우려가 있는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서 항상 보수편을 들어줄 소위 ‘조중동’방송사를 만드는것이 자기들의 정권 재창출 및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는거죠.

3. 하지만 정부 여당은 미디어 법을 미디어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강변하던데요

정부 여당의 주장대로 방송산업의 진입장벽을 허물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탄생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의 방송시장은 규모가 작아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광고시장은 갈수록 위축돼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 못 됩니다. 단적인 예로 한때 삼성이 대자본을 무기로 삼성영상산업단을 만들어 미디어 시장에 진입했다가 철수한 바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주장도 빛이 바랬습니다. ‘일자리 2만 개 창출’ 주장의 근거였던 정보정책연구원(KISDI)의 연구보고서는 허점투성이 인 것으로 드러나자 민망해진 한나라당이 산업적 효과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을 정돕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996년 언론사의 소유제한을 완화한 미국의 경우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아나운서 수는 15%, 기자 수는 7% 주는 등 종사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4. 자본주의라는게 결국 자유경쟁체제인데 무조건 시장진입을 막는게 옳은건가요?

   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대기업과 신문의 진입자격과 규제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상위 20대 기업이 아닌 대기업과 전국종합일간지 판매부수의 10%미만인 신문사에게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의 지분 20%까지만 소유하도록 겁니다. 진입자격에 대해선 정치권이 반드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현행 방송법 상 지상파 방송과 큰 차등을 보이는 종합편성채널의 편성규제와 광고규제 그리고 내용심의도 형평성있게 개선돼야 합니다.

5. 지상파의 독과점 해소를 위해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던데요?

   정확한 매체산업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파의 독과점을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디어 발전 국민위원회 야당 측 위원들의 제안대로 시청자 단체 대표들로 구성되는 범사회적인 ‘여론다양성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해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2012년 12월말까지 운영하면서 여론다양성 수준을 진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기업과 신문들은 다양한 형태로 이미 방송산업에 진출해 있습니다. 케이블TV SO와 PP를 폭넓게 겸영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고품질의 콘텐츠 생산이나 미디어시장 활성화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외국콘텐츠를 무분별하게 구매해 사용함으로써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6. 방송과 신문의 겸영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던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여론의 다양성 보호를 위해 1975년 이후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몇 차례 법률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의회에서 거부되고 오바마 정부도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도 전면적인 겸영의 허용이 아니라 여론의 독과점을 우려해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별 특성에 맞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전국에서 신문시장 점유율이 20%를 초과하는 신문사는 지상파 방송 겸영에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은 원칙적으로 미디어 간 교차소유가 가능하지만 미디어사업자의 시청자 점유율 상한선을 30%로 제한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의견다양성 보장’ 조항을 미디어 법에 넣어 겸영을 금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7. 미디어법 대신에  공영방송법? 그건 또 뭐죠?

   KBS 내부에서 주장하는 공영방송법은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핵심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KBS의 사장 선임구조 변경 및 민주적 지배구조 확보’입니다. 제가 다른글에도 쓴 적이 있지만 결국 사회는 개개인의 생각보다는 시스템 구조에 따라 흘러가게 되어 있지요. 현재는 KBS 사장을 KBS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글을 지금 읽고 계신 분을 만약 대통령이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했을때, 이글을 읽는 여러분은 과연 대통령의 뜻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 자신이 있으신지요? 뭐, 그걸 고민하기 이전에 참여정부시절 그렇게 조중동 보수언론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소위 ‘코드인사’를 통해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될겁니다. 당장 제가 대통령이라도 그렇게 하겠네요. 지금 이런 구조로는 소위 ‘낙하산’을 운운하는것이 무의미합니다. KBS역대 모든 사장이 이 사장선임구조를 보면 ‘낙하산’이란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런 사장 선임구조를 바꾸어 장기적으로 권력에 독립적이고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는것이 ‘공영방송법’의 핵심입니다. 향후 보다 공신력있고 신뢰감 있는 KBS가 되기 위해 ‘공영방송법’제정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참고자료 : 미디어법과 공영방송법 – KBS 노동조합>

(KBS편집위원 권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