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사회단체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미디어 정책 평가’ 토론회 개최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책 검증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미디어 정책 공약을 비교‧검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2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4월 27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캠프 초청 미디어 정책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주요 대선 후보의 미디어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주요 5개 정당 후보에게 19개 주제‧43개 질문으로 구성된 정책 질의서를 발송했고, 이중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 측이 답변서를 제출해 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유승민 후보는 답변서를 늦게 제출해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방송 장악 진상 규명 및 반언론행위자 청산’에 동의했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책으로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에 찬성했다”고 총평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 후보 모두 방송통신규제기구 개편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차기 정부의 인수위 기간이 없는 것을 고려할 때 19대 대선 후보자는 정부조직개편 구상을 미리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코앞에 닥친 지금까지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비판했다. 또한 그 외 여러 정책 답변에서도 일반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데 그쳐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언론장악방지법 신속히 처리할 것”
먼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의 신속한 처리를 천명했다.
이에 대해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에 국회 원 구성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언론장악방지법의 국회 통화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며 세 후보의 공약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김 정책국장은 “대통령이 약속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심상정 후보가 제안한 ‘미디어국민주권실현위원회’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제시했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야당에 의한 언론 장악’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좀 더 섬세한 방안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공영방송과 평가가 극명하게 뒤바뀐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정책을 놓고서는 문재인, 심상정 후보가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안철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에 따라 종편도 지상파와 동일하게 규제할 것”이라며 “특히 종편의 특혜에 대해선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후보 측 역시 “종편 재승인 심사 시 편성의 다양성‧공익성 등을 대폭 강화할 것이고, 황금 채널 배정, 1사 1렙 등 기존의 특혜를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진영에서는 “종편과 민영 지상파방송의 균형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의무 전송 등 종편 특혜에 대해선 폐지하겠다고 말하지 않아 시민사회단체에서 “개혁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심상정 “지상파 수신 환경 개선할 것” 적극적 입장
심상정 후보 “안테나 내장된 UHD TV 출시할 것” 약속
지상파방송의 수신 환경 개선과 직접수신율 확대에 대해선 문재인, 심상정 후보가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심상정 후보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전면 허용을 주장했고, 직접 수신 제고 정책 추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테나가 내장된 초고화질(UHD) TV 출시 등을 약속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강화 방안에 대해서 문재인, 심상정 후보가 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쳐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심 후보가 제안한 안테나 내장형 UHD TV에 대해선 “다른 후보도 적극 고려해 볼만한 정책”이라며 “정책화할 의향은 없으신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지상파방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고 평했다. 노 사무국장은 “공영방송과 지상파로 이어지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로 풀 수 없다”며 “직수율 5% 미만, 10% 미만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료 방송 플랫폼을 포기할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 90% 이상의 가시청 가구가 이용하고 있는 유료방송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누구든지 원하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수신 환경 조성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규제기구 개편 “졸속 처리될 수도 있어” 우려
현재 관련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방송통신규제기구 개편 방안에 대해선 세 명의 후보 모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문재인 후보는 “현 시점에서 확정된 안이 없다”, 안철수 후보는 “정부부처 간 이해관계가 국민의 피해로 돌아오지 않도록 단순화-전문화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검토할 것”, 심상정 후보는 “방송, 신문, 포털, 통신 등 미디어 총괄 합의제 기구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세 후보 모두 방송통신규제기구가 담당해야 할 규제 범위와 방향성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규제 기구 개편은 구성과 운영만이 아니라 규제 철학과 영역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해 추후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고 평했다.
방송통신심의제도 개편에 대해선 세 후보 모두 행정 심의 대상의 축소 및 인터넷 행정 심의 폐지, 방송통신위원회 삭제 명령권 폐지 등에 찬성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세 후보의 공역 모두 상호 모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 후보의 공약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22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공영방송 정상화에 적극적 의지가 있으나 공식 미디어 공약 발표가 부재하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콜센터 노동자 등 감정 노동자 근로 조건 개선 방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대다수 정책에 대해서 유보적 입장이 많고 개혁성이 후퇴하는 답변도 보인다”, 심상정 후보에 대해선 “시민사회단체 제안에 대한 이해와 개혁성이 높지만 구체성은 부족하다”고 후보별 총평을 내놓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몇 년째 지지부진한 수신료 현실화,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 지상파 UHD 본방송의 성공적 안착,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 분쟁, 방송 업계의 M&A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각 사안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현재 각 후보들이 내놓은 주요 공약에 미디어 정책 관련한 내용은 거의 없다”며 “다른 중요한 사안들이 많기는 하지만 언론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는 만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