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방송통신사업자 중심이 아닌 시청자‧이용자 중심의 방송통신 기구 개편안이 논의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 대표는 4월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열린 ‘시청자‧이용자 중심의 방송통신 정책 및 기구 개편’ 토론회에서 ‘방송통신이용자위원회(가칭)’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 개편안을 발제했다.
강 대표는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사업자 간의 경쟁 속에서 소외되고 권리를 훼손당한 이용자를 중심으로 하는 방송통신 기구 개편을 주장했다. 이 방송통신이용자위원회는 2000년 출범했던 방송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민간 기구로 현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원회의 업무 일부와 수신료산정위원회, 보편적서비스지정위원회, 이용자영향평가위원회의 기능을 통합한다.
이용자위원회는 국회 교섭단체 추천 6인, 시청자이용자협의회 추천 3인, 총 9인으로 구성되며 내부에 다양한 시민 참여 구조와 이를 지원하는 전문위원 체계를 구축해 이용자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기 쉽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과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는 취지는 토론회의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으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개편안이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랐다. 김대식 KBS 대외정책부 연구원은 “방송위원회을 언급하셨는데 방송위원회의 평가를 보면 ‘행정적 추진력과 실행력이 부족해 무력하다, 책임 없이 격리된 조직이다’ 같은 평가가 있었다”며 “이상적이고 바람직하지만 실제 방송통신 현장에서 제대로 구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 대표는 “미디어 흐름 자체가 거대 사업자에게 수렴되는 구도로 가고 있어 공적 연대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이용자위원회의 필요성을 논한 시작”이라며 “과연 이용자의 참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와 그 밖의 세력 간 조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용자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대표성도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 추천 6인 외의 3인은 시청자이용자협의회의 추천을 통하는 데, 이 협의회를 어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해야 하는지 과연 그들이 대표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지역 대표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성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장은 “공동체 라디오, 팟캐스트 등 시민 주체의 미디어가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 시대적 패러다임”이라며 이러한 방송통신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대표는 “(지역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긴 했지만) 강조점을 부여할 만큼 내용과 관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부족함에 대해 인정하면서 가까운 시일에 연대를 강화해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지역성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등 각계각층의 의견이 반영할 수 있는 대표성 확보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으나 해결점을 찾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개편안의 몇몇 부족한 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언급할 만큼 의견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히며 “왜 미디어 정책은 통합돼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라는 질문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오늘이 됐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두 정권의 공공성 붕괴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오늘의 발제가 가장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발제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