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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을 포함해 445개 언론ㆍ시민ㆍ사회단체가 ‘조중동 방송’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조중동 방송 저지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 445개 단체는 9일 오전 11시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발족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의 힘으로 조중동 방송을 저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발족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수구기득권 세력에  유리한 언론구조를 만들기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시키고, 미디어산업 전반을 파국으로 몰고, 국민의 건강권마저 내팽개치려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조중동방송’ 저지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며 "우리의 ‘조중동방송’ 저지 운동은 ‘조중동방송’이 취소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이 자리에 참석한 임재경 전 한겨례신문 부사장은 "20여년 전에는 ‘보도지침’이라는 언론통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본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며 "이대로 조중동 방송이 실시되면 돈있고 힘있는 사람, 관료들의 세상이 더 가까워질 것이기에 조중동 방송을 저지하는 것은 주권재민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중동 종편이 망할 것이라는 대책없는 낙관론, 종편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소셜네트워크로 종편의 영향력을 극복할 수 있다는 착각’ 등 반대진영들조차 위험한 논리적인 오류에 빠져있음을 지적하며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아래는 이날 발표된 발족선언문(전문)이다.

 

유권자의 힘으로 ‘조중동방송’ 저지하자

지난 3년 우리사회는 이명박 정권의 극악한 방송장악과 언론통제로 고통 받았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과 동시에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고, 방통위를 비롯해 언론계 요직을 장악한 ‘MB맨’들은 방송장악과 언론통제의 ‘첨병’ 노릇을 했다. 그 결과 방송에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어렵사리 만들어진 비판 프로그램은 불방되거나 방통심의위에 의해 제재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정권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은 프로그램에서 퇴출되고, 방송장악에 저항한 사람들은 쫓겨나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인터넷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처벌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도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이제 우리사회의 언론 지형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와 사실상 비판기능을 상실한 나머지 지상파 방송사들, ‘수구보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중동이 여론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국이 되었다. 여론다양성은 급격하게 훼손되었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극도의 무능을 드러냈음에도 언론들은 권력 비판에 몸을 사리고,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여전히 40%를 넘어선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것으로도 부족해 ‘조중동방송’을 밀어붙였다.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이 방송까지 소유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욱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기득권세력의 이익은 ‘공익’으로 포장돼 민주주의를 유린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조중동방송’이 만들어진 과정은 반칙과 특권으로 얼룩져 그 자체가 민주주의 훼손이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운운하며 언론악법을 날치기 처리했고, 방통위는 기다렸다는 듯 헌재의 ‘시정 요구’를 무시한 채 ‘조중동 방송’만을 위한 시행령을 밀어붙였다. 나아가 방통위는 언론악법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종편 기본계획을 의결했고, 지난 12월 31일 기어이 조중동에 종편 사업권을 나눠주었다.
광고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하나 이상의 종편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조중동방송’을 먹여 살리기 위한 수신료 인상, 황금채널 배정, 방송발전기금 징수 유예, 전문의약품 및 의료 기관 광고 허용, 일본 문화 추가 개방 등등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겠다는 기세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근 ‘최시중 연임’까지 밀어붙였으며, 수신료 인상안의 국회 상정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권의 ‘조중동방송’ 밀어붙이기, 수신료 인상 강행 등에 대해 민주당은 무력하고 애매한 태도를 보여 시민들을 실망시켰다.

이명박 정권이 수구기득권 세력에 유리한 언론구조를 만들기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시키고, 미디어산업 전반을 파국으로 몰고, 국민의 건강권마저 내팽개치려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조중동방송’ 저지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조중동방송’이 개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의 ‘조중동방송’ 저지 운동은 ‘조중동방송’이 취소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지난 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한판의 승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출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언론권력 조중동에 맞서는 일은 어쩌면 독재권력에 맞서는 일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아직 ‘조중동방송’이 무엇이지 잘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끈질기게 ‘조중동방송’에 맞설 것이다.
우리는 시민들에게 ‘조중동방송’의 실체와 그 부작용을 적극 알리는 한편, ‘조중동방송’에 대한 특혜를 저지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또한 편파·불공정·특혜 시비를 낳고 있는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조중동방송’의 토대가 된 언론악법을 재개정하는 운동도 벌여나갈 것이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조중동방송 취소’를 유권자 의제로 확산시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하는 유권자운동을 벌여나가겠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개발’ 의제를 밀어내고 ‘복지’ 의제를 선택했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은 우리사회가 파괴된 민주주의의 상식과 서민 경제를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어떤 의제를 어떻게 제기하느냐에 따라 유권자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조중동방송’ 저지가 파괴된 민주주의와 서민의 삶을 회복하는 일에 직결되었음을 효과적으로 의제화하고, 유권자들의 힘으로 반드시 ‘조중동방송’을 저지할 것이다.
<끝>

 

2011년 3월 9일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