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 2009년의 해를 집어 든다

지역방송, 2009년의 해를 집어 든다

634

지역방송, 2009년의 해를 집어 든다
지역MBC정책연합 정책기획팀장 김 현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담을 커다란 양말 한 짝을 머리맡에 걸어둔 채 꿈나라에 다녀온 뒤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았던 추억이 떠오르는 때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이 때, 지역방송인들은 지역방송의 산타는 어디에 있는지 묻고 있다. 올 한해, 지역방송은 무엇을 일궜던가 묻고 있다. 지역방송을 둘러싼 실타래처럼 복잡했던 2008년. 그 끝은 이제 2009년으로 닿아있다.
2008년 한해 지역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민영 미디어렙과 광고 연계판매 논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논란, 디지털 전환, 균형발전, 그리고 IPTV 재송신 쟁점을 비롯한 뉴미디어들과 한판 등 일일이 헤아리기 힘든 크고 작은 사안들과 일전들을 불사해왔다. 마치 봇물이라도 터진 듯 거대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산업 권력, 나아가 친 산업적 방송정책들과 한판들, 지역방송은 솔직히 힘에 부쳤다. 우리나라의 공익과 공공성이 언제부터 돈 냄새 진동하는 정글의 링 위로 내몰렸나. 현 상황은 가치의 혼돈이자 전도이다. 지역방송은 그 고래들의 싸움판에서 등 터지는 새우가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서울로 과도 대표되고 있다면, 공익과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는 지역이어야 하므로. 
 그래서 소의 해인 2009년, 지역방송이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지난 12월15일 발표된 정부의 지방발전종합대책 이후 본격적으로 논란의 접점이 형성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다. 균형발전을 구성하는 주요 영역으로서 지역방송은 해당 의제를 형성하고 알려야 할 실천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나 내년은 2010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매우 중요한 해다. 우리 사회에서 지역이 언제까지 서울의 부속품 정도로 취급돼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 고찰을 지역방송이 앞서서 해야 한다.
 둘째, 지난 11월27일 헌법재판소의 KOBACO 독점 헌법불합치 결정이 지역방송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대응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헌재의 결정은 기획재정부가 밝힌 민영 미디어렙 도입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면서 오비이락의 오해를 넘어 사실상 특정 지상파 방송사의 민(사)영화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결정으로 인한 최대 잠재 피해자는 그 지상파 네트워크의 키스테이션이 아닌 지역방송사라는 점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적자를 내는 기형적 구조이건만, 이를 사회가 부여한 정체성으로 여기고 수십 년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온 것이 우리의 지역방송이다. 그렇지만 향후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이런 가치들, 즉 지역성은 광고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내년 들어서는 향후 설립될 민영 미디어렙사가 지상파 단위사별 네트워크 기반이 될 것인지, 아니면 비네트워크 기반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구체화될 것으로 가늠된다. 지역방송은 민영 미디어렙에 대비해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지역성,공익성을 담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경영?제작여건을 만들기 위해 키스테이션사를 비롯한 네트워크 내부는 물론 정책 당국과도 긴밀히 의견 교류를 해 나갈 것이다. 지역방송은 이 같은 소통 절차가 원활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셋째,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몰고 온 지역방송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이다. 주지하는대로 이번 시행령 개정은 방송계에서 전가의 보도로 일컬어지는 종합편성PP 도입에 사실상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기업과 신문사 참여를 전제로 한 종편PP는 무료?보편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사를 타겟으로 편성과 제작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 칼끝은 지상파 광고시장을 겨누게 될 것이다. 지역방송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방송의 공영 존은 사라지고 선정성과 오락성, 시청률 만능주의가 판을 치지는 않을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균형 감각이 있을 때 그 사회는 비로소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지역성과 공익,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한 종편PP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오늘날의 국가는 시민이 생활하는 실제 공간인 개별 단위 지역사회로 구성돼 있고, 개별 지역사회의 발전이 국가 발전에 기여 한다고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개별 지역사회의 지역성은 곧 지역방송의 프로그램 제작 소재가 되는 만큼 지역방송의 발전은 지역사회와 국가발전 전반에 핵심적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지역방송은 중앙과 지역발전의 양극화, 미디어 성장의 차별화,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수반되는 제작비 투자 요인 증가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광고 판매비율의 감소, 그리고 광고시장의 경쟁체제 전환이 가져올 마케팅 비용 증가와 광고판매 수입 감소 등 다중고를 겪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기본 단위라고 하는 ‘지역’이 소외받고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그 공간을 기반으로 호흡하는 지역방송인들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최근 우리 미디어 환경은 혼돈의 바다와도 같다. 번뜩이던 파도의 칼날이 흰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졌다가 다시 출렁이기를 반복한다. 2008년을 떠나보내는 지역방송은, 이제 그 바다 아래 잠겨 있는 2009년의 새로운 태양을 집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