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허’ 결과 놓고 업계 분명한 온도차 ...

공정위 ‘불허’ 결과 놓고 업계 분명한 온도차
케이블 “케이블 산업 고사 위기에 놓여” VS 지상파‧시민사회단체 “방송의 공공성 위한 당연한 조치”

1290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놓고 케이블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 시민사회단체 간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CJ헬로비전을 비롯한 케이블 업계는 “자율적 구조조정의 길이 막혔다”며 케이블 산업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유료방송 시장의 중심이 인터넷TV(IPTV)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케이블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이는 ‘수익률 악화→투자 감소→가입자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 내려진 이번 심사 결과는 업계 간 자율 구조조정을 막아 위기를 지연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유료방송 시장은 1위인 KT(29.4%)가 2위 CJ헬로비전(14.8%)보다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M&A가 성사되더라도 KT에 이은 2위에 불과하다”며 “양사의 합병이 불허됨으로써 KT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져 사업자 간 경쟁 촉발을 통한 서비스 개선의 기회가 저해될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공정경쟁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23개 권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A가 성사되면 21개 권역에서 압도적인 비율로 1위 사업자에 이르기 때문에 독과점이 발생한다고 했는데 시장 전체에서 2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 산업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막음으로써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케이블 산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와 시민사회단체, 학계에서는 이동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성사되면 결합상품을 중심으로 이동통신 업계의 영향력이 유료방송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정위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은 6월 5일 논평을 통해 “(공정위의 결정은) 통신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고, 방송의 다양성과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는 처음부터 시도해선 안 될 사안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SK텔레콤은 M&A 이후에 벌어지게 될 유무선 통신 독과점 심화, 방송의 지역성 훼손, 통신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이용자 권리 침해가 심각해질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며 “향후 있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심사 절차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PD연합회도 논평을 통해 “우리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권역 내 채널을 확보하게 되면 거대 재벌이 언론을 소유할 뿐 아니라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공룡 채널사업자(CJ E&M)를 확보해 전체를 수직 계열화하고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일방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양사의 M&A를 반대했다”며 “거대 통신 자본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여론을 독과점할 경우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우리 사회에서 무차별 하게 짓밟히게 된다는 의미에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당연한 조치”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댓글과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공정위의 결정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통신과 방송을 ‘독점’하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한 것은 분명 잘한 일”, “간만에 공정위가 옳은 일 좀 했네”, “독점 기업이 나오면 결국은 피해보는 것은 소비자”라는 등 공정위의 결정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