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위 구성 완료…전문성 부족에 나눠먹기 논란까지 ...

미방위 구성 완료…전문성 부족에 나눠먹기 논란까지
추혜선 정의당 의원, 미방위 배정 요청 농성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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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제20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이 완료됐다. 하지만 위원장부터 비교섭단체‧무소속 의원들의 배치까지 전문성 논란이 일고 있어 20대 미방위가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과 수신료 정상화 등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방위원장은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과 조원진 의원이 전반기 각각 1년씩 맡기로 했다. 신 의원은 대한의사협회장 출신 4선 의원으로 지난 2005년 여의도 입성 뒤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조 의원은 3선 의원으로 새누리당 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지낸 뒤 정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에서 활동해왔다.

문제는 미방위원장으로 선출된 신 의원과 조 의원의 미방위 활동 경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 학계 전문가는 “방송과 통신 분야에 문외한 상임위원장이 어떻게 미디어 분야의 산적한 과제들을 이끌어내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입법 활동은커녕 국정감사나 청문회 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식물 상임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미방위원장은 1년짜리 나눠먹기 식으로 업무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여야의 입장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갈리고, 미디어 방송 통신 r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미방위원장 자리에 ‘방송문외한’을 기용한 것은 미방위를 식물 상임위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나 다름없다”며 “새누리당이 미방위 무력화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미방위원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방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용진 의원 △김성수 의원 △문미옥 의원 △박홍근 의원 △변재일 의원 △신경민 의원 △유승희 의원 △이상민 의원 △이재정 의원 △최명길 의원, 새누리당 소속 △강효상 의원 △김성태 의원 △김재경 의원 △김정재 의원 △민경욱 의원 △박대출 의원 △배덕광 의원 △송희경 의원 △신상진 의원 △이은권 의원, 국민의당 소속 △김경진 의원 △신용현 의원 △오세정 의원, 무소속 △윤종오 의원 등 24명이다. 이중 방송이나 통신 등 미방위 관련 활동 경력이 있는 의원은 딱 절반이다.

언론연대는 “미방위에 배정된 10명의 더민주 의원 중에 미방위에 자원한 의원은 고작 한두 명뿐이었고, 국민의당 역시 미방위 배정자 3명 중 미디어 경력이 있거나 언론 전문가로 볼만한 인물이 한 명도 없다”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의원들을 억지로 데려다 앉혀놓은 미방위에서 어떻게 개혁 과제들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비교섭단체‧무소속 의원들의 배치도 주요 논란거리 중 하나다. 현행 국회법상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나 무소속 의원들의 경우 국회의장이 상임위 배정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비교섭단체나 무소속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 교섭단체의 배정 이후 지원자가 부족한 상임위 쪽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교섭단체 의원들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리가 있음에도 의원들의 경력과는 무관한 상임위 배치가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무소속 윤종오 의원도 그런 경우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출신인 윤 의원은 전문성을 살려 환경노동위원회로 가길 희망했지만 환노위에서 배제된 채 경험이 전문한 미방위로 배치됐다.

반면 오랫동안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 경력을 쌓아온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정됐다. 추 의원은 당선 직후 미디어 분야 최대 이슈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미방위 활동을 벌여 관련 업계에서는 추 의원의 미방위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심지어 추 의원은 6월 13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저는 오랫동안 언론시민단체에서 언론 개혁, 방송 정상화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정세균 국회의장께 미방위 배정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미방위로 배치되지 못한 것은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며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한 의원이 정작 국회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로 가지 못한다면 비례대표 제도의 존립 근거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언론연대는 “미방위가 ‘비인기 상임위’로 평가 절하되고, 지원자가 없어 전문성 없는 인물까지 충원하는 마당에 ‘언론 전문성’을 평가받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인사를 미방위에서 배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_미방위 요청 농성

한편 추 의원은 6월 14일 오전 10시 30분 다른 정의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미방위 배정을 요청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세균 국회의장 쪽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상임위 배정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