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주파수 ‘공적 활용’
방송주파수 정책 방안 시리즈(4)
1.누구를 위한 DTV주파수 정책인가?
2.주파수 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방송용 주파수 정책 방향
3.다양한 시각에서 본 방송용 주파수 정책
4.국내외 주파수 관리정책 비교에 따른 시사점
5.현재와 미래를 위한 지상파방송 주파수 할당 및 정책 방향
6.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지상파방송 주파수 정책의 문제점 및 지향 방향
박상호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
국가별로 디지털로 전환하는 일정 및 방법이 많은 차이가 난다. SD멀티플렉스 형태로 전환하는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이 전환속도가 빠르고 HD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일본, 호주 등이 좀 느린 편이며 SD전환을 기본으로 하는 나라들 중 일부국가는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나라도 있다. 미국(2009.2.17), 일본(2011.7), 프랑스(2011.11), 영국(2012) 등 일부 나라에서는 ASO(Analog Switch off)날짜를 확정해두고 전환을 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 구체적인 전환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당초 발표한 날짜를 연기하는 나라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아날로그 종료를 당초 2010년을 목표로 추진 중 이었으나 DTV수신기보급률 저조(2007년 1월 현재 455만대, 25%), 방송시설 전환 지연 등으로 ‘디지털 전환 특별법(안)’에 의하여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이 2012년으로 연기 되었다.
전 세계가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숙제를 풀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 문제는 아날로그의 디지털 전환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후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여유주파수 활용 문제와 미래방송 대비 등 기존의 주파수 체계를 바꾸어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산재하여 있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자기 나라에 부합하는 방식을 찾아 신중하게 추진 중에 있다.
시장중심으로 변하는 주파수 관리 정책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영국, 일본의 경우 주파수 관리 정책에 있어 공통적인 특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장중심적인 방향으로 주파수 관리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를 2가지로 정리하면, 우선, 미디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시장친화적인 산업론이 미디어 이용 및 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고 그에 따라 주파수 관리 역시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파수의 활용도와 필요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파수가 희소성이 높은 자원으로서 인식되게 되면서 주파수를 경제적인 자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적으로 국가의 관리 대상이었던 주파수가 상품으로서 인식되게 되었고, 국내를 포함한 각국에서 시장기반의 주파수 관리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중인 대표적인 국가들의 주파수 정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주파수 경매제 시행
우선, 미국의 경우 주파수 경매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이며, 주파수할당 방식은 초기 선착순제도, 추첨제(lottery)등에서 1994년 PCS 경매를 계기로 동시다중경매방식이 도입되었다. 유휴 주파수 대역에 대한 이용계획을 가장 먼저 결정한 미국의 경우에는 DTV 전환 후 발생하게 되는 108MHz의 여유 주파수에 대한 할당이 경매로 이루어졌으며, 2008년 3월 17일 기준으로 FCC는 196억 달러의 주파수 경매 수익금을 얻었다. 미국의 경매방식의 도입 목적은 통신법 309조에 나타나있는데, ‘공공의 이익보호’, ‘광범위한 지역의 공공복리 증진’, ‘경제 발전 및 경쟁 촉진’, ‘주파수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 공공에게 환원’, ‘전파자원의 효율적 이용’, ‘연방재정의 격차 축소’ 등 주파수의 공익적인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통신사업자에게 FCC가 포획되어 있는 상황이다.
영국․일본, 기관 중심의 전파관리
다음으로, 영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제기관 중심의 전파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은 인접국가의 혼신문제 발생으로 인해 독자적 정책 마련보다는 EU차원에서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470~862MHz 주파수 대역 할당의 경우 Ofcom은 시장 주도적인 방향으로 주파수 사용을 지향할 예정이다. DTV 전환 후 112MHz 이상의 여유주파수가 확보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 Ofcom에서는 최근 DTV 전환에 따른 주파수 이용방안(470~862MHz)에 대해 대국민 수렴을 거쳐 여유 주파수 이용 가능성 계획에 대한 상세한 의견을 정리 및 발표하고 있다.
세 번째로 일본은 선진국 중 가장 보수적인 전파관리체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대체로 명령과 통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비교심사제를 통한 사업자 지정 및 정부주도의 주파수 분배정책 등 시장기구가 아닌 정부주도형의 주파수 관리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2007년 10월 ‘전파이용 상황 조사’ 평가를 통한 「주파수 재편 행동 계획안」의 개정판 작성을 통해 의견 수렴 중이며, 할당방식 등 상세한 활용방안은 아직 미정인 상황이다. 향후 TV 이외의 방송, ITS, 공공업무, 이동통신 등의 용도로 사용할 것을 고려중이다.
국내, 700MHz 회수해 통신용으로
마지막으로 국내의 주파수 정책은 일본의 전파법을 기초로 1961년 전파관리법을 제정하였는데 당시는 전파의 합리적 관리가 법제정의 주목적이었다. 우리나라는 명령과 통제방식에 의해 주파수관리정책이 이루어져왔다. 2000년 전파법의 전면 개정과 2005·2008년 부분 개정을 통하여, 시장적 관리체제의 구축을 위한 많은 규정들이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개정 내용 중 주요한 사항은 이전 전파법에서는 볼 수 없었던 주파수의 할당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점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주파수 재배치에 관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 없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주파수 TFT를 통해서 ‘DTV 채널배치(안)’을 만들었으며, 700㎒ 대역(52-69번 채널)을 회수하여 통신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국내외 주파수 관리 정책의 시사점
주요 국가의 DTV 전환이후 주파수정책 및 계획은 2012년 아날로그 방송종료를 계획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우선 무엇보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의 이익 최대화를 고려한 주파수 용도의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회수 가능한 주파수 대역폭, 할당지역 단위,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의 용도별 주파수 가치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여타 주파수 대역의 활용 및 재배치 방안과 연계한 종합적인 활용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할당방식은 주파수 관리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최적 사용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선택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디지털 전환 이후 여유주파수 대역의 활용에 가장 중요한 논의 지점으로 저대역 주파수 활용계획은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보다는 주파수의 주인이 국민임을 감안하여 공공성을 최대한으로 구현할 수 있는 주파수 정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영국과 미국 등의 사례를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채널배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식(공개)적인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TFT를 통해서 ‘DTV 채널배치(안)’을 만드는 방식과 시장기반의 주파수관리 정책의 도입과정에서 여론 수렴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효용성만을 강조함으로써 자본에 포획된 주파수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파수, 공익적 활용의 중요성
국외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주파수에 대한 공익적 활용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시장기반의 주파수 관리가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조차 주파수에 대한 공익적 활용의 필요성은 인식되고 있다. 즉, 미국의 통신법 309조에 나타나 있는 경매방식의 도입 목적은 공공의 이익보호, 광범위한 지역의 공공복리 증진, 주파수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 공공에게 환원 등의 목적은 모두 주파수가 공익적으로 활용되어야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00년대 이후에 전파 자원의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주파수 할당제도 중에서 시장의 원리를 따르는 주파수 경매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신용 주파수에 대한 경매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방송용 주파수에 대한 경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서 우리나라의 주파수 정책 역시 효용성을 증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파수의 공익적 활용측면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