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도 인치도 모두 없었다

[사설]법치도 인치도 모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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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치도 인치도 모두 없었다

 현 정권의 언론장악 도박을 저지하기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면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위기에 놓인 YTN을 구하고, MBC와 모든 방송 신문에 가하는 탄압을 물리치고, 합법의 굴레를 씌워 언론을 영구히 비참하게 만들 언론장악 법제도 막아내야 한다. 뻔뻔하고 염치없고, 법조차 무시하는 이들과 정상적인 대화는 없으며, 오직 파업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다”라고 투표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현 정권이 들어 선 후 방송계에서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방송통신위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 선임, 공영방송 사장의 퇴진과 새 사장 선임이 있었고,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YTN사장 문제, 방송법 시행령 개정도 현안으로 진행 중이다. 언론 종사자들은 한계에 도달하다 못해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하산 인사를 언론사에 투입하여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막았고, 재벌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의 길을 터주는 법 개정을 시도하고, 공정방송을 외치는 언론인을 대규모 해고로 보복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국회의원은 근거 없이 언론노조를 폄하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를 따져 물었던 언론단체의 집행간부를 국회 회의장 모욕죄로 처벌하겠다는 집권당의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도 발생하고 있다. 연일 곳곳에서 정권과 언론단체들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엄연히 실존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상식을 받아들여 현안들을 풀어나가면 될 것인데, 감정적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하니 제대로 풀어지는 일이 없다.
 정권도 잘못이 있으면 매를 맞아야하고, 언론도 매를 맞아야 한다. 정권을 때린다고 합법을 가장하여 언론을 옥죄고 통제하는 것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만 남길 뿐이다. 언론도 정직한 국가발전과 존엄한 국민의 이익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촛불시위에서는 상호간 소통 없이 무력충돌만 있었고, 사후 처리도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제대로 되지 않은 법치보다 인치가 먼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전개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 대규모 해고 사태가 있고, 이에 반발하는 소송제기와 관련단체들의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한 발씩만 물러서서 소통을 하겠다고 하면 이 문제는 풀어질 수 있다. 언론사의 총파업 투표도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만이 사태해결의 지름길이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언론과 정권은 충돌해왔다.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다. 국민이 최고의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알고 있는 미국은 언론이 재벌에 완전히 장악되어 있고, 재벌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고 정부는 언론에 순치되어 있어 언론 본래의 기능인 공공성이나 공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이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부도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권과의 충돌도 마다 않고 과감히 맞서는 우리 언론인들의 정의감과 용기는 참으로 대단하다.
 좌로 편향되었니, 우로 편향되었니 하면서 갈라진 언론과 정권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이 살아있는 한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언론이 정권과 재벌에 장악되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을 본다. 건전한 언론이 있고, 정직한 권력만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