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오는 2017년 2월부터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 방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지상파 UHD 방송 허가와 지원 방안 검토 등 독소 조항들이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2월 29일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지상파 UHD 정책 방안은 지난 7월 지상파 방송사에 700MHz 주파수 5개 채널을 분배키로 확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지상파 UHD 방송 개념 및 동향 △지상파 UHD 방송 목표 및 기본 방향 △지상파 UHD 도입을 위한 추진 과제 △지상파 UHD 활성화를 위한 추진 과제 △추진 체계 및 추진 일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UHD 방송은 기존 HD 방송보다 4~16배 이상 화질이 좋은 초고화질 방송으로 선명한 화질뿐 아니라 IP 기반 네트워크 환경에서 양방향‧맞춤형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당시 해결하지 못했던 수신 환경 개선, 디지털 방송 활성화 등을 추진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일반적인 UHD로 불리는 4K급보다 4배 정도 해상도가 높은 8K급 슈퍼 하이비전 기술을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상용화시킨다는 정부 계획 아래 적극적으로 UHD 도입을 추진 중이며, 유료방송 중심으로 UH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도 차세대 지상파방송 표준화 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지상파 UHD 방송을 본방송으로 도입한 국가는 없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2017년 2월 수도권 지역부터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국적인 UHD 방송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부와 방통위에 따르면 지상파 UHD 방송은 △2017년 2월 수도권 본방송 개시 △2017년 12월 광역시권(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과 강원권(평창‧강릉 등 평창올림픽 개최지 일원) 본방송 개시 △2020년부터 전국 시‧군 지역 본방송 순차적 도입 △2021년 지상파 UHD 전국 방송 완료 △2027년 HD 방송 종료 추진 순으로 도입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 UHD 본방송 시작을 2017년 2월로 잡은 것은 지상파 UHD 방송 표준 확정 일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래부가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한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 협의회’는 지난 8월부터 지상파 UHD 방송 표준 후보인 유럽식 DVB-T2와 미국식 ATSC3.0을 놓고 기술적‧경제적‧방송 서비스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식 표준인 ATSC3.0이 2016년 표준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부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ATSC3.0의 발전 상황을 지켜보고 전송 방식을 결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부는 ATSC3.0 표준 제정에 따라 2016년 하반기에는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상파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해 △수신 환경 개선 △지상파 UHD 방송 홍보 및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UHD 방송 콘텐츠 제작 및 기술 개발 지원 △방송 관련 규제 개선 및 지원 방안 검토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지상파 직접 수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UHD TV 수신 안테나 내장화 검토 ▲UHD TV 재난경보 알람 기능 탑재 의무화 검토 ▲직접 수신 광고 등 홍보 실시 ▲지상파 UHD 방송 수신 관련 민원 전담 기구 설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UHD TV 수신 안테나 내장 의무화, 공동주택 공시청 설비 관리 강화 등은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여러 차례 주장해왔던 부분으로 이를 통해 수신 환경이 개선되면 그동안 직접 수신을 선택할 수 없었던 시청자들의 매체 선택권이 확보될 수 있다.
UHD 방송 콘텐츠 제작을 위해선 All-4-One 글로벌 프로젝트 등 민‧관 공동 펀드를 확대해 UHD 콘텐츠로 잠재력이 큰 TV 영화, 웹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에 중점 투자하고, 방송 분야 재직자들이 방송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UHD 방송 제작 및 편집 등 고도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데이터 방송은 현 HD 방송과 동일하게 허용하되 IP 기반 부가 서비스 즉 시청자 맞춤형 서비스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커버리지 확보, 음영 지역 해소를 위한 투자 등 DMB 정책과 연계해 이동형 HD 방송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방송 광고 규제 개선 및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 도입 등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방송 광고 규제 개선, MMS 도입 여부 검토’ 등은 디지털 전환 당시에도 나왔던 지원책”이라며 “말뿐인 정부 정책으로 시청자들은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인 MMS를 아직까지 누리지 못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 역시 광고 규제 개선의 혜택은커녕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으로 더 큰 규제의 틀에 갇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디지털 전환 때처럼 말뿐인 정책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이날 미래부와 방통위가 발표한 지상파 UHD 정책 방안에는 지상파 UHD 방송 투자 비용은 방송사 자체 조달을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2016년부터 2027년까지 투자해야 하는 금액은 총 6조7,903억 원이다. 방송 광고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KBS 관계자는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보겠지만 우선은 지상파 방송사가 알아서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으로 볼 수 있다”며 “디지털 전환 당시 생겼던 문제들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애초에 정책적으로 확실하게 명시해놓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지상파 UHD 방송 허가 부분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투자 계획과 편성 계획, 수신 환경 개선, 시청자 지원 계획 등을 중점 심사‧관리해 3~4년 내에 지상파 방송사의 UHD 방송의 허가 심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허가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시정 명령하고,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 업무를 정지할 수 있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재정 지원 방안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 실적 등을 매년 점검해 재허가 여부에 반영한다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 성격이 강한 것 같다”며 “‘UHD 특별법’ 제정 등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