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대역, 방송의 미래를 위한 주파수이다

700MHz대역, 방송의 미래를 위한 주파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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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규 /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SBS 라디오기술팀 부장  

2007년 11월 어느 날 SBS의 중계차 행렬이 줄을 이어 진부령을 넘고 있었다. 국내 최초로 금강산 골프중계를 하기 위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날 아침 금강산 출입국관리소 앞에 도열한 중계차 및 방송지원차량은 모두 13대가 넘고 있었다.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에 도착하자 북측 안내원들은 내심 무척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골프가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무슨 운동중계를 위해 이렇게 많은 차가 몰려오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은 표정이다. 결국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라면서 골프장 입구에서 차량행렬을 정지시키고는 거의 하루를 기다리게 하였다. 저녁 늦게 도착한 북한의 방송전문가(?) 역시 엄청난 장비와 스텝에 그만 기가 죽어 단 5분도 걸리지 않아 “우리는 탁 보면 압네다~” 라고 북한 특유의 억양으로 말하며 그냥 통과시킨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 금강산에서의 명품 골프중계를 위한 시작은 이루어졌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남아공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펼쳐지고 있는 축제를 HD영상과 5.1채널 음향으로 마치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이 생생하게 즐기고 있다. 게다가 3D영상으로도 송출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에는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와 멋진 골인 장면을 전달하기 위해 경기장마다 약 33대의 카메라가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과 음향은 위성과 해저케이블을 통과하여 지구 반대편까지 전달된다.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명품방송을 위해 방송은 엄청난 장비와 인원을 투입하고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마치 방송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예술인 것 같다. 에베레스트 등정의 정상정복 장면을 시청자에게 Live로 전달하기 위해서 소형 HD카메라와 다양한 중계장비가 동원되는 것을 봤을 것이다. 단 한 컷의 멋진 장면을 위해서라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한다. 제작자와 스텝 모두가 하나가 되어 최고의 그림과 최상의 오디오를 위해 노력한다. 경영자 역시 장비와 비용을 투자한 보람을 화려한 영상과 시청자의 방송사랑으로 보상을 받는다.

 이미 인터넷이나 홍보물로 알고 있듯이 영화 ‘국가대표’를 비롯하여 KBS드라마 ‘추노’와 ‘전우’의 촬영에 기존 2K HD카메라에 비하여 4배나 화소가 많은 ‘RED ONE” 4K-HD카메라가 사용되었다. 이미 UDTV 품질이 가능한 카메라로 찍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어느새 3DTV시대가 시작되었지만 Ultra HD시대도 벌써 돌입하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제는 전송방법의 진화와 전송주파수가 문제일 뿐이다.

이제는 만약 제작자에게 HD카메라와 3D카메라 그리고 4K-UDTV카메라 중 어느 것으로 찍겠느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UDTV카메라로 찍겠다고 선뜻 대답할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 디지털전환사업이 끝나는 시점에서 방송용주파수 Ch52~69번 주파수인  700MHz대역(698~806MHz) 주파수를 반납 받아 경매를 통하여 통신이나 인터넷회사에 넘겨주려고 계획하고 있다. 단지 금전적 판단에 의해 방송용보다는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가 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2008년 디지털 전환 후 700MHz경매에 의해 통신과 인터넷회사가 주파수를 독식하였으며 방송사는 단 한 채널도 얻지 못하였다. 그럼으로써 미국은 3DTV나 UDTV등 차세대 방송용주파수를 확보하기 매우 어렵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동수신TV용 주파수도 확보할 수 없는 실정이  되어 최근에는 ATSC-M/H로 이동수신TV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MFN(Multi Frequency network)방식의 ATSC방식으로는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KBS, SBS, EBS는 Ch66번 실험용 공동주파수를 통하여 번갈아 3DTV 실험방송을 수도권 일대에 발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Side By Side방식이어서 3DTV 수상기를 구매한 시청자만 볼 수 있으며 화질도 반감된다. 10월부터는 좌안(MPEG-2 12Mbps), 우안 (H.264 5Mbps)의 MMS형태로 실험한다고 하지만 여러가지 기술적 어려움과 역시 화질 개선의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가 예상된다. 앞으로 CATV나 IPTV가 좌안, 우안 각각 약15Mbps 이상의 H.264 HD화질로 3DTV를 전송하게 된다면 지상파방송은 도저히 품질로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앞에서 이미 강조하였지만 지상파방송은 지금까지 최상의 품질을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송방식의 개선과 전송주파수의 확보 없이는 케이블TV나 IPTV 혹은 위성방송보다 품질에서 뒤질 수 있다. 가뜩이나 지상파 직접수신자가 10%이하로 줄어들고 있는데 품질마저 열악하다면 향 후 지상파방송의 앞길은 더욱 험악하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UDTV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현재로서는 8Mbps H.264 HD의 4배 화질을 전송하려면 30Mbps 이상의 전송로가 필요한데 MPEG2 19Mbps 고정비트레이트 전송의 ATSC방식으로는 전송비트레이트가 턱없이 부족하다. UDTV프로그램이 아닐 경우에는 HD-MMS 3~4개 프로그램을 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만큼 대용량 비트레이트의 전송기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차세대 전송방식은 존재하고 있으며 실험방송도 이루어지고 있다. 6MHz 하나의 채널에서 28~32Mbps정도의 비트레이트 전송도 가능하며 3~4개의 HD전송도 가능하고 모바일방송도 포함시킬 수 있다. 특히 SFN형태의 방송망 구성도 가능하므로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ATSC방식을 통한 구겨넣기식의 3DTV방법의 연구와 SD급 MMS에 대한 연구도 기존 HDTV수상기 보유 시청자를 위한 매우 중요한 연구가 된다. 그러나 차세대 전송방식과 별도의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유료매체보다 열악한 화질과 서비스를 갖고 영원히 경쟁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700MHz대역을 반납할 게 아니라 지상파방송의 차세대방송을 위한 예비대역으로 확보하고 꾸준히 방송기술의 발전을 위한 실험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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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호에는 700MHz대역의 방송활용을 통한 방송과 통신의 융합 방법과 미국과 유럽선진국을 향한 새로운 방송기술의 시장선점 방안에 대해 더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