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방송사도 52시간 근무제 시행…워라밸 가능할까?

7월부터 방송사도 52시간 근무제 시행…워라밸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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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선택근로제‧유연근무제 등 시행 예정…9월까지 계도기간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특례제외업종으로 연장 근로 한도를 제한받지 않았던 방송사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해야 한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방송사나 노선버스, 교육업체 등에 한해 오는 9월까지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부여키로 하면서 사실상 2개월 시간을 벌게 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6월 20일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필요한 기업에는 탄력근로제 입법, 실제 시행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한다”며 “실제 운임인상까지 기간이 필요하거나 근무체계 개편, 신규인력 채용이 진행 중인 업계에 한해 오는 9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52시간 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방송사와 구성원 모두 법 개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고 있지만 업무 특성상 야근, 연장 촬영이 많은데다 업무 주기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KBS, MBC, SBS 등 방송사는 ‘직군별 유연근로제 차등 도입’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추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통상근로(소정근로 40시간+초과 12시간)와 유연근로제 중 하나를 택해 적용하기로 했다. 초과 근로가 많지 않은 직군은 통상근로를 적용하고, 업무시간이 불규칙하고 초과 근로가 많은 기자, PD, 촬영감독, 후반제작부 등 제작 관련 부서는 선택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를 적용한다.

선택근로제는 주 52시간 통상근로제를 1주 단위가 아닌 4주 단위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4주 동안 ‘52시간×4주=월 208시간’을 넘을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 경우 노동자가 업무의 시작과 종료를 선택할 권리, 휴일 근로에 대한 선택권 등에서 애매모호한 점이 있고, 부서원 전체에게 일괄 적용할 것인지 또는 부서원 사이 노동 강도의 형평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MBC는 수목드라마 <봄밤>을 시작으로 평일 미니시리즈를 오후 9시로 1시간 앞당겨 방송하기 시작했고, 메인 뉴스인 <뉴스테스크> 역시 기존보다 30분 앞당겨 지상파 3사 중 가장 빠른 시각인 7시 30분부터 방송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반영한 선제적 전략이라고 밝힌 MBC는 노사 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합의안을 도출해내겠다는 계획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노보를 통해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프로그램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큰 방향인데 이는 실비 수당 인상을 통해 초과근로에 대한 대가를 보전하는 선에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며 “쉬운 해법으로 귀결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 52시간 노동제 안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는 최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회사는 노사가 합의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언론노조 SBS본부는 ‘SBS형 유연근무제’를 제안했다. SBS형 유연근무제도는 무분별한 장시간 연속 노동과 무보상 공짜노동 가능성을 높이는 기존 재량근무(편의상 ‘재량 A’로 명명) 적용 대상을 최소화하고, 대신 노동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되 합산단위를 기존 선택 근무의 1개월에서 3개월까지 높이는 재량 B 근무를 신설해 폭넓게 적용하자는 안이다.

SBS 노조는 “재량 B는 3개월 범위에서 실제 노동시간을 측정해 일한 만큼 동등하게 보상하는 제도여서 노동시간이 아닌 제작 프로그램에 따라 보상액 차이가 나는 기존 68시간 체제의 문제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선택 근무의 노동시간 합산 단위 1개월 내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충분한 노동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던 문제는 합산 단위를 3개월까지 늘려 제작현장의 애로사항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SBS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재량근무는 시행 원조국인 일본에서조차 퇴출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로 과로사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제도”라며 “방송 제작의 특수성과 도탄에 빠진 SBS 경영 상황까지 고려해 노동시간 유연성을 대폭 확대하자는 방안은 노조가 제시할 수 있는 양보의 최대치”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탄력근로제 : 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제도. 예를 들어 2주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업무가 많은 첫 주에는 58시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줄어든 다음주에는 46시간 일해 평균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유지하는 것. 현행법상 3개월 기준으로 정할 수 있지만, 6개월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

△재량근로제 :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업무수행 방법까지 근로자 재량에 맡기는 제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노사가 서면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함.

△유연근로제 : 탄력근로제, 재량근로제 등을 포괄하는 개념.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형태로 일하도록 정형화된 근무제도에서 벗어나, 업무량이나 일의 성격 등에 따라 업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