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통위,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3기 방통위,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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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범할 3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과 소명은 무엇인가. 지난 2011년 최시중 위원장 체제로 시작된 방통위 2기가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과 방향성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입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상당한 가운데, 향후 출범할 방통위 3기의 미래와 비전을 타진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2월 6일 국회 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 방송인총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유승희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3기 방통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가 열렸다. 이효성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토론에는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고민수 강릉대학교 교수, 정민영 참여연대 변호사, 최우정 계명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김경환 상지대학교 교수는 “2기 방통위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며 “(현 정권 출범 전) 구 방통위는 정파성에 매몰되어 갈피를 잡지 못했으며 현재의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수준에만 매몰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2기 방통위의 유일한 성과는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꼬집으며 “2기 방통위가 해결하지 못한 종합편성채널 재허가 심사, KBS 수신료 인상안, UHDTV(700Mhz 주파수 재배치), 미디어렙 지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3기 방통위는 효과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3기 방통위의 인적구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하며, 방통위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미국 FCC와 같은 독자적 자문위원을 둘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경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다소 도발적인 어투로 2기 방통위를 비판하는 한편, 3기 방통위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위원장은 “2기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은 졸속 그 자체였다”고 단언하며 “3기 방통위에서는 합의제 정신이 살아있는 조직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부위원장은 2기 방통위원의 면면을 조목조목 평가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최시중 전 위원장과 이병기, 이경자 전 위원의 부적격 논란과 더불어 양문석 위원에 대해서는 “기대는 컸으나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으며, 신용섭 전 위원의 EBS 사장 취임에 잔뜩 날을 세우기도 했다. 또 이경재 현 위원장의 정치성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현재 여야가 돌아가며 맡는 부위원장 제도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슈는 야당 추천위원인 김충식 부위원장에 대한 반응이다. 이 부위원장은 김 위원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 부재가 심각한 김 위원은 야당 위원으로서 제 역할을 완전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위원 선임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던 김 위원을 둘러싸고 연임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김 위원의 연임에 대해 완전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3기 방통위원의 자격조건에 대해 방송 분야의 전문성, 공공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지향, 지역성, 소통, 정치적 독립성과 추진력, 도덕성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의 핵심은 2기 방통위의 전반적인 평가와 3기 방통위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이 방통위원에 누가 임명되느냐를 따지기 보다 그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음에도, 3기 방통위원 선임에 대한 높은 관심은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열린 본 토론회가 여당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본 토론회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야당 추천 방통위원 선임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인 민주당의 파열음이 노출되기도 했다. 주최를 맡은 유승희 의원이 인사말을 통해 “3기 방통위원은 당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하자 이경호 부위원장이 발제를 통해 즉각 반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동시에 이 부위원장은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방통위 상임위원 선출에 대한 요구를 담아 민주당에 공동추천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자체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사실상 거부했다고 밝히며 민주당의 독단적인 방통위원 선출에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본 토론회에서는 무늬만 합의제인 방통위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전문성을 담보로 하는 조화로운 위원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위원 숫자를 적어도 9명에서 최대 15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