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에 이어 딜라이브, CMB까지…판 커진 케이블 인수전 ...

현대HCN에 이어 딜라이브, CMB까지…판 커진 케이블 인수전
"가입자냐, 재정 건정성이냐, 지역 네트워크 확보냐" 장점 확실한 매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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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현대HCN에 이어 딜라이브와 CMB까지 매물로 나오면서 유료방송 인수합병 시장의 판이 커졌다. 이동통신 3사가 각각 어떤 매물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이미 인터넷TV(IPTV)를 앞세운 이동통신 3사 체제로 개편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한 KT군이 31.52%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LG유플러스군(24.91%), SK브로드밴드군(24.17%)이 바짝 뒤쫓고 있다.

앞서 이동통신 3사는 지난 5월 현대HCN 매각 예비입찰에 다 참여했다. 케이블 업계 5위 사업자인 현대HCN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133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3.95%를 차지한다. 특히 서울 관악구, 서초구, 동작구 등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어 알짜 매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현대HCN 인수를 위한 실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간은 4주다. 실사는 현금보유량, ARPU, 부채 등 재무 상황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실사 이후 이동통신 3사는 인수 가격 및 조건 등 세부 내용을 조율한 뒤 7월로 예정된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KT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예비입찰에 응모했는데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게 되고, LG유플러스나 SK브로드밴드가 인수할 경우 확고한 2위 사업자 자리를 가질 수 있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수도권 최대 케이블 딜라이브 매각의 관건은 가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채권단은 기존 1조 원 이상 수준으로 바라봤던 기업 가치를 낮추고, 매각 주관사를 BoA메릴린치로 교체해 매각 관련 전권을 위임했다. 현대HCN 등 케이블 업체가 매각 시장에 뛰어들자 다시 한 번 팔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6월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딜라이브 매각 주관사인 BoA메릴린치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동통신 3사는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한 뒤 예비실사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는 공개 매각을 추진 중인 현대HCN과 달리 조건만 맞으면 바로 본계약 협상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현대HCN이 딜라이브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의 경우 가입자가 많기 때문에 시장지배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재무능력에서 현대HCN이 탄탄하기 때문에 현대HCN을 더 선호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HCN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 수준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10% 미만이며, 현금성 자산은 약 3천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CMB는 서울 영등포·동대문, 대전·세종·충청, 대구, 광주·전남 등 11개 권역에서 154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4.58%로 케이블 업계 4위 사업자다. CMB의 경우 현대HCN보다 점유율이 높고, 주요 광역시를 거점으로 강력한 지역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CMB는 딜라이브와 달리 별도의 매각 주관사 없이 희망 인수자와 개별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HCN과 딜라이브, DMB 등 케이블 업체마다 각각 장단이 확실하기 때문에 당분간 이번 인수전을 둘러싸고 이동통신 3사의 복잡한 두뇌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