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 이름을 붙인다? 찬반 ‘팽팽’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 이름을 붙인다? 찬반 ‘팽팽’

683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전숙희 기자]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놓고 날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8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가상 광고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정과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극명하게 갈리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앞서 방통위는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협찬 고지에 관한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방통위는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을 고지할 수 있도록 해 시청률이 낮아서 광고 판매가 어려운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가능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단 방송 프로그램 내에는 협찬주명 등이 포함된 방송 프로그램 제목의 고지를 금하고 시청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방송 프로그램 시작 타이틀 및 종료 타이틀 고지 시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예고 시 △방송 프로그램 전에 편성되는 광고 시간의 화면 좌상단 또는 우상단에 노출하는 방송 프로그램 예고 자막 방송 시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또 방송의 공정성 확보와 시청권 보호를 위해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과 보도‧시사‧논평‧토론 프로그램의 제목에는 협찬주명 등의 고지를 금지키로 했다.

방통위는 이미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선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에 협찬주명 등을 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확정된다면 사실상 ‘제목 광고’를 도입하는 것으로 방송 광고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염성원 평택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방통위의 예상과 달리 타이틀 스폰서십은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집중될 것이고, 타이틀 스폰서십이 도입되면 누구나 타이틀 스폰서십을 하려고 하지 뒤따르는 광고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광고 시장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총장 역시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의 제작 활성화를 위해 타이틀 스폰서십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광고주라면 당연히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선호할 것이고 결국 (방통위가) 기대하는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방통위가 말하는 기대 효과에 의문을 표했다.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조항을 보면 ‘시청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모르겠다”며 “방통위가 많은 비판을 받는 타이틀 스폰서십에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었을까 의아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광고가 방송사의 절대적 재원이고 시청자에게 직접적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점이 있지만 제작자의 제작 자율성, 방송의 독립성, 시청권 등을 고려했을 때 광고가 방송에 깊이 개입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타이틀은 프로그램의 방향, 성격, 정체성 등을 보여주는 데 그것에 상품명을 넣는 것은 이를 훼손하는 것으로 차라리 이보다는 중간 광고가 합리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반해 방송사에서는 광고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현실에서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선 협찬 고지 규칙 개정 등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인주 SBS 광고팀 부장은 “2000년 12%였던 2040 세대의 실시간 시청률이 2015년에는 4%로 떨어졌다. TV를 통한 시청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광고주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며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왜 이 개정을 시작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석봉 JTBC 정책팀장은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자 복지란 양질의 콘텐츠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방송 시장의 상황과 방송사의 입장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성진 지역MBC 전략지원단장은 “지상파의 시청률도 떨어지고 있는데 지역 지상파의 시청률은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방송의 상업화 등이 우려된다면 프로그램 제작 자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방송사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해본 뒤 도입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월 31일 ‘방송 협찬 문제점 및 개선 방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협찬의, 협찬에 의한, 협찬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격”이라며 “협찬의 허용 범위를 규정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곧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8월 25일 방송 협찬 고지 규칙 개정 관련 토론회를 주관하면서 “방통위가 행정 예고한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은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상업화를 가속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시청자 또는 방송 사업자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항들을 방송법에 직접 규정함으로써 협찬 고지와 관련한 행정기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부터 시청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협찬 고지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