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안 공개…‘숲 없고 나무만’

통합방송법안 공개…‘숲 없고 나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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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곽재옥) 현행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을 하나로 묶는 통합방송법안이 나왔지만 여전히 지상파를 비롯한 전체 시장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료방송에 국한된 입법기술적 차원에 머물러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디어시장분석그룹장은 지난 10월 28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 방향(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운영해 온 공동연구반의 결과물로, 11월 말 국회에 제출해 내년 초 입법 예정인 통합방송법의 초안 성격을 띤다.

이날 발표된 안은 일단 통합방송법을 통한 규제체계 정비의 기본원칙을 △이용자(시청자) 권익 증진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수립 △유료방송사업과 IPTV사업 간 규제 형평성 실현 △규제의 실효성 확보 등 4가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통합방송법 마련을 위해 그동안 TF를 구성해 활동해 온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은 현재 제시된 법안이 이러한 기본원칙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TF 일원인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번 발표안은 유료방송에 한정된 입법기술적 미세조정 원칙에 불과해 이용자 권익 증진, 즉 시청자 복지는 물론이고 기본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항들을 어느 하나 만족시키지 못한다”면서 “규정은 나왔지만 그것이 통합방송법 제정의 취지를 벗어나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안에 나타난 핵심규정은 △실시간방송·비실시간방송 유형 명확화 △지상파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의 면허체계와 사업권역 현행 유지 △‘직접사용채널’ SO·위성방송 공지채널로 규정, IPTV 금지 유지 △‘의무제공채널’ 규모 현행 유지(SO 19개, IPTV 15개) △방송채널사용사업자 간 채널별 양도·양수 허용 △종편·보도 콘텐츠, 현행 방송법 소유제한 규정 적용 △IPTV방송제공사업과 지상파방송사업 간 겸영제한의 범위를 위성방송이나 SO 수준으로 적용(구체적 비율은 시행령으로 위임) 등으로 요약된다.

이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소유겸영’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현재 세계 유례없이 IPTV(KT olleh tv)·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지분 51%) 2개의 플랫폼을 가진 KT의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른 합산 규제가 필요한데 정작 통합방송법안에 이 같은 규정은 배제됐다. 지난해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발의한 ‘합산규제 법안’이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이번 토론회 발표에 따르면 이에 대한 규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논의 없이 국회로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안은 또 ‘채널구성 및 운영’ 규정이 종합편성채널에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단 ‘직접사용채널’을 IPTV는 현행대로 금지하고, SO와 위성방송은 공지채널로 규정해 기능을 축소하는 안은 다시 말하면 보도기능을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에만 부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SO와 IPTV의 ‘의무전송채널’ 규모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안 또한 수신료를 거두지 않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수신료까지 챙기려는 종편을 일방적으로 편들어주기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그뿐 아니라 현행법상 구분이 모호한 ‘실시간방송’과 ‘비실시간방송’의 유형 명확화에 따른 후속문제도 만만찮다는 분석이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텔레비전방송채널사용사업(PP)’에 실시간(linear)의 특징을, ‘데이터방송채널사용사업(DP)’에 비실시간(nonlinear)의 특징을 반영하고, 실시간에 대한 규제를 유지한 채 비실시간에 대한 규제만 완화하는 쪽으로 법안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추 사무총장은 “실시간방송과 비실시간방송 구분에 따른 개선방향은 이번 통합방송법안상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목이지만 이는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지적하며 “이는 쇼핑방송 등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전체 방송시장뿐 아니라 방송광고로 운영되고 있는 공적 영역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점검은 일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통합방송법안의 뚜껑이 열렸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방송 관련 전문가들은 산업적 효과를 위해 연구반을 구성하는 등 인적·물적 투자를 꾀했음에도 실질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 사무총장 역시 “방송시장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는데 이를 어찌 정치적 문제로 접근하고 해결하도록 맡길 수 있느냐”고 토로하며 “전체 시장을 고려한 제대로 된 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래부와 방통위, 범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