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쾀 TV, 출시 준비 완료

클리어쾀 TV, 출시 준비 완료

421

디지털 ‘하향 평준화’라는 폭탄을 내재한 클리어쾀 TV가 기술 정합 시험을 끝내고 상용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전환 작업이 완료되는 2013년 초부터 16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해당 TV를 보급한다는 방침이지만 유료 방송 업계는 물론 지상파 진영의 반발도 극에 달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씨앰비 등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삼성전자 및 기타 가전업체가 제작한 클리어쾀 TV 기술 정합 시험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폭풍은 거세다. 우선 클리어쾀 TV가 케이블 사업자에게 특화된 미디어 플랫폼이기 때문에 케이블 외 IPTV 및 위성방송 사업자들의 반대가 격렬하다. 이들은 의견수렴 자체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고 성토하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이하 TTA)의 기술 표준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까지 제출한 상황이다. 동시에 이들은 다음 달로 예정된 TTA의 클리어쾀 TV 표준 제정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이미 클리어쾀 표준화를 위한 TTA 기술위원회 회의도 완료된 상황에 다음 달 21일 표준화 총회를 통과하면 사실상 클리어쾀 국내 표준이 제정되기 때문에 케이블 외 유료 매체 진영에서는 ‘시간이 없다’는 조급함도 읽히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TTA 표준화 총회에 IPTV를 보유한 통신사들의 의결권이 많기 때문에 ‘총회 파행’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클리어쾀이 TTA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아도 해당 TV가 상용화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TV를 제조하는 방안에 대해 TTA 표준이 법적인 강제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위는 TTA 상황을 살피는 동시에 해당 기술의 원만한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원론적인 방침만 내세우고 있다. 물론 뉴미디어 시대를 맞이해 가전업체와 통신사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하지만, 클리어쾀 TV가 디지털 전환 정국을 맞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적절하게 스며들어 갈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해당 기술이 케이블 특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산업 불균형’을 주장하는 케이블 외 유료 매체의 반발이 점점 커지는 것이 기정사실인데다, 미국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클리어쾀 TV의 등장으로 인한 디지털 하향 평준화 사태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의 주장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또 콘텐츠 저가화 현상에 따른 관련 산업 붕괴 현상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대다수다. 여기에 해당 기술의 채널 숫자 및 ‘킬러 콘텐츠의 유무’에 따라 방통위가 클리어쾀 TV 도입을 통해 기대했던 순기능이 사라지고 역기능만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하향 평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클리어쾀 TV를 둘러싸고 관련 이해단체의 서로 다른 주장이 난립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국민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보다는 단지 ‘블랙아웃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수치상의 전환 지표 상승을 꾀하는 방통위의 만용이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