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UHD 조기 정착으로 ‘맞불’

케이블, UHD 조기 정착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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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TV 발전 주체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막강한 콘텐츠 제작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상파 방송사가 UHDTV 발전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유료방송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 CMB 등 4개 MSO(복수 케이블TV사업자)들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케이블 UHD 셋톱박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UHD 셋톱박스 개발을 마치면 케이블 방송이 10만 대의 셋톱박스를 공동으로 구입해 조기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또한 UHD 셋톱박스 보급을 필요로 하는 개별 SO들도 공동구매에 동참시켜 케이블 UHD 외연 확대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작년 7월부터 UHD 시범방송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케이블 방송이 셋톱박스 상용화를 통해 국내 UHD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UHD 정책은 노골적인 유료방송 사업자 주도로 추진되었다. 작년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비롯해 유료방송 UHD 표준정합모델이 속속 정해진 것도 이러한 정부의 의지와 결을 함께한다. 동시에 UHD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도 미래부의 전파진흥기본계획과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통해 사실상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국민행복 700 플랜을 앞세운 지상파의 공적 미디어 플랫폼 부활과 더불어 지나친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완화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을 일으키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UHDTV를 대형 평수의 집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가 아니라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대중화 수순을 밟고 있는 UHDTV 가격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 디스플레이서치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UHDTV 평균 판매 가격은 북미에서 1만8,667 달러, 중국은 4,503 달러, 세계 평균은 7,851 달러(한화 828만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북미 1,986 달러, 중국 9,73 달러, 세계 평균 1,120 달러(약 118만 원) 수준으로 크게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을 기준으로 무려 1/8 가격인 셈이며, 이는 UHDTV의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을 설명하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 여기에 2월 7일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천명하면서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유료방송의 UHD 전략도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그러자 케이블 방송사는 UHD 셋톱박스 개발 및 공동 개발을 바탕으로 조기 상용화라는 승부를 던졌다. 이에 양휘부 한국케이블TV협회 회장은 “UHD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케이블 업계가 UHD 활성화를 위해 기술, 설비, 콘텐츠 분야에 2017년까지 약 6500여 억 원 규모의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이 UHD 상용화를 위한 셋톱박스 개발을 내세우면서 약점인 콘텐츠 제작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 부분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향후 UHD 발전 주체를 둘러싼 논의가 더욱 달아오르는 가운데 막강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보유한 지상파가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적 인프라의 역할을 담당하느냐, 아니면 셋톱박스 개발을 통해 조기 상용화를 노리는 케이블이 프리미엄 UHD 정책을 시장에 안착시키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