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삼성과 UHD 연합전선 꾸리나

케이블, 삼성과 UHD 연합전선 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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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이 양휘부 한국케이블TV협회 회장과 전격적으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윤 사장은 양 회장에게 UHD 시장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UHD 상용화에 나서는 케이블 업계와 제조사의 기본적인 협력을 위해 만남을 제안한 것”이라며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결합을 통해 양 측이 최선을 다하자는 선에서 회동이 마무리 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TV 사업을 김현석 TV사업부장(부사장)에게 일임하고 생활가전 사업에 역점을 두던 윤 사장이 케이블과의 UHD 협력을 강조하고 나온 셈이다.

   
 

당장 윤 사장과 양 회장의 회견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UHD 파트너로 일찌감치 케이블을 낙점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비록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최근 KBS를 방문해 지상파 UHD 가능성을 시사하긴 했지만, 아직 UHD 발전의 주도권은 케이블 업체가 쥐고 있다는 상황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실제로 케이블은 UHD 4월 상용화를 목표로 삼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셋톱박스를 제작해 구매 후 배포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케이블과 제조사, 특히 삼성전자의 협력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편이다. 특히 2012년 윤 사장이 디지털케이블쇼에 참석해 “케이블 사업자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상호 윈-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기조연설을 한 대목은 특기할 만 하다. 당시 윤 사장의 발언은 망중립성 논쟁으로 제조사와 통신사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절 전격적으로 이뤄진 발언이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2012년 윤 사장은 망중립성 논쟁으로 관계가 악화된 통신사 대신 ‘망’을 가진 케이블과의 새로운 협력을 도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당시 윤 사장의 케이블 업계에 대한 ‘구애’를 두고 ‘케이블 측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셋톱박스 투자에 부담을 덜어주는 대가로 삼성의 스마트 생태계가 케이블 TV를 통해 더욱 공고히 자리잡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즉 애플의 모바일 환경이 하나의 생태계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음을 목도했던 삼성이 망 개방성이 폐쇄적인 통신사와의 제휴를 줄이고 막대한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을 통해 셋톱박스 투자를 대행해주고, 새로운 헤게모니를 지배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온도차이가 다르다. 당시 윤 사장이 케이블에 원했던 것은 망중립성 논쟁으로 관계가 나빠진 통신사 대신, 셋톱박스 개발을 전제로 자신들의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전국 단위의 망을 가진 케이블을 선택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명백히 플랫폼적인 분야를 원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의 UHD 협력에 있어서는 다르다. 윤 사장은 케이블 사업자에게 UHD 플랫폼과 콘텐츠 모두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톱박스 전략을 공유한다는 기본적인 전략은 변하지 않은 체, 윤 사장은 케이블의 UHD 플랫폼-콘텐츠 재원을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삼길 원하고 있다. 최근 소니가 세계 UHDTV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를 노리겠다는 정무적 판단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UHD 판도에서 플랫폼은 물론, 콘텐츠 사업자로서 절대 강자는 지상파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사와 케이블의 전략적인 제휴가 얼마나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제조사는 다양한 방안으로 지상파와의 협력도 타진하고 있다. 오는 4월 케이블 UHD 상용화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UHD 협의체의 유료방송 로드맵 완성, 여기에 따른 지상파 UHD와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까지 정신없는 공방전이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4월 케이블TV 업체들의 UHD 채널 정식 서비스와 함께 ‘CES 2014’에서 발표했던 ‘UHD 팩’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UHD 팩은 하드디스크에 UHD 콘텐츠를 담아 판매하는 사업이다. 하드디스크 가격 때문에 다소 비싼 가격에 책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다운로드 방식의 서비스도 스마트TV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