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VR 산업 그리고 우리

[칼럼] 중국의 VR 산업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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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서영우 KBS 미래기술연구소 팀장] 지난주 상암동에서는 ‘한-중 가상현실(VR) 산업 워크숍’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콘퍼런스가 열렸다. 붉게 꾸며진 행사장의 분위기는 이미 중국이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는 VR 산업의 현실을 조명하고 있었고, 폭풍마경, DeePoon, 3Glasses, Nibiru, 87870 등 쟁쟁한 기업의 대표 및 임원들이 무대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는 특유의 입담으로 VR 산업에 대한 비전과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VR 산업에 중국의 투자가 2015년 이후 본격화되면서 세계 시장을 같이 키우고 있고, 모바일의 Daydream이나 콘솔의 STEAM 등 표준규격을 지원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장비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VR 단말기를 오래 보게 될 경우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피로감, 멀미, 시력 손상 등에 대한 치밀하게 연구하고 분석하고 있다는 내용을 들으며 중국 VR 산업의 잠재력에 대해 새삼 놀랐다. 언제부터인가 다국적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자되면서 거대 시장을 중심으로한 특유의 정부주도형 산업 생태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VR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가자들의 질문도 날카로웠다. 실제 수익을 어떻게 내고 있는가? 어떤 식으로 한국 등 외국 기업과 협업을 하는가? 한류 콘텐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쉽게도 플랫폼 사업자에 유통되는 VR 콘텐츠의 저작권에 대한 보호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실제 수익 확보를 위해서 전국적으로 깔려있는 수천의 VR 체험장을 타겟으로 한 전문 콘텐츠에 집중 투자를 한다거나, 게임 콘텐츠의 수익화를 위해 모바일 단말기를 위한 무료 설치를 유도하고 그곳에서 인앱 구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VR 주도형 상거래가 아닌 기존의 상거래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이 확장되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도 발굴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도 있었다. 어느새 시행착오 단계를 거쳐 산업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는 하드웨어 인프라가 몇몇 스타 기업을 중심으로 저렴하게 국민들에게 확산되는 모습은 시장-인프라-플랫폼-자본의 조화가 하나의 사업을 어떻게 만들고 성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약 2조 원 넘게 들여 인수한 오큘러스 기반의 소셜 VR 플랫폼을 10월 5일 오큘러스 커넥트 행사에서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주커버그는 시연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카드도 즐기고 애완동물도 살펴보고 부인과 셀카를 찍는 등 소셜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는 소통의 플랫폼이 VR로 옮겨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EBU(유럽방송연맹)는 차세대 미디어의 핵심을 VR로 보고 BBC R&D, NHK STRL 등 각국의 방송 연구소가 중심인 BTF(Broadcast Technology Futures) 그룹에서 VR의 표준화 및 미디어 서비스 개발을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자본, 중국의 시장, 유럽 방송사들의 다국적 연합! 이 거대한 물결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VR 페스티벌이 한창인 상암동 미디어센터의 한가운데에서 그 미래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