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몸살 앓는 콘텐츠

[칼럼] 광고에 몸살 앓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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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눈 만 뜨면 광고를 만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BS의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처럼 플라스틱 없이 살기도, ‘광고 없이 살아보기’도 불가능한 세상이다. 하지만 광고의 홍수 속에도 광고 수익이 줄어들어 고민인 미디어가 있다. 바로 방송미디어다. 광고주는 방송 광고로 예전 같은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광고주의 시선은 어디에 있는가? 당연히 미디어 소비의 축을 따라서 이동한다. 방송이라는 대중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모바일 중심의 소셜미디어, 1인 방송, 블로그 같은 개인 미디어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미디어는 광고 유치를 위해 안달인 ‘광고에 몸살 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광고에 몸살을 앓는’ 콘텐츠가 있을 정도로 기이한 현상을 보인다.

이것은 개인 미디어 콘텐츠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한 ‘브런치’나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의 글 이외에도 개인 방송이나, 개인의 블로그 글에도 깜짝깜짝 놀랄 수준의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좋은 광고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를 실천하는 개인 미디어가 경험 콘텐츠로 소비자를 파고든다. 바로 ‘광고 불변의 법칙’을 주장한 데이비드 오길비의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며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 미디어의 역할이 커지면서 우려 사항도 늘어나고 있다. 첫 번째는 개인이 소비자를 상대로 ‘돈이 되는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다음은 일부 플랫폼 기반 콘텐츠 비즈니스 사업자의 무분별한 광고 우선 전략이다. 뉴스, 연예, 스포츠 소식 등 ‘실시간 정보형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콘텐츠의 중간, 하단뿐만 아니라 팝업으로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광고를 피해 가면서 콘텐츠를 이용해야 할 정도다.

첫 번째 현상의 배경은 무엇일까? 요즘 젊은 층에 꿈틀대는 ‘경제적 자유’ 신드롬과 개인 미디어가 만나면서 생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와 티스토리 블로그 등을 ‘투잡’의 필수 도구로 장착하면서 개인 미디어 콘텐츠는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재테크에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들의 스토리는 자랑하기 욕구로 포장된다. ‘있는 그대로의 글’을 넘어서 기승전-광고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블로거들의 글이 전문가의 원고보다 더 사랑받고, 전달력이 큰 경우가 많다. 비전문가의 글은 어려운 이론적 배경이 적어 오히려 읽기 쉽다.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흥미 요소로 소비자 심리를 파고든다. 같은 소비자라는 동질감으로 호감 얻기에도 충분하다. 그래서 글에 포함된 상품을 기억하게 하고, 지인들에게 전파하기 쉽다. 이들은 지인의 추천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셜미디어의 특성을 활용한다. 자연스럽게 광고보다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되어 퍼 나르기에 성공한다.

개인이 원하는 것은 수익이다. 노력에 견주어 대가는 미미하지만, 거대 플랫폼에서 흘려주는 꿀물을 따라서 움직인다. 이들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네이버나 구글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애드포스트’, ‘애드센스’ 등을 통해서 광고 수익의 일부를 챙기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사회 현상을 디지털 광고에 활용하는 플랫폼의 등장이다. ‘주먹이 법보다 빠르다’고 했던가? 미디어 시장의 현장은 이론을 살피는 학교보다 훨씬 빠르고, 미디어의 공적인 책무보다 수익이 앞선다. 선량한 개인의 창작 활동이 ‘광고 수익’이라는 작은 꿀맛 때문에, 어두운 역할을 할 우려가 크다. 이것은 본 모습 그대로 생기는 그림자가 아니다. 개인은 ‘있는 그대로의 스토리’가 아닌, ‘엮어낸 이야기’로 각색한 거짓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거품이 된 거대한 그림자는 소비자 유혹에 쓰인다. 더 나아가서는 ‘원고 대행’이라는 사탕발림으로 개인 미디어를 사업에 끌어들이는 행태도 걱정이다. 이러한 덫은 ‘아이디 임시대여’나 ‘원고료 당일 지급, 선지급’이라는 은밀한 제안에서 시작한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디지털 광고가 만나면서 파생한 슬픈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성을 합법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이 모델의 선구자는 ‘로켓 배송’, ‘로켓 프레시’로 쇼핑계에 바람을 일으킨 *팡이다. 이들은 쇼핑 시장에 소셜미디어를 접목하여 ‘*팡 파트너스’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팡 파트너스’ 참여자는 같은 소비자의 경험을 각종 미디어에 소개하면서 건당 매출의 3% 수익자로 바뀐다.

이러한 ‘*팡 파트너스’의 아이디어가 콘텐츠 시장에도 옮겨왔다. ‘**픽 파트너스’다. 매 순간 생산되는 뉴스, 연예계 소식, 스포츠 등의 ‘실시간 정보형 콘텐츠’의 빠른 전달 도구로 개인을 참여시킨다. 참여자는 내가 활동하는 플랫폼에 콘텐츠를 퍼 나르면서 포인트를 얻는다. 이 플랫폼은 콘텐츠 큐레이션을 목표로 하지만 실상은 온라인 광고 탑재를 위한 콘텐츠 중계 플랫폼 역할을 한다. 광고 과잉으로 콘텐츠 읽기가 어려운 정도로 본질을 흐리게 한다.

파트너스 활동자는 기사를 퍼 나르면서 2P에서 4P를 받는다. 이 포인트는 현금으로 인출 가능하다. 이 적은 돈의 유혹에 활동자도, 링크를 전달받는 사람도 광고에 현혹된다. 그래서 ‘인형 눈알 붙이기’ 아르바이트의 디지털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같은 플랫폼에는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광고 노출이 많다. 불법은 아니지만, 저급 광고 수익 시장에 영혼 없이 동원되는 ‘파트너스 활동’이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처럼 콘텐츠 본질을 방해하는 무수한 광고 속에서 ‘콘텐츠 품질’을 지키기는 어렵다. ‘광고를 위한 광고’에 물들어가는 혼탁한 D급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콘텐츠’를 지키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