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연기? 그럼 언제부터?

지상파 UHD 본방송 연기? 그럼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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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테스트 기간 충분히 갖고 9월에 지상파 4사 동시 시작”
미래부 “준비된 방송사부터 차례대로 시작”
방통위 “9월 시작은 너무 늦어”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 일정을 놓고 지상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신경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앞서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3사는 지난해 말 올해 2월로 예정된 지상파 UHD 본방송 서비스를 9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KBS는 공공기관으로 방송허가장 교부를 전제로 방송 장비 발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한 방송 장비를 구비하지 못했고, MBC나 SBS의 경우 방송 장비 도입은 마무리됐으나 필드 테스트 시간이 부족해 기술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상파 3사는 EBS가 오는 9월 본방송을 시작하는 만큼 일정을 맞춰 지상파 4사가 동시에 UHD 본방송을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방통위는 1월 31일 지상파 3사 본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각사의 지상파 UHD 본방송 개시와 관련된 현황과 입장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KBS는 “빨라야 2월 말에나 방송 장비를 갖출 수 있다”, MBC는 “미국에서 구입한 송신 장비 일부가 문제를 일으킨 상황”, SBS는 “중계기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상파 UHD 본방송을 당장 시작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음을 언급했다고 한다.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11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신청한 수도권 지역 지상파 UHD 방송국 신규 허가를 의결했다. 방송국 허가부터 본방송까지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이다. 이는 디지털TV(DTV) 14개월, DMB 9개월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다.

문제는 지상파 UHD 본방송 표준인 ATSC 3.0이 아직 완료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송사 관계자에 따르면 비표준 장비로 인해 방송 사고가 발생했을 시 원인 파악이 어렵다. 특히 현재 SFN용 송수신 모듈은 정규 방송 적용 실적이 없어 관련 사고 발생 시 진단을 위한 측정 장치나 경험, 매뉴얼도 전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상파 3사는 7개월가량의 필드 테스트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UHD 본방송을 9월로 연기한다면 UHD 제작, 송출, 송신, 링크 장비의 최소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월 16일 성명서를 통해 “아직 완성되지 않은 ATSC 3.0 표준, UHD 제작 지원 방송 장비 부족, 수신기 보급 차질 등 기존 계획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다수 발생해 본방송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보다는 ‘온전한 UHD 서비스’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 성과주의 행정에 매몰돼 무리한 일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상파 3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이 연기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을 하지만 9월까지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지상파 3사 본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상파의 준비 부족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해 11월 수도권 지역 지상파 UHD 방송국 신규 허가를 의결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12월부터 연기해달라고 말을 바꾼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9월까지 연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준비된 방송사부터 차례대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미래부는 2월 3일 방통위의 의견 요청에 ‘순차 개시가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지상파 UHD 본방송 실시에 별다른 기술적 문제가 없고, 준비가 완료된 사업자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래부의 답변까지 더해지면서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 연기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현재까지 거론된 경우는 △준비된 방송사부터 순차 개시 △이르면 3~4월, 늦어도 6월 상반기 지상파 3사 시작 △9월 지상파 4사 동시 시작 등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9월 동시 시작은 거의 가능성이 없고, 미래부와 마찬가지로 순차 개시 쪽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는 방통위의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