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의 비즈니스 전망과 미래 전략

지상파방송의 비즈니스 전망과 미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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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의 비즈니스 전망과 미래 전략

한국콘텐츠진흥원 최세경 책임연구원

 

지상파방송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주 수입원인 광고매출액이 2008년에 이미 8.7%나 감소했으나 그 감소폭이 2009년에 들어와서 더 커지고 있다. 2009년 1분기 지상파 방송3사의 광고매출액은 3,486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32.1%나 줄었다. 이를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출이 전체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해왔기 때문이다. 비단 광고매출의 감소뿐만 아니라, 수용자 시장에서 지상파방송이 지배적 위상을 누려왔던 매체력까지 점차 약화되는 상황은 그 위기의 심각성을 더 잘 보여준다.

수용자 시장에서 지상파방송의 매체력이 약화되는 것은 방송통신융합으로 새로운 미디어 이용구조가 조성되는 현상에서 기인한다. <그림>처럼 방송과 통신 간의 네트워크 구분 없이 동일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접근할 수 있는 크로스 또는 통합 플랫폼(이하, 통합플랫폼) 이용환경이 등장하면서 지상파방송은 수용자와 콘텐츠가 만나는 접점, 즉 경험의 양식을 통제할 수 있는 독자적 플랫폼으로서 위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파방송이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서둘러 모색하려면, 이러한 통합플랫폼 이용구조가 전체 방송산업에 미치고 있는 변화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림> 통합플랫폼의 이용구조

 

통합플랫폼은 여러 네트워크를 선로 연결하는 ‘연결성(connectivity)’, 그로 인한 미디어 기능과 서비스를 통합시키는 ‘통합성(integrity)’, 그리고 두 기능으로 서비스와 콘텐츠 소비에 대한 통제권을 수용자에게 부여하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라는 세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중에서 상호작용성은 주문형 콘텐츠(on-demand content), 시간이동(time-shifting) 그리고 다시보기(play-again)의 향상된 TV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통제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대량의 단일한 수용자 집단을 여러 세그먼트(segment)로 바꾸는 ‘소비자의 분화(fragmentation)’ 현상까지 야기한다. 즉, 전통적인 ‘선형서비스 방송모델(linear broadcast model)’에서 수동적 지위에 머물렀던 ‘수용자 대중’을 서비스와 콘텐츠를 자신의 관심과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세그먼트’로 변모시켜놓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통제력의 증가 또는 소비자 분화 현상은 방송 비즈니스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하나는, 광고 비즈니스가 단일한 규모의 수용자를 확보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소비자 세그먼트를 고려하는 전략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소비자 분화로 특정 플랫폼과 채널에서 대량의 수용자 규모를 유치하는 것보다 여러 플랫폼과 채널에서 다양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방안이 광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의 능동적인 선택과 주문에 의하여 서비스와 콘텐츠가 결정되는 ‘비선형서비스 방송모델(non-linear broadcast model)’이 부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선형서비스 방송모델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채널에 기반하여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에 부합하거나 미래에 그럴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의 상품가치에 따라, 즉 자신의 관심과 선호에 근거하여 콘텐츠를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비선형서비스 방송모델의 확산은 광고기반의 수익구조가 방송산업에 차지하는 중요성을 약화시키고 가입(subscription)과 임대(rental) 방식의 유료서비스를 주요 수입원으로 등장시킬 전망이다.

 

<그림> 방송서비스의 미래 수익모델 전망

 

지상파방송이 처한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따른 구조적인 결과라는 사실은 이제 분명해졌다. 통합플랫폼 이용구조에 따른 소비자 분화로 광고 비즈니스는 점차 축소하고 소비자 통제력의 증가에 부응하기 위하여 유료서비스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상파방송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비즈니스의 전략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통합플랫폼 이용구조가 가져온 방송산업의 변화 흐름을 지상파방송 비즈니스 모델로 재빨리 수렴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상파방송이 방송시장에서 오랫동안 누려왔던 장단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방송산업의 환경에서 지상파방송만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①콘텐츠 전략, ②플랫폼 전략 그리고 ③소비자 전략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상파방송은 높은 품질을 갖는 독점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통합플랫폼 이용구조에서 소비자는 자신의 관심과 선호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하는데, 이로 인하여 특정한 TV채널의 선호가 아니라 얼마나 선호하는 콘텐츠냐에 따라 소비가 결정된다. 그리하여 지상파방송은 지금까지 자신이 확보해 높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비즈니스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거나, 상대적으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제작 능력을 통해 독자적인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상파방송은 지상파 네트워크를 넘어 여러 플랫폼과 다채널에서 소비자들이 자사 콘텐츠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비자의 경험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TV, PC 그리고 모바일의 통합스크린(3Screen)에서 지상파방송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배포되고 경험되는 방식을 구축하여, 여러 플랫폼 간의 서비스 이용이 상생효과를 유발하도록 하는 전략을 말한다. 예를 들어, TV 드라마 시리즈 시청이 인터넷을 통한 VOD서비스 이용(ex. 다시보기, 미리보기)과 연관되어 더 많은 소비를 촉진하도록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것과 같다.

셋째, 지상파방송은 다양한 비즈니스를 위하여 소비자에 대한 즉각적이면서도 심도있는 지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지상파방송은 이제 무료광고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소비자에 의해 직접 지불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여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와 선호에 따라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거나 해당 광고주에게 소비자를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러 세그먼트로 분화되어 있는 소비자의 이용 행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은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 세 가지 전략 중에서도 지상파방송이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은 콘텐츠 전략이다. 왜냐하면 통합플랫폼 이용구조에서 지사파방송이 소비자의 경험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 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이 플랫폼 전략을 수행한다 할지라도 인터넷(PC), 모바일, 케이블 등의 여러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자체적인 상향채널(return path)을 확보할 수 없는 지상파방송으로서는 즉각적이면서도 심도있는 소비자 지식을 얻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자연스럽게 지상파방송은 수십년동안 구축해왔던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대응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다양한 콘텐츠와 프리미엄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에 공급하는 ‘멀티플랫폼 콘텐츠 전략’은 미래 방송시장에서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 전략은 지상파방송이 직접 플랫폼 전략을 추진할 수 없지만 프리미엄 콘텐츠를 지렛대 삼아 여러 플랫폼에 자사 콘텐츠가 서로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경험구조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또한 인터넷 포털, 케이블TV 및 IPTV 등 유료 플랫폼과의 협력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상파방송 콘텐츠의 배포 창구를 최대한 확대할 수 있다. 그리하여 멀티플랫폼 콘텐츠 전략은 지상파방송 콘텐츠와 소비자 간의 접점을 지상파방송 뿐만 아니라 여러 플랫폼으로 확장시킴으로써 다양한 유료서비스의 수익원을 제공하고 지상파방송의 광고 가치를 더욱 높여줄 전망이다.

아직까지 통합플랫폼 이용구조에서 방송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지상파방송사들이 자사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개방하는 멀티플랫폼 콘텐츠 전략을 추진하는데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멀티플랫폼 콘텐츠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기대한 만큼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테크놀로지 발전 초기에는 새로운 플랫폼이 지상파방송을 포함한 기존 미디어기업의 수익을 잠식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플랫폼이 콘텐츠를 가진 기존 미디어 기업의 새로운 수익 창구로 기능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