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표준, 이번엔 청신호?

지상파 UHD 표준, 이번엔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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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지상파 UHD 송수신정합표준(안)’을 재상정해 9월 29일부터 10월 13일까지 약 2주간 서면회의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로 지상파 UHD 상용화에 파란불이 켜질 수 있을지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여전히 이동통신 3사가 TTA 총회의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TTA 총회의 의결권은 회비납부순으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력을 지니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많은 부분을 좌우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TTA 총회에서 거론된 안건을 살펴보면, 통신사들에게 유리한 안건은 빠르게 결정됐고 불리한 안건은 거부권 행사로 더디게 진행됐다.

지난 7월 2일 TTA 총회에 상정된 34개 표준 후보(안) 중 유일하게 부결된 지상파 UHD 송수신정합표준 역시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민간 표준은 기술적인 결함만 없으면 통과되는 게 관례적이다. 하지만 지상파 UHD 표준은 표결에도 부치지 못하고 반대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부결됐다. 당시 이동통신 3사가 “최신 기술이 반영돼 있지 않고, 국제 표준화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급하게 표준을 정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기술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 561표 중 366표가 참석한 가운데) 이동통신 3사와 계열사 271표가 반대 의사를 표명해 표결 없이 부결처리된 것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이동통신사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ICT 표준을 정하는 TTA의 구성원 절대 다수가 이동통신사로 구성된 것을 두고 TTA 구성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왔다. 무료 보편의 서비스 영역을 논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IPTV라는 방송의 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 이해당사자가 경쟁사의 표준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재상정 역시 지상파 방송사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로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TTA 총회 구성을 비롯한 환경 전반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똑같은 결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기대해볼 만한 것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상파 UHD 상용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7월 1일부터 에펠탑에서 지상파 UHD 실험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방송 규제 기관인 방송위원회(CSA)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재할당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공영방송사인 BR도 방송 연구 기관인 IRT와 함께 DVB-T2와 HEVC 기술을 이용한 실험방송을 지난 7월 10일부터 뮌헨에서 실시 중이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프랑스가 CSA의 보고서를 채택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한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늦은 상황이 된다”며 “지금이라도 700MHz 대역 주파수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해 UHD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지상파 UHD 상용화 추진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업계 전반에서는 지상파 UHD 표준안 처리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동통신 3사가 TTA 결정을 좌우하는 상황인 만큼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번 총회에서 지상파 UHD 표준이 또 다시 부결될 경우 차선을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TTA 총회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