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방송사’ 광고 줄어드나?

‘중소 방송사’ 광고 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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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광고 시장이 ‘1공영·1민영 체제’로 재편되면서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지상파 방송과 중소 방송사의 결합판매 비율 그리고 중소 방송사가 속하게 되는 미디어렙 지정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전체회의를 통해 중소방송사의 방송 광고 판매 위탁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르면 EBS와 CBS, 평화방송, 극동방송, YTN라디오, TBS-eFM, 부산영어방송, 광주영어방송은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기존 한국방송광고공사)에 포함됐고, 불교방송과 원음방송, 경기방송의 광고는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맡게 됐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OBS의 광고 판매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미디어크리에이트가 7대 3의 비율로 나눠 담당토록 했다.

방통위의 발표 이후 기존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된 방송사들은 안도하는 한편 민영 미디어렙에 포함된 언론사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중소 방송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양쪽 미디어렙에 포함된 OBS는 결사항전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에 포함된 불교방송과 원음방송 등이 참여하고 있는 종교방송협의회는 방통위의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종교방송은 60% 이상 선교나 포교 방송을 할 의무가 있는 공영적 성격의 매체”라면서 “종교방송의 설립 취지를 감안해 종교 방송사들을 공영 미디어렙에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방통위의 결정은 OBS의 퇴출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OBS와 경인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는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용주 OBS 노조위원장은 “미디어렙법은 취약 매체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가지고 있는데 방통위의 결정은 법을 어겨가면서 OBS를 퇴출시키려고 하는 의지”라며 방통위가 미디어렙법의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BS는 개국 4년 만에 1,150억 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미디어렙의 보호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번 결정으로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문가들도 방통위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O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생 방송사는 국가가 일정부분 책임져야 한다”며 OBS의 안정적인 방송을 위해 정부에서 400~500억 정도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민영 미디어렙 환경에 따른 방송광고시장 정립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이수범 인천대 교수도 “OBS의 경우 SBS와 방송권역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겹치기 때문에 법률로 강제한 결합판매를 제외한 비결합 광고판매분에 있어 OBS 독자 광고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OBS를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유철 우석대 교수 역시 “미디어렙 지정과 있어 지방에서 특히나 더 절박한 것 같다”면서 “민영 미디어렙에서도 결합판매를 보전해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전 KOBACO 체제 때보다는 낮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민영 미디어렙과 결합하는 방송사에서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정부 당국이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종교 방송사와 지역 방송사와 같은 중소 방송사의 경우 자체 광고 수익은 전체 재원의 일부이고, 나머지는 지상파 방송사와 결합판매로 얻은 수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난 5일 방통위가 고시한 결합판매 비율을 보면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11.6%,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는 8.4% 수준으로 공영 미디어렙의 비율이 조금 더 높다. 그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방통위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분명 미디어크리에이트보다 영업력과 결합판매 비율이 앞서 있기는 하지만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흥미로운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위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종민 국민대 교수는 “취약 매체 지원을 당연시하고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표했다. 이 교수는 “취약 매체 지원을 법으로 명시하던 때는 방송사가 2~3개만 존재했기 때문에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구축하자는 차원에서 취약 매체 지원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다채널 다매체 시대에 취약 매체 지원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종교 방송과 지역 방송이 사회의 지원을 받을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사회에 어떤 부분을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먼저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한 방통위가 이 같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지적에 귀를 기울여 전향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