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언론중재법 놓고 연일 쓴소리 쏟아져 ...

[종합] ‘뜨거운 감자’ 언론중재법 놓고 연일 쓴소리 쏟아져
정치권, 시민단체 반발에도 민주당 강행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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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언론중재법이 반민주적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달 안에 향후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상액은 하한선을 만들어 해당 언론사 전년도 매출의 1만분의 1, 상한선은 1000분의 1 수준으로 명시했다. 배상액 산정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1억 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민주당은 7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16건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을 표결 처리했다. 소위 위원 7명 중 여당인 민주당 의원 3명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등 4명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문체위 소속 이달곤․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표결에 불응했고, 같은 당 김승수 의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상태로 소위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문체위원들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언론통제법이자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법”이라며 반발했다. 또한 “개정안 의결 직전까지 민주당이 가져온 대안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며 “소위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다음날 논평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속내”라며 “해외 어디에도 없는 ‘언론재갈법’ 처리를 당장 멈추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징벌 배상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민법상 손해배상 절차에 따라 언론 보도 피해를 구제할 뿐, 별도의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며 “언론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곳은 해외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5단체는 7월 28일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약하려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라며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허위·조작보도의 폐해를 막겠다면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 것도 모자라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이라는 손해배상 하한액까지 설정하고 있다”라며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하나만 보더라도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 5단체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언론중재법을 비롯한 언론 관련 발의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귀담아듣기는커녕 이번 개정안을 조만간 상임위원회에 상정시킨 뒤 8월 중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입법 권력을 이용해 언론을 길들이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언론 5단체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것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현업단체에서도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7월 29일 “현업단체 의견청취는 입법 강행을 위한 명분이었을 뿐 실제 개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도리어 정치권의 돌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조항만이 추가된 누더기 짜깁기 법안이 되어 버렸다”며 “일부 조항들은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정치권력이 언론의 기사편집과 표현을 일일이 사전 검열하던 보도지침과 유사한 느낌마저 준다”고 꼬집었다.

비영리 공익단체 ‘착한법만드는사람들(이하 착한법)’도 8월 5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소지가 크다”며 개정안의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또 “유례없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형사처벌하는 우리나라에서 나아가 형벌에 준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며 개정안의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에도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문체위원장·법사위원장을 내주기 전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간 상임위원장 재배분 합의와 맞물려 두 상임위원장 자리가 이달 본회의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이후엔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연일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안소위에서 가결된 다음날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가결됐는데, 이는 변화된 언론 환경 속에서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한 언론 생태를 조성하기 위한 언론 개혁의 첫걸음”이라며 향후 절차를 빠른 시일 내 밟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8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의로 가짜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범죄이며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피해자들을 보호할 의무만 있을 뿐”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누리는 언론도 가짜뉴스를 보도할 자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당내 대권주자들도 언론중재법 필요성에 공감하며 힘을 실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에 일각에서는 여당 단독처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